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살롱

얼마 전 유명작가의 표절 시비로 몸살을 앓았던 우리 출판계가 이번에는 사재기 파동으로 뒤숭숭하다. 한마디로 바람 잘 날 없는 형국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산하 출판유통심의위원회는 7월 중순 회의를 열어 모 출판사의 문학 분야 신간 2종의 일부 구매행위에서 사재기 의혹을 적발했으며, 주요 서점 판매순위 목록에서 삭제하는 등 조치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판유통심의위원회는 구체적으로 이 신간들에 대해 다량의 중복 구매와 중복 수령 행위에 대한 증거를 확보했는데, 이번 사재기 수법은 같은 주소로 여러 서점에서 동일한 서적을 주문하는 방식이어서 매우 초보적 수준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재기 의혹을 받은 모 출판사는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했을 뿐만 아니라 출판유통심의위원회 처분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재빠르게 제기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이번 파문은 쉽사리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13년에도 사재기를 둘러싼 논란은 해당 출판사의 법적 대응으로 이어졌고, 사재기 행위로 인한 출판계 전체의 이미지실추와 독자이탈이라는 상처만 남긴 채 겨우 봉합되었던 적이 있었기에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안타까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사실 예전부터 출판사 관계자들은 사재기 유혹을 쉽게 뿌리치기 어려운 베스트셀러 집계 시스템에 대한 개선방안을 다각도로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비싼 광고비를 들이는 것보다 사재기를 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나 효과 측면에서 훨씬 이득을 주기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일정기간 동안 많이 팔리는 베스트셀러 목록은 독자들이 도서를 구매하는 데 결정적인 기준이 되어 왔다. 베스트셀러는 곧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 또는 ‘베스트북, 즉 좋은 책’일 것이라는 암묵적 믿음이 독자들 사이에 퍼져 있다는 점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자사 도서를 올리는 일은 어찌 보면 출판사의 사활이 달린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사재기 행위를 통해 조작된 결과라면, 그것은 독자들을 속인 ‘사기행위’가 아닐 수 없다. 독자들을 ‘호갱’으로 여긴 결과인 셈이다.
우리 출판계는 그 동안 책의 가치를 경제적 잣대로 판단할 수 없다는 전제 아래 일반적인 시장원리에서 벗어나는 「도서정가제」 전면 시행을 추진했고 관철시켰다. 그러나 비윤리적인 마케팅의 방식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사재기 행위가 만연하게 되면 지고지순한 문화적 가치로서의 숭서(崇書) 의식을 주장하는 일은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뿐만 아니라 사재기를 근절하고 행여라도 발각되는 경우에는 엄중한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독자들의 이탈 현상은 더욱 가속될 것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서점들이 개별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베스트셀러 집계 및 공표 방식을 좀더 정교화해서 사재기 자체가 불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전국적인 판매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POS(Point of Sales)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에 서점계 전체가 나서주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사재기로 만든 베스트셀러는 독자들이 떠나는 쓸쓸한 뒤안길에 버려진 쓰레기일 뿐임을 절대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