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살롱

올해 개관한 ‘군산예술의전당’에서, 「국수호춤 50년 - 전주 춤의 귀환」이 열렸다. 대한민국의 춤을 얘기할 때, 국수호라는 존재에 대해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할까? 이번 무대는 특별히 그의 춤세계의 뿌리가 된 ‘전주’에 초점이 맞춰졌다. 전주농고 농악대의 장구잽이로 출발해,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게 한 주인공! 전주 시절, 정형인에게서 배운 춤을 바탕으로 해서 완성한 ‘남무’를 볼 수 있었다. 최고의 압권은 ‘국수호류 한량무’라 할 수 있는 『장한가』였다. 역시 정형인과 박금슬을 바탕으로 해서 승화시킨 작품이다. 같은 유형의 춤이라도, 국수호가 추면 달라진다. 국수호스타일 속에서 생겨나는 스토리다. 내게 『장한가』는 한 편의 모노드라마와 같았다.
이번 「국수호춤 50년」 공연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음악이다. 모든 생음악으로 연주됐다. 연주자의 기본적인 역량과 더불어서, 명무와의 지속적인 연습량을 통해서, 그간의 춤음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느낌을 받았다. 『장한가』에서 이진우(거문고)의 거문고는 더욱더 호방호쾌(豪放豪快)하게 다가왔다. ‘남무’의 도입부에서 정광윤(대금)의 독주는 군산예술의전당을 두루 품을 것 같았다. 디딤무용단의 다섯 명의 여성무용수와 호흡을 맞춘 김민영(가야금)도 보통 듣는 「춘설」(황병기 작곡)과는 좀 다른 느낌이었다. 김민영은 특히 『남도살풀이』 음악에서 다른 악기와 다른 연주자들의 ‘걸죽한’ 느낌이 진해질 때, 이를 ‘산뜻한’ 분위기로 바꿔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이번 국수호 명무와 디딤무용단의 공연에서의 음악은, ‘바라지’가 담당했다. 바라지는 누군가를 알뜰히 돌보는 걸 말한다. 30대 중반인 강민수(타악, 부포놀음)를 리더로 하는 바라지는, 이제 서른을 바라보는 젊은이들이다. 나이와 무관하게, 음악적인 기량이 출중하다. 조성재(아쟁), 정광윤(대금), 김태영(장구) 등의 음악에는 전라도 지방의 민속음악과 무속음악이 깊이 내려와 앉아있다. 흔히 아쟁계의 중견연주자로서 이태백과 김영길을 최고로 친다. 그런데 조성재의 아쟁은 이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좀 더 다양한 음악을 접하면서, 아쟁의 쓰임새를 지금보다 더 확산해 주길 바란다. 바라지는 올해 초 국립극장의 「젠틀맨」이란 공연의 음악도 담당했다. 이 공연을 보면서, 나는 소름 돋는듯한 묘한 전율을 느낀 바 있다. 바로 김태영의 구음을 듣는 순간이었다. 젊은 시절, 박병천 선생을 본 것 같다.
앞으로 우리 전통분야에서 가장 크게 성장할 분야는 ‘연희, 타악’ 분야. ‘타고’는 그간 『코리언 드럼』이라는 국수호의 안무, 연출 작품을 통해서, 성장 발전해왔다. 동갑내기이자 중앙대동문이기도 한 김병주, 김시원, 이강일, 현호군과 후배 허종환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공연에서도 그들이 타악(북)을 매개로 해서, 공연을 보다 에너지 넘치는 무대로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천지수화』는, 다른 타악그룹이 지금까지 해내지 못했던 춤과 리듬이 결합한 작품이다. ‘장단’과 ‘사위’를 두루 아우르게 하긴 어렵다. 멤버마다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는 타고는 앞으로 사물놀이계통의 음악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의 예고편임을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