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평

* 최성옥 안무 『방랑의 노래』(4월10일 「2015년 스프링페스티벌」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카르미나 부라나(Carmina Burana)」는 ‘보이에른 지역의 시가집’이라는 뜻이다. 독일 작곡가 칼 오르프(Carl Orff, 1895~ 1982)는 이 고서(古書)속의 가사에 교향악 형식의 합창곡으로 옷을 입혔는데, 음악만 들어본다면 온통 종교적 신비를 담은 듯 시종 웅장함이 듣는 이를 압도한다. 하지만 그 실체는 이름 없는 음유시인, 순례자, 학생까지 - 다양한 신분을 가진 사람들이 노래한 세속적 시이며 그런 관계로 종교는 물론, 로맨스, 풍자는 물론 외설적인 내용도 포함되어있다고 하며, 이중 칼 오르프는 25개의 시를 뽑아 합창곡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대전예술의전당의 2015년 스프링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최성옥 충남대 현대무용과 교수에게 위촉한 「카르미나 부라나」는 현대춤의 옷을 입혀 그야말로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작품으로 변신, 「방랑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해석되었다. 이 작업은 작년 말부터 이루어졌으며,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지역에서는 드물게 공공기관에서 현대춤 작업을 대폭 지원했다는 점, 또한 이 프로젝트를 위해 출연진들을 대전지역의 무용수를 중심으로 한 공개오디션으로 선정했다는 점이다. 이 말은, 일개의 무용단의 기량이 아닌 대전전역의 현대춤 그리고 무용수들의 기량을 폭넓고도 공정하게 가늠할 수 있는 무대였다는 점에서 세인의 관심과 작업의 가치를 인정받은 기회라 볼 수 있다.
이 공연에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까지 합쳐 총 5장 속에 칼 오르프가 작곡한 동명의 합창곡 전곡을 사용했다. 장엄한 합창과 함께 막이 오르면 여행 가방을 끌고 무대를 걸어오는 여행자가 보인다. 인생의 과정에서 누구나 한번쯤 맞는 운명적인 사건을 포착한 것처럼 여행자는 곧 격정에 휩싸이며 목적지가 정해진 여행은 정처 없는 방랑으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열다섯 명의 무용수는 총 25곡에 맞추어 아름다운 자연이나 술집 등 다양한 장면의 변화에 따라 불특정 다수처럼 각자의 역할을 감당해낸다.
칼 오르프의 음악적 구성과 전개형식이 시종 타악기를 활용한 격정적이고도 단순한 리듬과 음형의 반복적인 음악양식을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주로 발레작품을 위한 음악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번 공연의 안무적 구성은 음악과는 정 반대로 운율적이거나 반복적인 요소와는 거리가 멀다. 군무임에도 획일적인 면 보다는 자유스러운 요소가 강해서 마치 너른 마당에 춤을 늘어놓았다는 인상이 든다. 그 때문에 음악적 구성을 의도적으로 거스르는 형식은 현대춤의 특성을 살린 것이다.
한편으로는, 외국어로 된 합창의 가사가 관객에게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장면의 진행과정을 프로그램의 설명에 전적으로 의존해야하지만, 설명과 그다지 일치하지 않는 무대는 대중들이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현대춤이 갖는 장애라면 장애일 것이다. 마치 무질서 속에서도 질서가 보이듯 상징적인 무대에서 좀 더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구체적인 무대가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이라는 큰 무대를 종횡무진 해야 하는 무용수들의 에너지가 크게 요구되는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15명 단원들 모두는 한 동작도 건성건성 넘어가지 않는 무용수들의 열의와 성실성을 유감없이 전달했다. 이는 현대춤에는 드물게 전폭적인 지원도 그렇거니와 지역 무용수들이 모처럼만에 주류무대에 목말라있던 차, 그간의 준비한 실력을 유감없이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기회를 마련한 대전예술의전당에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도 현대춤에 대한 관심,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지역에서도 활발한 춤 예술 활동이 계속 이어지며 타 지역까지 고무시키는 계기로 이어가기를 바라는 바 다. 또한 그간 주류 무용수들에 견주어도 손색없을 지역 무용수들을 키워낸 안무에 최성옥 충남대학교 현대무용학과 교수, 조 안무를 담당한 곽영은, 그 외 여러 관계자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찬사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이번 공연이 어렵게 다가왔든 즐겁게 다가왔든, 관객들에게나 무용수들에게나 새로운 시도를 해내는 처음과정을 함께 참여했다는 자체만으로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 「장단곶-디딤마루 여섯 번째 이야기 ‘꽃그림자 사이로…’」(4월23일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
2010년 첫 번째 이야기를 시작한 이화여자대학교 한국무용과 출신들의 정기 공연인 배꽃춤판은 2015년으로 그 여섯 번째 무대를 선보였다. 아르코예술극장대극장에서 공연할 예정이었지만 안전점검으로 인해 강동아트센터로 옮겼음에도 아무런 착오 없이 공연장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현재 예술계 및 교육계에서 지도자급 현역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중견 무용가들이 대거 출연하여 독무를 펼치는 무대에 이번에는 여덟 명의 무용가들, 임학선, 김현숙, 남수정, 정혜진, 김용복, 이경화, 장해숙 그리고 서영님의 순으로 저마다의 특기를 선보였으며, 김은이 동아대학교 교수가 사회를 담당했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문묘일무」라는 제목으로 문무(文舞)와 무무(武舞)가 차례대로 임학선에 의해 독무형식으로 선보였으며, 이매방류의 「장검무」가 남수정에 의해 새롭게 선보였다. 어떻게 보면 배꽃춤판의 레퍼토리가 조금 더 넓혀졌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하지만 배꽃춤판의 진정한 의미는 전통을 발판으로 한 계승발전에 있어야 할 것이다.
매 해마다 한국창작 작품들은 여러 작가전을 통해 “난무“한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많은 신작들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한국 전통의 디딤새와 박자를 기초로 한 창작 작품들은 몇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밖에 안 된다. 배꽃춤판에 출연하는 무용가들은 전통뿐만 아니라 한국창작춤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는 영향력 있는 중견무용가들이다. 따라서 이 공연이 중견 명인 명무전과 같은 연례공연 정도로 그칠 것이 아니라, 전통의 기법이 창작춤에도 충실히 반영하여 온고지신의 발판이 되는 무대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공연의 회수가 늘어가는 만큼 한국춤 창작의 발전도 커질 뿐 만 아니라 음악 반주를 악사들이 직접 실황으로 연주하는 만큼 춤음악 면에서도 역시 발전되길 바라는 마음에 몇 자 적는다.

* 최상철현대무용단의 「여기 있어요! 그들의 그림자가」(4월15~16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봄날이 한창인 4월 중순, 아르코예술극장대극장에서 작가 12인 전을 하는 동안 같은 극장 내 소극장에서는 신진 안무가 3인의 안무 발표작이 있었다. 기존 무용가들이 대극장이라는 지면위에서 활동하는 동안 지하에 위치한 소극장에서 벌이는 신진들의 공연은, 시기적으로 땅 밑에서 지면을 뚫고 올라오려는 새싹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이 신진 안무가들은 배가영, 이지민, 김정훈으로, 최상철현대무용단 단원들이다. 이들은 각각 라세영, 장두익, 유은비, 고성수, 이도심, 최종원 등 무용수들을 통해 안무가들이 각각이 해석하는 “여기 있어요! 그들의 그림자가(Here are their shadows)” 라는 문장을 세 안무가들의 해석에 따라 달라지는 세 편의 다른 이야기를 통해 하나의 그림을 이루는 형식이다. 따라서 받아들이는 이에 따라 문장 그대로 해석하는 이도, 이를 어순을 바꾸어 그 의미를 해석할 수도, 단어만 따로 떼어 단어에 집중할 수도 있는데, 이번공연은 후자에 가깝다. 작품 1, 2, 3은 각각 ‘人’, ‘여기있어요’ 그리고 ‘Shadows’라는 제목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가기 때문이다. 버벌, 접촉 등 다양한 요소가 작품 안에서 시도하기 때문에 흥미를 불러일으키지만, 풀어내는 형식이 안전한, 다시 말해 과감성이 아쉬웠다. 반면, 세 작품 모두 음악사용을 절제하여 효과적 임팩트에 의존하려는 안일함을 탈피하여 동작에 집중하려는 자세가 돋보인다. 과감성에 대한 미흡함은 주제에 대한 집요함의 미흡이라고도 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해 보이는 한 시간짜리 TV 드라마를 만들더라도 작가의 머릿속에는 치밀한 관계의 복선을 필요로 하듯, 몸으로만 의미를 전달하는 춤 작업에야 더욱 명확한 전달을 위한 구성과 주제로 정한 단어를 다각적으로 해부하려는 집요함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나’는 현대춤에서 즐겨 사용하는 소재이지만 가장 어렵기도하다. ‘나’의 이야기로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내기는 생각보다 힘들기 때문이다.

* 한국춤협회의 「한국무용제전」(4월2~10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한국춤협회에서 주최하는 「한국무용제전」은 한국춤의 창작을 활성화시키려는 취지가 있다. 얼마 전부터는 경연형식으로 바꾸어 양질의 창작 작품을 발굴, 널리 알리기 위한 취지로 확대, 발전시키려는 등 다각적인 시도로 창작의 발전을 고취시키는 노력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그 때문에 「한국무용대전」에 참가하는 작품이 한국 창작춤의 현주소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올해로 꼭 광복 70주년을 맞는 해에 맞춰 ‘아리랑 아홉 고개’라는 주제로 아홉 명의 중견 무용가들의 작품이 하나하나 소개될 때마다 “고개를 넘어 간다”고 표현했다.
이번 기간 동안 리을 무용단(홍은주), 성재형SSUM무용단, 박덕상 타무천예술단, 백정희BJ 무용단, 김용철섶무용단, 임학선댄스위(정향숙), 윤덕경무용단, 김기화무용단, 김남용무용단의 순으로 신작을 선보였는데, 아리랑의 종류도 지역의 정서에 따라 다양하듯, ‘아리랑’을 전면에 내세우기 보다는 작품마다에 색색가지로 스며든 다양한 색깔의 아리랑을 만나게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하지만 이를 무대 위에서 풀어내는 방식에 있어서는 기존의 구태연 함에서 벗어나질 못해 창작자의 의도가 십분 반감되지 못한 것이 아쉬운 면도 있다. 다시 말해, 재료가 아무리 향상이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