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평

* 김운미쿰무용단 「소극장 프로젝트 묵간 열일곱 번째 ‘시간의 역사’」(7월3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김운미쿰무용단은 열일곱 번째 묵간 소극장 공연을 맞아 조금 특별한 시간을 준비했다. 여느 때와 변함없이 한 주제로 세 팀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선보이는 형식이지만, 올해로 광복 70주년이라는 시기에 맞추어 “시간의 역사”라는 큰 제목으로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주제를 다루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뜻 깊은 해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자국 역사교육에 대한 결여에 대한 문제와 일본 정부가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우경화 정책에 대한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춤의 테크닉보다는 안무가의 역사에 대한 인식과 표현력이 돋보여야하는 무대이기 때문에 이번의 공연에서 세 명의 안무자 - 안지형, 김수기, 박진영이 광복절의 분위기에 맞추어 위안부, 독립군 그리고 산업역군이라는 키워드로 좌절에서 투쟁을 통한 희망의 순으로 공연 전체를 어떻게 풀어내는지가 관건이었다.

첫 작품인 안지형의 『마지막 수요일』은 매주 수요일마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이루어지는 종군위안부 관련 항의집회가 언젠가는 마지막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안무한 작품이다. 어린 소녀가 일본인에게 납치되어 위안부로의 삶을 강요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반인륜적인 생활을 강요당한 조선여성들의 고초를 그려내는 동안 비춰지는 일본군들의 모습은 패배주의에 대한 표현으로 인식될 만큼 작품 속에서 적나라하게 묘사되었다. 『마지막 수요일』이라는 진취적인 제목에 비해 서로가 서로를 끌어안고 서로를 치유하며 후반부로 향하는 설정은 일본정부에게 사과를 받으려는 할머니들의 투쟁과 상반되는 내용이었다. 그 때문에 아직 끝나지 않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 안무가가 자조적으로 아름답게 내버린 결론이 수요항의집회에 참가하는 할머니들의 심정을 십분 반영한 것인지 반문해 볼 문제였다.

두 번째 작품은 독립 운동가를 형으로 둔 한 할아버지의 기억을 코믹이라는 요소를 결합한 김수기 안무 『우리형』이었다. 연극전공자들을 기용해 극의 회상을 춤으로 풀어낸 것 까지는 좋았지만 이야기 속에서 묘사되는 독립군들의 캐릭터를 지나치게 희화화시켰음에 대한 지적을 피해갈 수는 없다. 이는 밤에는 독립운동을, 낮에는 종교인, 바보 혹은 트렌스 젠더로 선정한 것이 완벽한 눈속임에 대한 안무가 나름의 최선의 의도였다 치더라도 특히 여장을 한 트렌스 젠더 독립군의 가슴 좌우를 일본인이 총을 쏘는 대목에서 그때마다 가슴을 감싼 패드를 빼는 설정으로 ‘웃음 포인트‘로 삼았다는데 대한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느껴지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70살이 된 독립군의 동생이 “젊은것들이 형이 그렇게 고생하며 나라를 지키려 한걸 알까 몰라” 한 독백을 ‘그 누구보다도 안무가가 느끼고는 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기도 했다.
당시 화기애애했던 객석의 분위기 때문에 공연에 대한 본인의 견해가 극히 개인적이었다고 치부하더라도, 생존해 계시는 피해 할머니들과 광복회 할아버지들을 모시고 그분들에게 평가를 맡기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려 본다.

박진영 안무 『바람의 기억, 강물에 흐르다』는 근대화의 굴곡에 대한 이야기다. 오늘날 국민소득 2만 달러의 자리에 있게 한 한강의 기적을 의도했기 때문에 재즈풍의 라이브 밴드에 맞춘 경쾌한 춤과 음악이 『마지막 수요일』과 『우리형』과는 확실히 차별화 된 소재와 구성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희생에 따른 희망을 라이브 음악과 다양한 군무로 연출해서 밝은 미래를 암시하며 열일곱 번째 묵간의 대단원을 내렸지만, 작품의 의도를 읽어보지 않고서는 작품 속에서는 제목에 대한 의도를 찾을 수가 없는 아쉬움이 있었다. 세 작품 모두 춤의 테크닉의 완성도는 돋보였으나, 풀어나가는 과정에 있어서는 아쉽게도 역사와 같은 문제를 소재로 다루기에는 이들의 연륜에서 버거웠음을 드러낸 무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