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살롱

1997년 나는 제2차 「샤마니카 페스티발」 개최에 앞서 사전 답사차 네팔을 방문했다.
그때만 해도 네팔의 수도 카투만두에 이르는 길은 싱가포르에서 하루 묵거나 인도의 어느 도시를 거쳐야만 하는 불편한 상황이었다. 그만큼 네팔은 우리에게 은둔의 나라였다. 다행히도 네팔 유네스코 본부와 연락되어 좋은 학자를 소개받았고 그 분을 통하여 나는 네팔의 유명한 무당들(22개 종족 중 신통력이 제일 세다는 셀파족 무당을 중심으로)을 만나 네팔 민족의 역사와 종교의 속살을 접할 수 있는 귀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 후에도 2,3번 네팔을 방문하면서 나는 그 아름다운 나라의 발전을 어디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무엇부터 도와야 하나 고심해 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나라의 수도라는 카투만두의 시내 한복판에 있는 시장이 온통 - 우기라고는 하나 - 진흙탕길이 되어버리는게 아닌가!
나는 5,60년대 우리나라의 진흙먼지 풀풀 날리던 시골길에 양단치마저고리를 입고 한껏 모양을 낸 새댁을 보던 우리나라 옛날 광경이 불현 듯 떠올랐다. ‘나를 이 나라의 교통부 장관을 시켜준다면 나는 네팔의 국토를 가로질러 연결하는 대로부터 정비해주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인 고속도로가 우리나라 발전에 끼친 영향과 자동차 고유모델정책으로 성공한 한국의 발전상이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나라는 국토 방방곡곡이 목하 ‘천지개벽 중’이라는 놀라움을 경험한다. 서해안 시대를 여는 인천과 송도는 청라와 연계되며 대단한 변모를 시도하고 있음이 역력하다. 그 전 부촌이라고는 하나 어딘가 후진 불편함을 주던 연희동 거리를 오래간만에 가보니 관광객을 맞이할 산뜻하고 쾌적한 거리로 변모하고 있어 아기자기하면서도 사람 냄새 나는 격이 있는 거리로 변해있다. 아담하고 크지않은 상가의 물품 내용과 잘 정돈된 디스플레이의 수준은 거기 사는 사람들의 품격을 높여주었다고나 할까?!
그런가 하면, 엊그제까지만 해도 후진 동네로 알려졌던 부천과 수색, 80년대 자동차 운전 연수를 하던 한적한 시골길은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고, 장엄한 전철역과 그 안에 자리잡고 있는 상가들의 스케일이 서울보다 못할 게 없다. 목하 대한민국 국토는 천지개벽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시골과 서울의 격차가 없다. 평준화와 다양함이 가난에 눌려있던 우리의 시야와 답답하던 마음을 뻥 뚫어줄만큼 스펙타클한 정경으로 같은 수준의 도시로 스피드하게 바꾸어놓고 있다. 이제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인 우리 국민이 그에 걸맞게 변화할 차례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