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때 : 2015년 7월29일 오후5시
■ 곳 : 국수호디딤무용단 예술감독실

─ 이번 국립극장에서 공연하는 『미마지의 무악』과, 같이 공연하는 사쿠라마 우진(櫻間右陳))의 노(能) 『이즈츠(井筒)』에 대해 설명해달라
* 사쿠라마 우진은 일본 노의 인간문화재다. 내가 미마지(味摩之)를 연구하고 있다고 몇 년 전에 얘기하니까 ‘미마지는 자기들의 예술적인 조상’이라고 딱 그런다. 미마지에 의해서 노도 탄생되었다고. 그리고 사쿠라마 우진은 구마모토 출신으로 지금도 그곳에 본거지를 두고 있다. 구마모토는 백제 무왕 시절에 중국과 일본에 세운 외백제다. 백제식으로 통치하던 3군데가 있는데 그게 구마모토 쪽이라 1400년이 지난 지금도 구마모토에 가면 한국적인 습성이 남아있는 연유다.
미마지는 612년에 일본에 건너와 성덕태자(聖德太子)를 만나고, 사쿠라이 지역에 파견되어 거기에 토무대(土舞臺)를 만들었다. 사쿠라이 지역에 언덕배기 위에 토무대가 있는데 팻말에 “612년에 미마지가 와서 성덕태자의 지시에 의해서 처음 국립연극을 하던 곳으로서 예능의 발상지다”라고 쓰여있다. 우리는 토무대라는 것을 여태 보지도 듣지도 못했는데 가서 보니까 1400년 전에 그곳을 보존하고 있더라, 참 감사했다. 그러면서 그 황량한 언덕배기, 고국을 떠나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고독 속에서 백제궁중에서 했던 춤을 기악 속에서 무악도 가르치던 것이 일본의 무용이 된 것. 그것이 노로 영향을 미치는 나름의 역사를 가진다.
성덕태자는 법흥사 등 여러 군데에서 불교적인 차원에서 기악과 춤을 추게 하고 불교예술의 부흥을 가져왔다. 아스카 시대는 전부 다 백제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면 되겠다. 「일본서기」, 「교훈초」 등에 실린 역사적인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내가 1998년 백제춤을 만들 때도 한국에서는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무령왕릉은 발굴되었고, 익산 미륵사지 반쪽 석탑과 경림사지탑 밖에 없었다. 나당 연합군에 의해 다 없어졌으니까. 역사책을 다시 공부하면서 백제유민의 약 70%가 아스카 지역으로 이주했다는 것을 알고 아스카로 찾아갔다. 법륜사의 법당에서 예술적 기원, 백제 관음 등을 보면서 『백제 관음의 춤』이라던가 『탁무』, 『해뜨는 춤』을 만들기도 했었다.
미마지가 현장에서 가르쳤던 것, 1400년 전 것을 간직하고 있는 일본인의 모습을 보았다. 일본 땅이 좁아서 그렇게 땅값이 비싼데도 이런 터를 허물지 않고 일본 예능의 발상지라고 한다는 것이 대단히 위대하다고 생각하며 『미마지의 무악』을 만들었다. 이번에 “프로토타입(초견)”이란 말을 썼는데 전체를 다하는 것이 아니고 미마지의 무악을 초견으로 2, 3개만 하기 때문이다.
공연은 1부에 사쿠라마 우진의 노 공연 30분과 2부 『미마지의 무악』 40분이다.
무악의 형식의 미를 다 찾아서 한국식을 축약해서 3작품을 다룬다. 1 금시조, 2 신무, 3 아스카(비조무)가 된다.
미마지가 일본 땅에 1400년 전에 도착하는 것을 다카마스 지역에 벽화가 열리는 것으로 표현하고, 그때 성덕태자가 자기 아들들을 데리고 와서 미마지를 맞이하고 그 다음에 나한테 춤의 기를 하사하고 그래서 나는 그 기를 받으면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그러면서 가르친 다음 무악 1, 2, 3이 공연되는 형식으로 40분 공연을 꾸민다.
음악은 정말로 공연 직전까지 다듬고 있다. 현이 5개 타악이 4개인데 악기는 그 당시 기록에 나오는 악기만 쓰고 있다. 그러니까 지금 서양에서 나온 신디사이저는 같은 것은 안쓰고 공후, 생황, 비파, 거문고, 피리(笛) 이렇게 5개만 쓰는 식이다. 또 마침 백제춤 때 내가 개발했던 장고, 요고, 경고라던가 큰 북은 우리식으로. 사실 경고는 백제춤때 내가 만들었다. 백제 시기 무당춤에 넣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이 경고가 요즘 모든 국악사에서 팔리고 있다. 경고라는 이름까지도 내가 붙인 건데 경을 읽을 때 경.
올해는 한일 수교 50주년이 되는 해라서, 8월6일은 한국에서 11월11일 일본의 국립노극장에 가서 이대로 똑같이 하게된다. 『이즈츠』는 유명한 노인데 나도 노의 배우로 참여하고, 사쿠라마 우진도 『미마지의 무악』에서 성덕태자 역을 맡아서 출연한다. 한국에서 이뤄지는 모든 경비를 내가 대고 일본에서 이뤄지는 모든 경비는 사쿠라마 우진이 대고 이건 후원이 아직까지 하나도 없다. 그래서 내 경비로 해보는 거다. 한국의 땅에 『무악』이라는 춤을 인식시키기 위한 무용가적 소산으로 생각하고 있다.

─ 『무악』은 새로운 개념인가
* 그렇다. 일본의 무가쿠라는 것인데 그냥 춤과 음악이다. 춤과 음악인데 무악이라는 기본 정신이 공부해보니까, 천지의 기를 발산하는 무악이다. 천지의 기 즉, 하늘과 땅의 기를 발산하는 무악. 지금도 말하자면 천천히 움직이면서 천지의 기를 발산하는 무악이니까 이번 무악을 보시는 분들은 그 기운을 느낄 것이다. 작년 일본 황궁에 가서 무악을 볼 기회가 처음으로 있었는데 - 봄에 3일간 하고 가을에 3일간하는데 하루는 꼭 천황이 나온다고 한다 - 왜 천황이 이렇게 재미없는 것을 볼까 생각해봤다. 그랬더니 이 천지의 기를 발산하는 무악의 기를 받으려고 그것을 1300년 동안 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그 사람들도 졸면서도 보는 이유가 그런 기운을 얻어내려는 것이다. 이번 관객들은 그런 기운을 느끼고 가시면 좋겠다. 그래서 그런 기운을 쓰는 것을 위주로 이번 춤을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춤이 정중동(靜中動)이라고 그러지않나. 그 정중동의 의미를 무악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국수호 북의 대합주』가 30년을 맞는다
* 『북의 대합주』는 1985년 8월15일에 광복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에서 대통령이 북을 크게 만들어서 치면 좋지 않겠냐 얘기했다. 그래서 허 규 극장장이 송범 국립무용단 단장과 나를 불러 얘기를 했다. 송범 선생께서 북은 국수호가 잘 치니까 국수호가 책임지고 만들라고 한 게 7월 말이다. 그래서 15일 만에 둘레가 1 미터가 넘는 큰 북을 한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만들었다.
광복40주년이고 그래서 내가 항상 즐겨쓰는 걸로 15분짜리 스토리를 만들었다. 처음에 치는 『기원의 북』이 있고, 두 번째 『화합의 북』이 있다. 『기원의 북』은 앉아서 7분 동안 이어지는데 우리나라의 탄생부터다. 이 땅에 하늘에 고하는 천제의식도 있고 불교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친 것, 쳐들어오는 외세의 침략에 혼돈을 가져올 때 있고, 혼돈을 가져왔지만 지도자가 생기고 대한민국이 설립되는 역사가 그 안에 다 녹아 있다. 비가 오고 천둥이 치고 혼돈스러운 것이 모두 다 있다. 두 번째 화합에서는 조선팔도의 북춤이 다 들어가있다. 그리고 마지막 북인 승전고를 둘러싸면서 조선팔도의 북이 다 몰려나와서 전국에 생긴 맥박소리들을 치면서 끝나는 것이다.
지금 건국 70주년이니까 30년을 『북의 대합주』가 공연되었다. 그전에는 북춤이라는 게 전혀 없었는데 지금 전국에 북춤팀이 사물놀이를 포함해서 5천 팀이 생겼다. 그리고 난타도 생기고. 그러면서 코리안드럼이 해외에도 수출되고 있고. 한국의 대소사 행사가 국가적으로 있을 때 마다 『북의 대합주』를 찾으니 무용단 경영자로서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북의 대합주』는 공연계의 판도를 바꿨는데 모든 국시립 무용단이 입단시험을 볼 때 타악 종목이 들어가게끔 된 것이다.
나는 한국춤에서 ‘북춤’이라는 영역을 따로 떼서 1999년에 『코리안드럼-영고』를 다시 만들었다. 15분짜리를 원시의 북에서 삼국시대 등 1시간 30분으로 구성했다. 이것으로 유럽투어에 나서서 3년간 해외수출상품 1호가 되었다. 말하자면 한국춤에서 북춤이라는 장르를 만들고 그것의 시발점이 되는게 『북의 대합주』가 되는거다. 그래서 그 30주년을 그냥 지나갈 수 없었다.

─ 지난해 『국수호 춤의 귀환』이 50주년 기념공연이었는데 지친 적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 새로운 걸 하려고 하면 누구든지 - 그게 발명이랑 마찬가지다. 창작이라는게 과학으로 치면 발명이다. 발명할 때 밤새고 시행착오하고 하는 것이다. 오히려 발명은 쉬운 듯하다. 왜냐면 발명은 혼자하면 된다. 자기 혼자 이리저리 해보면 된다. 미술도 혼자하고 음악도 작곡도 혼자하고…. 춤은 말이다, 나 혼자 출 수가 없다. 미술, 음악, 의상, 장치, 소품이 있어야 한다. 이것까지 다 보조자(전공자)가 있고, 나 정도의 전문가가 있어야 무대가 똑 떨어지게, 작년 『춤의 귀환』처럼 되는거다.
춤에서는, 그래서 그 지원도 현실화 해야 된다는 거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나 정부에서도 춤에 관한 지원은 달라져야한다. 작곡이나 미술, 모든 창작을 같이 놓고 다 그렇듯이하면 안된다. 여럿이 콜라보레이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춤이라는 것을 생각해야한다. 춤이라는 움직임, 그 당시의 그 시대를 사고(思考)하는 춤의 형식이 딱 서려면, 지원에도 차등지원을 해야하는, 확실히 그런 제도가 마련되지 않으면 사라진다.
종합예술로서 승화되어 성공한 것이기 때문에 춤은 위대한 거다. 그런 것에 대한 포괄적 의미의 평론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평론가들은 그 평이 역사에 기록된다는 것을 생각해야 된다. 큰틀에서 춤을 건져올리고, 춤을 다스리는 언어를 만들어내는 건전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한편으로 국공립단체장은 지금의 역사를 보는 혜안(慧眼)이 있는 무용가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국립의 의상에 걸맞는 정신적인 여유로움이 필요하다. 국립은 국가가 설립한 것이지만 또한 국가를 세우는 그런 춤을 만들어내는 단체가 되어야 한다.
한국의 세계적인 춤은 뭔가, 세계 속의 한국춤은 뭔가 하는 이런 고민 속에서 1400년이 넘어도 기억되야될 한국의 정신과 한국인의 의식주와 500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