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춤기행

시디 라르비 셰르카위(Sidi Larbi Cherkaoui)의 이름이 무용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쎄드라베(C de la B)의 객원안무를 맡기 시작한 2000년 초반부터이다. 모로코인 아버지와 벨기에 플라망족 어머니를 두고 있으며, 그의 주체적인 정체성은 항상 유럽과 아랍의 그 사이의 다문화를 다루고 있다. 코란학교에서 교육을 받았고 16세부터 춤을 추기 시작한 셰르카위는 1995년 벨기에 겐트(Gand)의 무용콩쿨에서 벨기에 최고 무용 솔로상(Best Belgian Dance Solo)을 받으면서 알랭 플라텔(Alain Platel)의 눈에 띄게 되면서 미래의 인연은 이어진다. 안나 테라사 커스마커의 학교로도 유명한 파츠(P.A.R,T.S)에서 정식 현대춤 훈련과 다양한 영역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모든 표현방식을 받아들이게 된다. 힙합 단체인 방강무용단(The Bang Gang Dance Company)와 모던 재즈인 엑스트라바댄스(Extravadance)에서도 활동을 했으며, 뉴욕의 브로드웨이 댄스센터에서도 수업을 받는 등 현대춤, 힙합, 재즈, 발레, 아이리쉬 댄스, 아프리칸 댄스, 카탁 등 이러한 다양한 장르의 움직임 교육은 향후 그의 작품세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알랭 플라텔 안무작인 1998년 『바흐에 관한 무엇』에 출연을 계기로 쎄드라베에 입단하였고 자크 브렐(Jacques Brel)의 작곡의 뮤지컬에 안무를 맡았고 이 작품으로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종합예술상, 최우수 프린지상, 런던 베클레이 떼아뜨르 최고 뮤지컬상을 받으면서 인정받게 된다. 그의 승승장구는 급물결을 타고 2000년 쎄드라베 무용수들과 함께한 안무작 『아무것도(Rien de rien)』는 2002년 「모나코 댄스포럼」에서 니진스키상·최고의 안무가상을 받으면서 새로운 세대를 이어가는 스타로 우뚝 서게 된다. 2003년 초연된 『믿음(Foi)』으로 독일 「볼프스부르크 무드먼트 어워드(The Movimentos Awardin Wolfsburg)」에서 최고 안무가상을 수상하면서 벨기에 차세대 무용계의 돌풍을 일으키는 주역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유럽의 중심에 있는 쎄드라베, 빔 반데키부스, 아크라 칸 등과의 협업과 파리오페라발레단, 몬테카를로즈발레단에서의 객원 안무등 종횡무진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셰르카위는 2010년 자신의 무용단 이스트맨(Eastman)을 창단하여 안트워프(Antwerp)시에 상주하여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www.wikipdia.org 참조).

사회적 문제의식과 다양한 문화 수용
2003년 처음으로 한국에 온 쎄드라베(C dela B)는 셰르카위의 안무작 『믿음』으로 내한했다. 안무가에 의해서 중세풍의 현대 댄스 오페라로 명명된 이 작품은 인간의 무의식에 포위된 ‘인간조건’이라는 주제로 ‘당신은 무엇을 믿습니까’라는 간단한 질문으로 시작하여, 9.11사건, 이라크 전쟁, 에이즈, 이산가족, 전쟁에서 나타난 다양한 문화권에서의 다양한 인간의 아픔과 슬픔을 그려냈다. 4명의 가수, 3명의 연주자, 11명의 무용수와 배우가 함께 출연하는 작품으로 벨기에 고음악 연주단체 ‘카필라 플라멘카’가 무대 위에서 경건한 중세음악과 14세기 프랑스 음악을 연주하고, 무용수들은 다국적의 언어로 각자의 춤과 노래로 무대를 장식한다. 굳건히 믿었던 것들이 무너져버리고 패닉과 같은 현실은 오늘날 현대인들의 정신적 풍경의 단면을 그대로 표현했다.
2013년 모다페(Modafe. 국제현대무용제) 개막작으로 초청된 『바벨 Babel(2010)』은 그 동안 객원안무로 작품을 만든 것에서 벗어나 시디 라르비 셰르카위가 2010년 창단한 무용단 이스트맨(Eastman)의 첫 작품이다. 벨기에서도 많은 지원을 받고 있는 이스트맨의 작품을 프랑스 최고의 은행 베엔뻬 파리바(BNP Parisbas)가 협찬까지 하고 있으니 작업하는데 있어서 앞뒤로 든든한 단체 중에 하나이다. 오랜 파트너인 다미안 잘렛(Damien Jalet)과의 꾸준한 협업과, 다재다능한 13명의 다양한 국적을 가진 무용수들과 연기자들, 5명의 음악가, 15개의 다른 언어가 사용되었다. 영국의 조각가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가 디자인한 5개의 강철사각플레임 무대세트는 합쳐지고 분리 이동되면서 바벨의 건축적이고 구체적인 공간성을 보여주었다. 일본 전통북(와다이코)과 아랍선율의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면서 『바벨』은 소통성과 영어의 제국주의적 권력남용을 풍자하고 원초적 몸짓의 다양한 이미지와 함께 인상적인 무대를 선사한 바 있다.

유럽의 뉴벨 당스(Nouvell Danse)의 세대들이 하나 둘씩 키워냈던 차세대 안무가들이 이제는 유수의 무대에서 중심을 차지하고 무용계의 혁신과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다. 80년대 세대들이 그랬던 것처럼 21세기의 무용계의 흐름은 또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관객의 호기심과 지각을 맡겨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