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살롱

16세기 말 이탈리아 북부 피렌체를 중심으로 르네상스라고 하는 문예부흥운동이 일어났다. 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옛 문화에 대한 성찰과 회고가 활발해졌다. 로마가 군사대국으로의 위용이 점차 약화되면서 11세기에 이르러서는 보로니아에서 근대적 의미의 대학교육이 시작되고, 이를 기점으로 유럽대륙에 로마문화지상주의의 기운이 퍼져나갔다.
그로부터 500년이 지난 후 로마문화의 뿌리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로마가 건국초기에 받아들였던 그리이스 문명에 대한 회고와 더불어 새로운 창조적 힘이 용솟음쳤다. 르네상스는 옛날로 다시 돌아가자는 뜻이 담겨있다. 그러면서도 문예부흥은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 넘쳐났던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크라우디오 몬테베르디(1567~1643)가 피렌체에서 가까운 크레모나에서 태어났다. 크레모나는 현악기 제작의 거장인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살았던 곳으로 지금도 현악기를 잘 만드는 이름난 고장이다. 그 도시가 지닌 문화적 분위기 속에서 태어난 몬테베르디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에 재능을 보여주었고, 흔히 말하는 최초의 오페라라고 하는 페리의 「에우리디체」도 접했을 것으로 추측이 된다.
몬테베르디는 1607년 그의 나이 40에 「오르페오」를 완성한다. 페리의 작품에 비해 훨씬 더 깊이 있고 심화된 표현력과 악기편성도 다채로웠다. 초기 오페라로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유럽에서도 몬테베르디의 작품이 재평가된 것은 20세기 중반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때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70년이 채 안 되는 서구오페라 역사 속에서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를 공연했다는 것은 획기적인 사건이다.
서울시 오페라 단장 이건용의 뜻 깊은 배려에 의해서 오페라의 뿌리가 되는 몬테베르디의 작품을 초연한 것은 우리나라가 서양 오페라를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이를 위해 한국오페라의 미래를 설계하는 중요한 발판을 이룩했기 때문이다.
특히 제작진의 오페라에 대한 탐구는 매우 진지했고 전문적이어서 국제적으로도 높이 평가될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이건용 총감독, 지휘의 양진모, 연출의 김학민, 바로크 음악감독의 정경영 그리고 음악코치 정호정이 혼연일체가 되어 최선을 다한 모습이었다. 배역들도 고루 적절한 인선을 통해 규모는 작지만 세종M시어터에서 지난 7월23일부터 27일까지 나흘 동안 4회, 주요 배역들은 2회씩 공연을 했다. 오케스트라는 바흐콜레기움서울, 예스러운 맛이 있었다. 무대, 의상, 조명 등은 현대적인 감각으로 소화했는데, 아무래도 제작비의 한계가 느껴졌다.
몬테베르디를 재조명했고, 이탈리아 초기 오페라의 근원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 이를 많은 한국 청중에게 공감을 불어넣은 것은 서울시 오페라단의 도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