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살롱

6월 중순 거의 모든 신문들이 한국일보 사태를 다루었다.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6월17일치 또는 18일치 신문의 제목을 훑어보면 다음과 같다.
▲경향신문=한국일보 편집국 폐쇄 … 사측 10여명이 제작 ‘초유 사태’
▲국민일보=사주 비리 싸고 갈등 … 파국 치닫는 59년 역사 한국일보/노사 이전투구 … ‘편집국 폐쇄’ 사태
▲동아일보=한국일보 사측, 용역 동원 편집국 봉쇄/기자들에 ‘근로제공 확약서’ 강요/기사 작성 시스템-아이디 폐쇄도
▲서울신문=한국일보 사측 편집국 봉쇄/‘근로제공 확약서’ 서명 강요 … 외부 용역도 동원/기사 작성 시스템 폐쇄… 오늘부터 발행부수 축소
▲세계일보=‘노사갈등’ 한국일보 편집국 봉쇄 사태
▲조선일보=한국일보 노사(勞使) 극한 대립/사측, 용역 동원 편집국 봉쇄/노조원 130여명은 집회 열어 이틀째 신문지면 축소 제작
▲중앙일보=한국일보 편집국 폐쇄/사측 ‘지면 축소 발행’/사주 200억 배임 의혹 등에/기자들 반발하자 전격 조치/180여명 기사 작성도 차단
▲한겨레=장재구 회장 용역 대동해 기자들 내쫓고 ‘편집국 기습 봉쇄’(전면)
한국일보는 6월17일치 1면 머리쪽에 ‘독자 여러분께 양해 말씀 드립니다’라는 제목아래 ‘한국일보 발행인 박진열’의 이름으로 사고(社告)를 실었다.
이 사고에서 회사측은 이렇게 밝혔다.
“지난달 초부터 회사의 인사 발령에 불만을 품은 일부 편집국 전직 간부와 노조의 반발로 40일 넘게 정상적인 신문 제작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 회사는 더 이상 파행적인 신문 발행이 계속돼서는 안된다는 판단아래 16일 신임 편집국장(직대)과 신임 부장단 그리고 지면 제작에 동참하는 기자들과 함께 신문 제작 정상화에 팔을 걷고 나섰습니다. 그간 일부 편집국 전직 간부와 노조원들이 점거해 오던 편집국을 되찾고, 언론사 본연의 임무인 신문 제작을 바로 잡았습니다 … ”
일부 신문은 계속 ‘속보’를 내보냈다. 특히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집중 보도를 했다. 경향신문은 이미 6월11일치에 “장재구 회장 ‘한국일보 별도 신문제작’ 초강경”이란 큰 제목아래 ‘거부 땐 편집국 폐쇄’/기자 추가 징계 뜻 밝혀/노사갈등 갈수록 첨예 라는 소제목을 달아 1주일 뒤의 사태를 일찌감치 예고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한국일보 사태 발생과 함께 그날로 사설을 썼다. 경향신문은 ‘한국일보 편집국은 다시 열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한겨레는 ‘한국일보, 편집국 봉쇄 풀고 검찰 수사 기다려야’라고 당부했다. 한겨레는 6월22일치에도 또 사설을 실었다. 제목은 ‘최악의 사주가 초래한 한국일보 사태’였다.
‘사주의 비리’나 ‘편집국 폐쇄’에 대해서 소상히 알고 싶지 않다. 내년이면 환갑을 맞이하는 한국일보가 슬플 뿐이다. 1977년 환갑을 2년 넘기고 세상을 떠난 창업사주 장기영(張基榮·1916~1977). 창업(創業)보다 수성(守成)이 더 어렵다는 말이 실감난다. 아,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