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좌담

연극, 영화, 사진, 미용, 영양, 보건 분야까지 교사자격증이 주어지는데 무용교사자격증만 없어
이동우 _ 한국의 춤 분야는 그 위상이 나날이 높아져만 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무용인들의 활동이 대외적으로 두드러져있고 그 이전에 한민족의 DNA속에 잠재된 예술혼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반면에 춤에 대한 일반인들의 의식은 음악과 미술에 비해 대중의 진입장벽이 아직까지는 높다고 말 할 수 있겠습니다. 일반 학과교육에서부터 접근성이 음악과 미술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여기에 대해 한국무용교육학회 김화숙, 신은경 두 분을 모시고 초·중·고교의 춤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춤에 대한 편견의 원인에 대해 이야기로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일반 초·중·고 예체능 교과서는 음악, 미술 분야는 교과서가 분리되어있지요. 지금도 그러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무용학과는 체육 교과서 안에서 한 두 페이지 분량으로만 다루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물론 학교수업으로서 체육과목 자체만으로도 개인의 체력단련과 지구력을 길러주거나 팀워크를 이루도록 하는 인성교육에 있어서 이만한 수업은 없다고 봐요. 그런데 한편으로 체육은 경쟁을 기본으로 해서 누가 더 잘하고, 득점을 더 하느냐를 따져서 경쟁심을 유발하지요, 반면에 무용은 순수한 팀워크 자체이기 때문에 체육과 많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춤에 대한 인식이 학교 교육 안에서 많이 부족하고, 주로 여학생에 국한되어 있지 않나 싶어요.
김화숙 _ 요즘 다른 장르의 공연장에 가보면 일반 관객들이 굉장히 많은데 우리 무용 공연은 대부분 무용계 식구들만 와서 보고 있어요. 정말 일 년 365일 무용 공연이 계속되는데 극장에 가서 보면 너무 안타까운 게 관객이 별로 없다는 점이에요. 그 근본적 이유는 바로 학교 교육과 관련되어 있어요. 학교 다닐 때 무용을 접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죠. 특히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남학생들은 한 번도 해보지 않고 졸업하죠. 현재 교육과정 상에 남학생들에게도 무용을 가르치도록 되어 있는데, 안 하고 지나가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버린 거죠.
이동우 _ 체육교사, 특히 남자교사들이 무용을 몰라요. 저는 초등학교, 중학교 모두 남녀공학을 다녔는데요, 모두 남자교사에게서 체육을 배웠습니다. 그래서인지, 무용 부분은 생략하고 넘어가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그나마 초등학교 때는 선택권을 주어 뜀틀 넘기나 춤을 준비해와 교실에서 발표하기 중 양자택일하게 했던 것이 다행이라고나 할까요? 당시 저를 포함, 단 세 명만 발표했습니다. 저는 배웠던 것을 추었고, 그 중 한 친구는 어머니의 그릇 닦는 모습을 보고 서투르지만 자신이 직접 피아노를 연주한 음악과 노래를 가지고 발표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와서 보니 그게 진짜 춤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유년기에서부터 무용학과는 체육의 일부분으로 속해 있고, 남자는 무용을 안 배워도, 안 가르쳐도 되는 것이 하나의 면책권이 되기 때문이죠.
김화숙 _ 그렇죠. 결과적으로 무용교사가 없기 때문이거든요. 과거에 우리가 고등학교 다닐 때는 분명히 시간표에 무용시간이 있었어요.
이동우 _ 네. 체육교사가 세 분 계시면 체육이 두 분, 무용 한 분은 꼭 계셨어요.
김화숙 _ 맞아요. 무용교사가 반드시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없어지기 시작했고, 무용교사가 없기 때문에 무용 시간은 그냥 지나쳐버리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요.
7차 교육과정까지는 국민공통교과 10개 안에 음악, 미술교과가 있었지만, 미래형 교육과정이 발표되면서 국민공통교과는 10개에서 8개로 줄어들었고 음악, 미술이 단독 교과가 아니라 예술이라는 교과안에 즉 괄호 열고 음악, 미술이 포함되어 있게 된 거죠.
“무용교육발전추진위원회”(이하 무교추)에서는 이렇게 “예술(음악, 미술)교과”로 결정될 때 공청회에 참석했었어요. 거기서 우리나라는 왜 예술교과에 음악, 미술밖에 없는가? 라는 문제 제기를 했어요. 우리는 결과적으로 학교교육에서 모든 국민에게 예술은 음악, 미술 밖에 없다고 가르치는 것이 되니까 무용, 연극, 영화도 포함시켜 달라고 했었습니다. 그 제안이 아마 공청회 공식적인 기록으로 남아 있을 거예요.
‘무교추’는 2002년에 발족했는데, 지금까지 10여 년 동안 무용이 독립된 교과로 지정받기 위한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무용을 체육교과의 한 단원으로 취급하지 말고 예술교육 안에서 독립된 과목으로 다뤄지게 해달라고 그동안 국회에 정식으로 청원서를 제출했고, 관계 기관에도 여러 번 건의를 했습니다. 특히, 무용교과가 학교 안에 정체성을 가지려면 무용교사자격증이 필요합니다.
또한 우리 무용하는 사람들의 의식구조도 좀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서 10년 동안 세미나를 13번, 무용인 좌담회도 13번 정도 개최를 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일을 하면서 가장 크게 걸림돌이 된 것은 우리 무용계 내부의 인식이었어요. 지금까지 교육을 그렇게 받아 왔기 때문에 체육 속에 무용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오히려 ‘체육교사 자격증을 받으면 체육교사도 할 수 있고, 무용 교사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갖고 있고, ‘무용이 체육에서 떨어져 나오면 어떻게 될까’ 하는 불안감까지 갖고 있더라고요. 그만큼 교육의 영향이 무서운 것이죠.
그래서 이 일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무용계 내부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었지요, 아마도 우리 무용계에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일은 훨씬 더 수월했을 거예요.
그런데 우리가 교육부에 가서 면담도 하고, 교육부에 공문 발송도 수없이 했지만, 현재 까지도 연극, 영화, 사진, 미용, 영양, 보건 분야까지 교사자격증이 주어지는데…, 우리 무용교사자격증만 없어요. 무용은 체육 안에 한 부분으로 있으니까 체육교사자격증만 있으면 된다는 거죠. 이것은 바로 학교 안에서 무용을 예술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고, 결국은 교육부가 무용을 예술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요. 행정기관에서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체육의 범주 안에 넣어 버리니까요.
하지만 이건 분명히 행정 구조상으로 잘못 되어 있는 것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분류에서는 무용이 체육이 아니라 예술로 분류되어 있어요. 만약에 무용이 체육으로 분류된다면 무용도 올림픽에 나가서 경기를 해야죠. 그렇지만 ’88 서울올림픽 때나 2002 월드컵 때도 무용은 식전·식후 예술 행사로 진행했었지요. 이렇게 국가 자체가 교육과 문화적 측면에서 무용에 대한 상반된 시각을 갖고 있는데 하루 빨리 행정적 모순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더욱이 예술중학교와 예술고등학교에 무용과가 있는데, 무용교사자격증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일입니다.
이동우 _ 서울예고의 영문 표기가 ‘Seoul Arts High School’이 되었지만 예전에 ‘Seoul High School of Music & Arts’였을땐 ‘Dance’가 빠져 있어서 오래 전부터 무용과 측의 불만이 있었습니다. 이래저래 무용은 과거나 현재나 체육, 아니면 예술 안에서 뭉뚱그려져 있는 존재라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공교육 기관인 서울대학교에 무용과가 없다는 것도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2005년부터 ‘예술강사지원사업’으로, 초등학교의 경우 창의적 체험 활동, 방과 후 활동, 토요 교실 등을 통해서 무용 수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김화숙 _ 그래도 과거에 비해 고등교육 안에서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예전에는 무용이 거의 대부분 체육대학에 속해 있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숙명여대만 이과 대학에 속해 있고, 전부 예술대학에 속해 있거든요. 대학은 이미 개선이 된 거죠.
그런데 아직 중·고등학교 교육 안에서는 별도의 한 과목으로 지정되지 못했어요. 그래도 다행스러운 일은 2005년부터 「예술강사지원사업」(구 강사풀 제도)에 무용분야도 합류하면서, 초등학교의 경우는 창의적 체험 활동, 방과 후 활동, 토요 교실 등을 통해서 무용 수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중, 고등학교는 체육수업의 무용 단원을 지도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자료를 확인해보니 150개 학교에서 무용 수업을 실시하게 되니 10만 명 정도 무용 수업을 듣게 되더군요. 초등학교의 경우 한 무용 강사가 전 학년을 다 가르치게 되는 거죠, 더욱이 학생 입장에서는 한 번이 아니라 일 년 동안 무용 수업을 받게 되니 무용에 대한 인식변화는 확실하게 되는 거죠. 그런데 지금은 1,000여개 학교가 무용 수업을 시행하고 있으니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무용 수업의 혜택을 받고 있는지요! 무용 분야는 올 해로 9년째가 되었으니 초등학교 5~6학년 때 무용 수업을 받았던 학생은 벌써 대학생이 되었겠네요. 이렇게 무용 수업을 받은 학생들이 사회에 나온다면 무용에 대한 인식도는 많이 바뀌겠지요?
2005년에 100개 학교, 100명의 강사로 시작했던 것이 현재는 1,000개 학교에 750명 정도, 그리고 사회교육 분야에 100명의 무용 강사가 나가고 있으니, 무용학과 졸업생들의 취업에도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 거죠.
2009년까지는 무용 강사 선정 조건을 반드시 무용(학)과 졸업생이어야 하며, 교사자격증 소지자를 우선으로 했었지요. 이렇게 고집을 했던 이유는 바로 대학 무용(학)과의 정체성 확립과 한편으로는 질적으로 우수한 교사를 확보하려는 전략이었습니다. 이것은 질 높은 교사가 양질의 프로그램으로 잘 가르쳤을 때만이 무용 수업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었지요. 결국 지도자가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 무용교과의 필요성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니까요. 학교교육 안에서 무용 수업이 활성화 되고, 그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무용에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