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후기

1947년 신문에 ‘대학 무용연구생 모집’이란 광고를 보고 ‘이건 마치 뭐 새로운 시작을 암시하는 것 같아’ 하며 찾아간 함귀봉무용연구소, 거기서 만난 고대생 김경옥, 최창봉 … 故조동화 발행인의 오랜 친구 김경옥 선생의 유고집이 <늘봄>출판사에서 나왔다. 題하여 자전적 서사시 『꿈꾸는 미리내』, 그 안에 쓴 조동화 선생의 추모의 글 옮겨본다. (顯)

‘한국 연극계 하나밖에 없을 名文!
制作劇會 宣言文을 쓴 英雄 金京鈺의 像.
김경옥의 시집『회색의 거리를 걸어간다』에 그려진 그림을 보고
다시 그렸는데… 이 모양!’ (2011년11월9일 조동화)


灰色의 거리를 걸어간다

김경옥(金京鈺)

… 아무래도 이 길은 회색의 선이다. / 눈이 부시도록 진한 색채의 배합, 갈등 속에 / 오가는 생명들의 숨결은 오히려 잿빛으로 가라앉는다. / 지나가는 숙녀들의 옷을 벗기고 보는 눈들이 / 시치미를 떼고 찬란한 밤을 환상하는 것이다. / 혹시 운명이 누비고 갔을지 모르는 시간 사이로 꿈이 지나가고 / 사랑이 많던 시절, 언젠가 본 듯한 남자와 여자가 스치고 지나가는 / 회색의 선을 걸어가는 것이다…



음악살롱을 연재하는 이상만 선생께 전화를 드렸다가 넘어져 다치셨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곧 있을 특별세미나 때 발제를 맡아주시기로 사실 그것도 걱정이 앞섰는데 며칠전 ‘통섭의 예술시절을 연 선각자 조동화’라는 너무나 좋은 글을 보내주셨다. 퇴원하셨고 세미나에도 참석가능하시다니 천만다행, 감사드린다. 오는 11월12일 故조동화 선생1주기 특별세미나가 한국춤평론가회의 주최로 예술가의집에서 열린다.
지난 주 런던에서 36년 된, 영국을 대표하는 춤축제 ‘댄스엄브렐라’의 예술감독 엠마 글래드스톤을 만났다(92쪽 인터뷰 참고). 극장과 무용단을 지휘하는 시스템, 결국은 거기도 돈이 문제. 작고 단단하고 열정이 넘치는 엠마, 한국 춤을 런던에 소개하고 싶어 했다. 다음날 방문하려던 무용지 <댄스시어터 저널>은 이미 2013년에 문을 닫았다는 소식에 놀랐다. 이번 방문에 약속과 통역 그리고 영국가정의 격조있는 티파티 등에 초대해 준 이진아, 조지현 님께 감사드린다. (주간·조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