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살롱

공자가어(孔子家語)에서 유래했다는 칠거지악(七去之惡)이 조선의 여인들을 속박했는데 2000년대 한국에서 新칠거지악이 언론조사에서 언급되고 있다.(동아일보 「행복원정대」 특집)
아이가 몸 약한 죄, 자녀공부 못하는 죄는 당연히 엄마가 잘못한 죄이고, 집안일만 하는 죄, 잘난 남편과 사는 것도 일곱 죄목에 든다고 한다. 오늘의 엄마들은 자녀교육, 특히 사교육을 위해 온갖 지혜를 짜고 정보를 얻기 위해 억척같이 뛴다. 지난날, 70~80년대 어머니 할머니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짐작이 안되고 한낮 옛날얘기일 수도 있다.
‘KBS 다큐’는 구술사 2부작 「억척어멈」을 방송했다. 주로 한 부모 가정의 엄마들의 구술로 엮은 인생기록이다.
▲1부 「엄마의 자리」(방송 4월10일)
강원도 태백시 석탄공사광업소에서 탄광노동을 하는 어머니들을 만났다.
전정인(62)씨는 남편이 탄광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대신 탄광으로 들어와 선별부에서 일했다. 삽질로 돌과 이물질을 골라내는 작업이라 항상 삽을 챙기고 아낀다. 그렇게 해서 30년. 탄광이 호황일 때는 탄광촌 개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녔다고 했는데 1989년 석탄산업합리화정책으로 경기는 내리막으로 떨어지고 선별부 엄마들은 모두 비정규직으로 풀렸다. 하루 3교대. 35세 아들은 희귀병으로 5년째 입원중이다. 애들은 어리고 먹고 살아야하니까 몸이 부서지도록 일했고 마음은 항상 전쟁을 치루는 각오로 일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어떻게 살았을까싶고…, 탄식인지 위로인지 노인의 입에서 「사발가」 한 자락이 스르르 흘러나온다. “석탄 백탄 타는데는 연기만 퍼벌썩 나는데 요내 가슴 타는데는 연기도 김도 안난다. 에헤요 데에요 허송세월이 다 간다- ”
황선희(80) 조치원읍의 할머니는 남편사업이 IMF로 부도, 암으로 사망. 60세에 운전면허를 따고 직접 운전하면서 화장품 방문판매를 한다. 절대 강매를 하지 않는데 판매실적은 항상 1등이고, 1주일에 2번씩 미용봉사를 한다. 아직도 일할 수 있는 것만 감사하다고-
우리나라 한부모 가족의 약 80%는 모자가족(싱글맘)이고, 한부모 엄마들 월평균임금은 125만원, 그러나 100만원 안팎을 받는 엄마들의 70% 이상이 비정규직이다.
▲2부 「맨손의 엄마들」(방송 4월17일)
부산 자갈치 아지매들이 억척같이 일해서 자갈치 시장의 터주 대감으로 성취, 고달팠던 세월을 즐겁게 회고한다.
장금석(84) 1950년 20세에 결혼, 6.25전쟁 중에 남편은 전사하고, 어린자식들과 먹고살기 위해서 생활전선에 나섰다. 젊은 여자의 일터는 만만치 않았다. 식모, 국제시장, 자갈푸기, 조선방직, 건축공사장, 학교청소부, 보세공장…, 할머니는 술술 외운다.
자갈치 엄마들 유일한 재산이라고는 다라이 뿐, 밤에 집에 가서 울고 낮에는 사람 앞에서 웃고, 생각하면 아득하다. 한순자(77) 할매는 자갈치 최초의 여성중매인이 되었다.
억척엄마들은 위대했다. 그동안 모르는 채 살아왔다. 엄마와의 시간은 길지 않다. 엄마와의 시간을 기억해야겠다.(책임PD 신제국, PD: 황대준, 글 정윤미, 연출 이승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