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에세이

1997년 공연작품 『우리 함께 춤을 춰요』로 시작된 나의 무용가로서의 사회에 대한 관심은 소외받고 차별받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받고 있는 사회 편견과 왜곡된 현실에 대한 사회 인식을 고발하고 싶었다. 장애인들의 아픈 사연과 이를 극복하는 희망의 스토리를 무용의 주제로 삼았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진흥원의 부이사장을 맡으면서였다.
2010년 『하얀 선인장』은 장애인을 무대에 올려 장애인의 몸짓과 전문무용수들의 호흡을 통하여 그들의 주제를 그들의 몸짓으로 표현하도록 하였다. 춤은 전문 무용수의 전유물은 아니다. 춤의 도구가 몸짓언어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언어를 가지고 있으며 잠재된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관람석에 앉아 감상만 하라는 법은 없다. 언어는 표현이니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목소리로 표현해보라는 것이다. 단지 무대가 갖는 세련함이 있다면 이를 극복하기위하여 더불어 공연하는 전문무용수들과 몸짓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으로 하나의 공동의 작업장인 무대가 작은 공동체가 되어 우리의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관객에게 보여주는 학습공동체의 모습을 만들고 싶었다. 장애인과 전문무용수들이 함께 하는 일련의 공연작업은 계속되었다.

2015년 공연 『아리랑 팩토리(Factory)』는 작은 춤 학습동아리가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이들이 모여 지역사회의 작은 무대 예술 축제를 마련해보는 일이다. 춤 학습동아리를 위해 특수학급 학생들과 장애청소년의 춤 학습동아리를 만들고 이를 지원해주는 일, 무대에 올릴 기존의 장애인 예술단체의 작품들을 찾아보는 일, 장애인 전문예술인들의 협업활동을 위해 의지를 모아보는 일들이 선행되었다.
4월에 있는 「한국무용제전」(주최 한국춤협회)은 『아리랑 팩토리』의 사전 공연 작업의 의미가 컸다. 「한국무용제전」에서 공연한 『아리랑과 베사메무쵸』는 『아리랑 팩토리』의 전주곡이었으며 전문무용수들만의 만들어진 작품으로 『아리랑 팩토리』 무대의 한 부분이며 중심주제이기도 하였다.
「한국무용제전」에서 발표된 『아리랑과 베사메무쵸』의 주제는 “사랑”이었다. 아리랑의 정서는 대중의 한과 슬픔이 슬픔으로 남아 있지 않고 극복되고 승화되어 슬픔 속에서 당당한 생명이 있고 흥과 기쁨으로 표현되는 사랑이다. 또한 흥은 그 뿌리에 진한 슬픔의 흔적이 있다. 슬픔도 기쁨도 함께 있고 서양도 동양의 공간도 함께 있어 공존한다. 작품 『아리랑과 베사메무쵸』에 대한 의도이기도 하고 내용이기도 하다.
아리랑 가락과 가사는 개인과 집단을 넘나드는 다양한 복합성 때문에 역사와 사회의 변화 속에서도 살아남아 강인한 적응력을 가지고 있는 우리의 민요이자 문학이며, 전통이기도 하다.
우리 민족 전체를 관통하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 있는 민족의 특수성이기도 하다. 무대에 오를 특수학급 학생, 장애청소년, 장애인 예술가, 전문무용수, 모두가 가지고 있는 아리랑이며 참석하는 모두와 관객에게 함께 있는 아리랑이다. 『아리랑 팩토리』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아리랑이 모여 공작소를 이룬다는 생각이다.
장애·비장애인 예술가 집단의 융복합 협업작업으로 이루어진 이 공연에서 무대에 참가하는 모든 이는 무용가가 아니다, 예술가가 아니다. 아니 이미 모두가 무용가이며 예술가이다. 이번 공연으로 장애·비장애인예술가 집단으로 거듭나면서 그 이름도 ‘희망의 저 너머’라는 뜻의 “저너머 Beyond(비욘드)예술단”으로 지었다.
이번 공연 『아리랑 팩토리』는 윤덕경무용단 단원들의 경험과 태크닉에 장애인,비장애인 예술가 집단이 어울려 융복합예술 협업과정을 우리의 주관적 정서를 담고 있는 아리랑 노래를 통해 표출했다.
이 극장무대의 뿌리는 사랑이다. 사회적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메말라가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공포로 일어나는 이기심이 있을 수 있다. 아리랑은 단비가 되어 메마름을 적시고 시냇물의 물줄기가 되어 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의 두려움을 보듬어 사랑의 소통을 열고 또 다른 나라의 아리랑인 「베사메 무초」와 어울리면서 인류화합의 큰 강을 만들어 사랑의 아리랑은 넓은 바다로 이를 것이다.

춤은 누구나 출 수 있다. 춤은 정서와 감정을 전달하는 의사소통의 가장 훌륭한 도구이다. 춤은 학습동아리를 만들고 동아리들은 춤을 통해 정서와 의사를 소통하며 하나의 공동체를 이룬다. 공동체들은 모여 자신들의 특징을 소개하고 다른 공동체의 이해를 통하여 지역사회를 이룬다. 작은 지역사회의 축제는 지역사회에 소속되어 공동체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일이다. 유명가수와 스타를 부를 수 있지만 참여주인은 작은 단위인 춤학습동아리들이다. 전문가들을 이들의 무대가 의미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이들의 무대가 미적으로 예술적으로 승화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이런 작업들의 공작소가 희망의 저 너머 비욘드를 바라보며 서두르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정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