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살롱

베토벤이 태어난 본(Bonn) 시 한 복판에는 포펠스도르프 라는 작은 성이 하나 있다. 본 대학교 생물학과의 식물학 연구소인 이곳은 시민들의 주말 산책코스로 인기가 많다. 어린 아이 두 명이 올라가도 끄떡없는 커다란 가시연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연잎의 크기에 놀라고 언제나 깨끗하고 마른 상태로 유지되는 상태에 감탄할 때, 과학자들은 의문을 품었다. “물 위에서 자라는 연잎이 어떻게 물에 젖지 않고 항상 깨끗하게 유지될 수 있을까?”
물리학자들은 간단히 대답했다. “그거야 연잎은 물을 밀어내는 소수성(疏水性)이 매우 크기 때문이지.” 그러자 본 대학교 식물학과의 과학자들은 “그렇다면 연잎의 소수성은 어디에서 왔지?”라고 한 단계 더 나아간 질문을 했다. 그리고 그 대답을 찾았다. 그 결과 포펠스도르프 성은 과학계에서 가장 유명한 식물원이 되었다. 그들은 연잎이 매우 미세한 표면 구조를 가지고 있고 표면에 직경 1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의 소수성 왁스 결정이 코팅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매끄러운 표면과 거친 표면 가운데 어느 것에서 물이 잘 흘러내릴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매끄러운 표면에서 물이 잘 흘러내릴 것 같다. 하지만 나노 규모의 작은 구조에서는 거친 표면이 매끄러운 표면보다 소수성이 강하다. 즉 물이 더 잘 미끄러진다. 그것은 물과 고체 사이의 접촉 면적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소수성이 강한 표면에 물방울이 떨어지면 방울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표면이 조금이라도 기울어지면 미끄러져 내린다.
결국 연잎의 표면이 매우 거칠기 때문에 소나기가 심하게 내리는 동안에도 마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물방울이 쓸려 내려가면서 먼지들도 함께 가져가기 때문에 연의 잎은 자정작용(self-cleaning)을 하게 된다. 이 현상을 본 대학교의 식물학자 빌헬름 바르트로트는 ‘연꽃효과’라고 부르고 상표등록을 했다.
그러면 연꽃효과를 어디에 쓸 수 있을까? 바르트로트 교수팀은 자신의 필요한 곳에 가장 먼저 연꽃효과를 적용했다. 실험실 연구팀은 차에 꿀을 탈 때마다 불편했다. 표면이 매끈한 숟가락에서는 꿀이 넓게 펴져서 잘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들은 즉각 꿀 숟가락에 연꽃효과를 적용했다. 숟가락 표면에 1,000나노미터 크기의 실리콘 돌기를 붙였다. 실리콘 돌기 사이에 공기가 들어차서 꿀은 돌기 끝에만 살짝 묻기 때문에 표면에 퍼지지 않고 물방울 모양으로 뭉치게 되었다.
연꽃효과의 실용화에 성공한 연구팀은 비만 내리면 저절로 깨끗해지는 유리창, 물만 뿌리면 닦이는 비행기, 비를 맞으면 세차가 되는 자동차, 콜라나 케첩을 쏟아도 묻지 않고 흘러내리는 옷감, 소파 같은 가구의 먼지를 떨어뜨리는 스프레이, 대형 디스플레이의 표면 코팅제, 물만 한 번 내리면 연꽃잎처럼 깔끔해지는 변기 등 수많은 적용가능성을 발굴하였다.
과학은 질문에서 시작하며, 질문은 관찰에서 시작한다. 과학을 하려면 실험실에 처박혀있지 말고 자연 속을 돌아다녀라. 그리고 답은 이미 동료들의 머릿속에 있다. 그걸 찾아내면 된다. 과학자란 자연에서 질문을 찾고, 동료들의 아이디어에서 답을 조합해 내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