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 인터뷰

■ 때 : 2013년 6월 17일
■ 곳 : 춤지 편집실

─ 우선 국가공인 교육자자격증 (Dipl셫e d’ETA. Professeur de Danse) 시험합격을 축하한다. 어떤 자격증인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풀어서 설명해 달라.
* 1992년에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무용교사 자격증이다. 자격증 시험제도를 신설한 이유는 배경은 기존의 무용교수법이 신체에 너무 무리하게 가르치는 경향이 있어 부상이 많았기 때문이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 해달라.
* 시험에는 무용실기, 무용음악, 무용이론, 무용교육이 있으며, 무용학교에서 3년에 걸쳐 시험을 준비한다. 그런데 프랑스에서 3년 이상 프로무용수로 활동한 사람은 앞의 실기, 음악, 이론 부분을 인정하여 마지막 무용교육수업만 받으면 되는데, 마지막 시험을 치고 학위를 받는 경우와, 시험을 치지 않고 학위를 받는 경우가 있다.

─ 시험을 치고 학위를 받은 한국인 최초로 알고 있다.
* 나는 한국인이 드문 프랑스 남부인 몽펠리에에서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걸로 알고 있지만 파리에서 이 시험에 합격한 한국인이 있을 수도 있으니 확실하지는 않다.
현대무용가 김남진, 김희진 씨 등은 프랑스 국립무용단에 있었기 때문에 시험을 치르지 않고 바로 인정된 걸로 알고 있다. 프랑스 법상 국립이라는 타이틀이 있는 단체에서 3년 이상 활동한 무용수들은 200시간의 교수법만 연수받으면 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자격을 인정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원하면 시험을 볼 수도 있다.

─ 이 자격증을 취득하면 무슨 혜택이 있는가?
* 안무가로서 무용학교나 콘서바투아 등에서 아뜰리에나 내가 안무한 작품을 학생들에게 주는 것은 가능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이 자격증 없이 정상적인 춤 교육을 법적으로 가르칠 수 없다.

─ 아뜰리에와 춤 교육의 차이를 설명 해 달라.
* 아뜰리에란 안무가와 작업을 하는 시간 중 에너지 교감이나 감성교육을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는 시간을 말한다. 수업이란 무용수들의 체격과 춤의 자세 등 실기 테크닉을 만드는데 시간을 할애하는 작업이다.

─ 감성교육이란 각자가 보고, 느낀 차이점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작업이라 보면 되는가?
* 그렇다. 아뜰리에는 상대적인 것인데 예를 들어, 각자가 보고 느낀 것을 단어로 표현해내는 것과 같이 다양한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다. 무용교육은 테크닉을 의미하며 엄격히 정해진 무용의 원리로 해석하면 되겠다. 이를 프랑스에서는 “기초예술”이라 부른다. 그 원리를 가지고 안무가들은 자신의 작품에 응용과 변형을 하며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본인이 받은 디플롬은 실기 원리를 가르칠 수 있는 자격증을 받은 것이다.

─ 단순한 것이 더 어려울 수도 있을 텐데.
* 간단한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플리에 자세를 취할 때, 바닥에 발을 얹고 다리를 벌리고 팔을 움직일 때 어떤 근육이 어디에서 시작되는 등 복잡한 신체 구조의 움직임을 말로써 납득시켜야하니 복잡할 수밖에 없다.

─ 한국 교수법과의 차이점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 프랑스에서는 실기테크닉 수업에서 원리를 가르치지만, 한국에서는 (경험상) 동작을 가르친다는 점에서 차이를 느낀다.

─ 프랑스로 발레를 공부하러간 지인에게서 첫 강의시간에 전신 해골을 가져다놓고 해부학 못지않은 수업을 가르치더라는 경험담을 들은 적이 있다. 굉장히 과학적이다.
* 원리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지식을 가지고 접근하고 연습하면 틀림이 없는 것이다.　

─ 한국에서는 원리교육의 강도가 약하기 때문에 교사는 상대적인 것을 요구한다. 그 때문에 학생이 교사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면 교사는 학생만 다그치게 되고 급기야는 실력 없는 학생이 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워낙 아뜰리에 요소가 교육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원리교육이 필요하다.
* 덧붙이자면 수업 방법에 있어서는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교수법에 있어서, 한 번에 많은 것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한 번에 한 가지 원리만을 가르쳐서 다음번에 못 할 때는 다시 반복시키고, 발전이 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식으로 쌓아가는 것이다. 가르침은 인내심을 요구하는 것이다.

─ 교육의 단계가 어떻게 되나?
* 기초반, 중급 I & II 그 다음 고급반으로 나눈다. 교육 실기시험 때는 중급 I & II 그리고 고급반 이 세 가지를 두고 시험 30분 전에 반이 배정된다. 그러니까 이 세 가지를 가르칠 수 있는 준비가 다 돼있어야 하는 것이다. 각 레벨에서 요구되는 교수법의 핵심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 가르치는 내용이 레벨마다 다른가?
* 아니다. 발레 시스템에 근거하며 모두 플리에 에서부터 시작한다. 레벨마다 심도만 다를 뿐이다.

─ 이 자격증 준비를 언제부터 생각했나?
* 무용을 가르치려면 몸의 움직임을 알아야하니까 ‘이왕 할 거면 확실하게 다 배워보자‘는 생각에 600시간 이상 소요되는 코스로 정했다. 그래서 2012년 9월에 몸 풀기부터 시작했다. 무용교육프로그램은 200시간, 400시간, 600시간 이상이 있다.

─ 자격증 분야는 당연히 발레와 현대춤을 포함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 재즈도 포함되어있다. 재즈 같은 경우는 테크닉이 좀 다르다. 나는 현대춤 분야만 배웠다.

─ 그외 무용 교사자격증 종목이 더 있는지?
* 무용학교에서는 3년에 걸쳐 시험을 통해 학위를 취득하는데 교수법(어린이 교육, 전문가교육), 무용실기, 무용이론, 무용음악, 무용교육, 무용분석, 즉흥 등 굉장히 세분화 되어있다.

─ 1인다역을 소화하려는 한국의 무용가들과는 퍽이나 대조적이다.
* 프랑스에서도 두세 가지를 가르치는 사람들도 있다. 젊었을 때 무용실기와 교육을 가르치다가 나이가 드니까 실기를 그만두고 교육과 즉흥을 가르치는, 그런 경우다.

─ 자격증 취득이후 개인의 안무상으로 변화된 부분이 있는지?
* 합격 결과가 이번 6월에 나왔기 때문에 아직 무용수들과의 작업은 해보지 않은 상태여서 아직까지 차이를 느낄 새가 없었다. 하지만 프랑스 무용수들에게 설명할 때 아무래도 좀 더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용어들을 사용하게 되지 않을까싶다.

─ 시험 진행과 내용은 어떻게 되나?
* 5명의 심사위원이 참석하는데, 프랑스문화부 내 무용교육담당 1명, 무용분석전문가 1명, 무용실기전문가(CA) 1명, 교수법지도자 1명 그리고 예술가 1명이 배석한다. 모두 실기이며, 어린이 교육수업 30분, 전문무용 교육수업 40분, 교육에 대한 인터뷰 30분 이렇게 구성되어있다. 실기전문가 자격증(CA)은 훨씬 격이 있고 콘서바투아의 원장까지 갈수 있는 자격이 주어져서 아무나 할 수 없고, 일정한 자격이 주어져야한다.

─ 이렇게 절차가 까다로운데 게다가 프랑스어로 해야 하니 남들의 배가 힘들었던 만큼 보람도 크겠다.
* 힘도 들었지만 많이도 배웠다. 5명의 심사위원과 프랑스인들 앞에서 외국어로 가르치고 시험을 본다는 것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원장으로부터 “용기 있다!”는 칭찬도 들었다. 그런데 이 과정을 가르치는 분이 “심사위원들이 나쁜 사람들이 아니고, 당신이 외국인이라는 것도 다 알기 때문에, 시범하면서 가르치는 부분에 얼마만큼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조언을 해주었다.

─ 어린이에서부터 성인까지 대상에 따라 다른 눈높이로 시도하는 것이 더 어려웠겠다.
* 성인들과만 작업하다보니 어린이들이 자신의 시범을 못 따라했을 때가 당황스럽지만, 어차피 못 따라하는 학생들이 있는 것은 당연하니까 임기응변과 순발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첫 번에 못해내면 다른 방식으로 설명을 해서 이끌어내야하기 때문에 눈높이에 맞는 설명을 통해 학생들의 동작에서 실제 변화를 보여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

─ 이러한 교육 제도는 한국에서도 절실한 것 같다.
* 한국인이라서 그런지 자격증 준비를 하는 동안 한국 생각이 많이 났다.

─ 오랜 시간 할애에 감사드리며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
* 몽펠리에로 돌아가면 동료들과 신작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한국에 잠깐 쉬러오는 정도였지만 앞으로는 젊은 무용수들과 대화의 시간도 가지며 내가 배운 것을 공유하며 공연을 모색하는 기회도 생겼으면 좋겠다. 초대해주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