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살롱

미술평론가이자 미술사학자로서 대한민국 문화재청장을 지낸 유홍준 교수의 역작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국내편 제8권에 이르러 드디어 ‘남한강’을 찾았다. 1993년에 출판된 제1권 ‘남도답사 일번지’는 우리 출판역사상 인문학 도서 최초로 판매부수 백만 부를 돌파하며 전국적인 답사 열풍을 몰고 왔었다. 그뿐만 아니라 주요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60주 이상 연속 오르면서 우리 독자들의 수준을 한껏 올려놓았다. 지금은 고인이 된 작가 박완서 선생은 생전에 “한때 유홍준의 신도였던 적이 있다. 그가 좋다고 말한 곳을 열심히 찾아다니면서 그가 느낀 것과 똑같이 느끼고자 했고, 그가 언급하지 않은 문화재는 거들떠보지도 않으려 했으니까”라고 할 정도였으니 이 책이 독자들에게 미친 영향은 가히 절대적이었다고 해도 좋으리라.
1권 이후 1994년에 2권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 1997년에 3권 ‘말하지 않는 것과의 대화’가 출판되었고, 1998년에 북한 답사를 끝내고 일간지에 연재했던 글을 묶어 「나의 북한 문화유산답사기」 상권 ‘평양의 날은 개었습니다’와 2001년에 하권 ‘다시 금강을 예찬하다’가 각각 출판되었다. 2011년에 6권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와 2012년에 7권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이 출판됨으로써 북한에서부터 제주도까지 다룬 형식으로 이어졌다. 2013년과 2014년에는 일본 규슈, 아스카. 나라, 교토 편이 출간됨으로써 저자 유홍준 교수의 발길은 마침내 일본열도에까지 미치게 되었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그 동안 유홍준 교수의 발길은 우리나라 한복판, 그 옛날 삼국이 치열하게 주도권 다툼을 벌였던 한반도의 중원, 곧 충청북도에는 미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남한강을 따라 우리 역사를 올곧게 간직하고 있는 단양, 제천, 충주 등 충북지역은 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없거나 다른 지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뜻일까 싶었다.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이 바로 이 지역에 있어서 지난 10여 년 동안 이리저리 살핀 결과, 적어도 우리 문화유산에 대해 말하려면 절대로 소외시켜서는 안 될 지역임에 분명하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그 의문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1권 출간 이래 22년이 흐른 2015년 9월, 드디어 남한강편 “강물은 그렇게 흘러가는데”가 나온 것이다. 나아가 서문에서 “나는 오래전부터 이 남한강을 따라 내려오면서 아름다운 강변 풍광과 그 고을의 문화유산에 얽힌 이야기를 세상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그간 내가 다녀온 것이 몇 번인지 헤아릴 수 없는데 번번이 나 혼자만 즐기기엔 너무도 아깝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구체적으로 이 책은 제1부 영월 주천강과 청령포, 제2부 충주호반: 제천·단양·충주, 제3부 남한강변의 폐사지 등으로 꾸며져 있다. 특히 제천 의림지에서 충주 목계나루까지를 다루고 있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라는 부제도 그렇거니와, 아무튼 유홍준 교수의 내공에 힘입어 화려하게 떠오른 남한강 답사기행이 때마침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제천시를 ‘2016년도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한 것과 맞물려 국민적 열풍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