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살롱

“모든 출판인들의 축제라기엔 많이 아쉬운 행사였다.”
“대형 출판사들의 재고 정리 행사로 자리 잡은 듯한, 국제도서전이라기엔 민망한, 그냥 큰 서점에 온 것 같은 느낌밖엔 없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서울국제도서전」이 코엑스에서 열렸다. 그리고 또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어김없이 서울 도서전 참관기를 써내라는 과제를 내주었고, 그 중 몇몇 똑똑한(?) 학생들이 위와 같은 소감을 피력해서 나를 놀라게 했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건만, 우리 학생들이 보기에도 해마다 되풀이되는 「서울국제도서전」의 열악한 풍경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올해의 주빈국인 인도를 비롯해 25개국, 600여 출판관련 기업과 단체가 참가했고 13만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고는 하지만. 도서전에 직접 참가했거나 잠시라도 다녀온 사람이라면 그 규모의 부실함을 금방 느끼고도 남는다.
개막식에 대통령이 참석해서 구입한 책이 졸지에 베스트셀러가 되는 풍경 또한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우리 독서현장의 황폐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 주최측이 내건 “책, 사람 그리고 미래”라는 캐치프레이즈가 구현되는 도서전이 되려면 최소한 다음과 같은 모습이 담겨야 하지 않을까.
첫째, 명실 공히 편집디자인·장정·제본·인쇄술을 포함한 한국 출판물의 우수성을 전 세계 출판인들에게 적극 홍보하는 마당이 되어야 한다.
둘째, 출판인 전체의 단합을 도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럼에도 유명 단행본출판사들 상당수가 보이지 않았다.
셋째, 저작권 수출보다는 수입에만 적극적인 우리 출판계 풍토가 우리 저작권을 적극적으로 수출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마당이 되어야 한다.
넷째, 우리 고유의 문자인 ‘한글’의 우수성을 확실하게 알릴 수 있도록 모든 전시자료의 번역본뿐만 아니라 예술적으로 디자인된 한글본을 같이 전시함으로써 한글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다섯째, 종이책뿐만 아니라 전자책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출판물에 대한 발전 양상을 고르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전자책 기업들이 참가하지 않았다.
여섯째, 이상과 같은 기대효과를 모두 달성하기 위해서는 도서전 행사현장에서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이므로 분야별 통역요원 선발작업과 함께 출판 및 저작권에 관한 엄격한 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출판의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 되지만, 일부 종교 관련 출판사들의 무분별한 선교활동과 특정 종교인에 대한 우상화에 가까운 행태는 「서울국제도서전」을 찾는 일반국민들의 관람권을 해치는 주범으로 지목되곤 한다는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부디 이제부터 「서울국제도서전」이 국제적인 동시에 다분히 한국적인 연례행사로 자리 잡음으로써 문화융성을 기대하는 우리 국민들의 무한한 자부심으로 남기를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