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살롱

8월이다. 광복 70년이 되는 달이다. 영화 ‘암살’이 큰 화제다. 공연예술에선 어떤 작품이 있는가? 뮤지컬 「아리랑」이 있다.
뮤지컬 「아리랑」에는 박명성 프로듀서가 있다. 대한민국에 유능한 뮤지컬 프로듀서가 많지만 역사인식을 제대로 갖춘 프로듀서는 얼마나 될까? 박명성이란 존재가 그래서 돋보인다. 뮤지컬 「아이다」에서 핍박 받는 누비아 백성들이 조국을 그리며 노래하는 장면을 보면서, 우리 민족의 아리아인 「아리랑」을 떠올렸단다. 뮤지컬 「아리랑」은 고선웅이 대본과 연출을 맡았다. 대하소설을 압축하는 능력이 돋보였다. 고선웅이 아리랑을 통해서 보여주고자 한 정서이자 미학은 ‘애이불비’다. 우리 민족의 역사에서, 애이불비란 개념을 처음 쓴 인물은 우륵이다. 이 애이불비와 쌍을 이루는 앞의 말이 있다. 락이불류(樂而不流)이다. ‘락이불류 애이불비’는 곧 중용의 미학이다. 뮤지컬 「아리랑」을 통해서, 그의 의도는 통한 것 같기도 하고, 통하지 못한 것도 있어 보인다. 그간 고선웅의 작품에서 이런 정서는 돋보였다. 그의 앞선 작품에선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났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작품 「아리랑」에선 그의 이런 장기가 크게 발휘를 하지 못한 것 같다. 긍정적으로 찾는다면, 송수익 일행이 부르는 「진도아리랑」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일반적인 뮤지컬의 잣대로 「아리랑」을 본다면, 그건 뮤지컬의 구비조건이나 진행방식을 효과적이었다고 보긴 어렵다. 우선은 노래의 가사와 가창을 통한 감동을 주는 것이 우선이며, 이어서 노래를 통해서 상황적 전개와 감정적 증폭이 고양되어야 한다. 뮤지컬 「아리랑」에선 전자는 인정해도, 후자는 미흡하다. 후자를 억제(?)하는 것이 고선웅의 연출방식이고, 아리랑에서 담고자 하는 ‘애이불비’라고 하는 의견도 있는 것 같다. 내겐 이것은 일종의 억지(!)처럼 보인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고’, ‘눈물이 나도, 그저 웃어버린다’는 정서가 아직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고선웅이 앞으로 대극장에서의 음악극 연출을 충분히 잘 해 낼 수 있다는 믿음은 있지만, 아직은 분명 부족한 아쉬움이 눈에 띤다. 이번 작품은 고선웅이 대본과 연출로 참여한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설명하려 하고 주장하려 한다. 그게 아쉽다. 특히 음악을 매개로 하는 작품일수록, 이런 것은 내세우지 않는 것이 더 돋보일 수 있다. 뮤지컬 「아리랑」의 작곡은 김대성이 맡았다. 노래를 통해서 진정성이 전달된다. 그의 이번 뮤지컬음악은 서구의 뮤지컬의 그것과도 다르고, 한국에서 유행하는 뮤지컬음악의 경향과도 다르다. 노래(작곡)를 통해 전달되는 진정성은 있으나, 편곡에는 아쉬움이 있다. 그건 오히려 서구의 뮤지컬이나 현대 한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대중적인 뮤지컬의 악기 쓰임새나 편곡방식을 참고하는 것이 유용해 보인다.
영화와 뮤지컬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영화는 한번 만들면 끝이다. 바꿀 수 없다. 반면 뮤지컬과 같은 공연물은 그렇지 않다. 계속 공연되면서, 업그레이드된다. 아마 박명성 프로듀서가 가장 바라는 것이 아닐까? 고선웅 연출을 중심으로, 이 작품이 계속 승화가 되길 바란다. 이 시대의 ‘애이불비’를 진정 몸으로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