연극살롱

소극장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대학로는 물론, 명동, 강남에서도 사라지거나 사라질 차비를 하고 있다. 그 동안에도 대학로에는 소문 없이 바람처럼 사라져버린 소극장이 적지 않다. 최근에는 더욱 눈에 띠게 소극장이 사라지고 있다. 대학로에서는 김동수 프레이 하우스와 대학로 소극장이 사라지고, 명동에서는 창고소극장이 얼마 후에 문을 닫을 것이라는 소문이 있고, 강남에서는 유 디어터가 대관이 여의치 못한 상태에서 1일 대관료 만원이라는 파격적 가격으로 소극장의 재활을 시도하고 있다. 150여개를 상회하는 대학로의 소극장 중에서 몇 개의 소극장이 사라진다고 해서 대학로가 없어지기야 하겠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어떤 이는 소극장이 너무 난립해서 부실한 것도 없지 않으니까 얼마 정도 사라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근의 소극장 퇴거는 이것이 일시적 현상이거나 특정한 소극장의 경영부실에 의해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데서 심각성을 감지할 수 있다. 대학로 변두리에서 시작되어 중심부로 이어지는 소극장의 퇴거라는 악성적 흐름이 어느 정도의 선에서 그칠지 아무도 예상할 수가 없다. 특히 오랜 역사를 지닌 소극장의 퇴거는 그 자체로서 불안의 그림자를 던진다. 다른 소극장보다 운영의 묘를 거두었기에 오래 동안 생존할 수 있었는데 이 시기에 와서 사라진다고 하면 대학로에서 앞으로 살아남을 소극장이 거의 없는 것이 아니냐는 절망적 예측도 가능하다.
소극장의 퇴거를 멈추게 할 대책은 없는 것인가. 근본적인 것이 될지는 모르지만 몇 가지 문제점은 지적하고 싶다. 우선 소극장의 퇴거를 공연의 질저하에 의한 관객의 감소로 볼 것이 아니라 경제적 불황과 세월호 사태의 발생과 관련되어 나타난 장기화된 결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건물주의 이기주의만 탓해서는 안된다. 그들도 장기적 불황의 피해자이다. 그것보다 불황에 대비하여 정부가 다양한 경제적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 것과 달리 소극장에 대해서 별다른 지원책이 없는 것이 문제다.
또한 소극장의 지형이 퇴행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도 소극장 퇴거의 원인이 된다. 대학로에는 이른바 거대자본가의 소극장이 새롭게 들어서 있다. 이들 소극장은 건물을 크게 지어놓고 대관에 몰두하고 있다. 대관만 있고 창작 시스템이 없는 대학로가 어떻게 생존하겠는가. 거기에 텔레비전 스타를 내세우는 구태적 관객유치 방법으로 대학로 소극장의 자생적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
그리고 대학로의 중심에 버티고 있는 한국공연예술센터가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여 소극장의 숫자를 늘리는 것은 하수 중의 하수이다. 기존의 5개로 모자라서 9개, 10개로 늘린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국공립 소극장이 많아진다고 해도 개인과 극단의 땀으로 이룩한 소극장이 즐비한 공연의 명소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다. 한국공연예술센터는 소극장을 늘리기보다는 자체의 창작 시스템을 완비하고 기획공연에 전념해야 한다. 한국 공연예술센터의 건물재산과 운영예산을 투입하면 150여개에 이르는 대학로의 소극장이 지속적 호황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새삼 공공성의 올바른 인식과 실천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