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살롱

김연아가 있었고, 박태환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 국민은 피겨스케이팅과 수영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런 스타가 있었기에, 제 2의 아무개를 꿈꾸는 또 다른 예비 스타가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전통연희에서도 스타가 나와야 한다. 풍물을 비롯해서 탈춤, 무속 등 연희분야에서 젊은 스타를 기대한다.
지난 세대의 대표적 스타는 김덕수. 그와 함께 사물놀이를 알린 김용배, 이광수, 최종실 등이 스타가 되었다. 그런데 매우 안타깝게도, 그들 이후에도 한 때 사물놀이는 번창했으나, 스타는 탄생하거나 알려지지 않았다. 국내보다 해외공연에 치중한 ‘김주홍과 노름마치’의 ‘김주홍’ 정도가 후세대로 이름을 알린 스타일 것이다. 사물놀이분야에서 ‘진쇠’나 ‘사물광대’와 같은 유명그룹이 있지만, 개인의 이름은 알려진 건 아니다.
대한민국의 아이돌그룹이 유명해지는 경우를 보자. 그들은 그룹으로도 활동을 하지만, 개인적인 활동을 병행한다. 빅뱅이란 이름을 지켜나가면서도, 탑과 지드래곤이 저마다 개성적인 활약을 하고 있지 않은가? 전통연희가 집단의 예술이지만, 그 때도 기량이 출중한 개인은 주목 받았다. 돌아가신 전사섭이 그렇고, 살아계신 유지화가 그렇다. 이런 스타가 있기에, 그 장르가 더 빛이 난다. 현재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을 중심으로, 연희를 발전시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나는 가장 치중해야 할 것이 ‘스타발굴’이라고 생각한다. 이 가을에 연희분야에서 두 명의 젊은 스타를 만났다.
첫 번째 수확은 박지나다. 전통연희페스티벌(10월17~18일 북서울꿈의숲)이 열렸다. 올해는 특별히 경연종목을 신설했다. 최고의 영예는 여성 줄타기꾼(어름산이) 박지나에게 돌아갔다. 그녀는 안성시립남사당풍물단의 여러 공연을 통해서 알려졌으나, 그녀가 이렇게 하나의 「겨루기한마당」이란 ‘등용문’을 통해서 크게 주목 받기는 처음일 거다. 그녀는 줄을 타는 기예는 물론이요, 관객과의 재담에서도 월등했다. 전통연희에서 대중들의 가장 큰 관심은 역시 ‘줄타기’다. 내년에도 계속 줄타기의 젊은 스타가 발굴되길 바란다.
또 한명의 주목할 신인은 홍성현이다. 그는 ‘유소’의 단원이지만, 3년 전부터 개인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말하자면 대한민국 아이돌의 시스템과 같은 거다. 「홍성현의 초벌비」라는 제목으로, 계속 개인공연의 수준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올해는 「신의 빗방울」(10월31일 한국문화의집 코우스)이란 공연을 펼쳤다. 그가 동년배에 비해서 월등한 기량을 갖춘 건 아니다. 하지만 공연의 콘셉트나 아이디어는 높이 살만하다.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많은데, 풍물과 연희가 널리 알려지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아직은 완성도가 높다곤 할 순 없지만, 무엇보다도 연희를 가지고도 ‘레크레이션’처럼 관객과 교감하고 소통한다는 건 매우 바람직하다.
우리 연희계에 박지나와 홍성현에 버금가거나, 능가하는 젊은 예인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그들이 속한 ‘단체’와 ‘사제관계’ 속에서, 그들의 개인적 기량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고 있다. 지금 가장 절실한 건 연희계의 스타다. 이젠 연희에서도 개인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