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살롱

마르틴 루터 킹 2세 목사의 연설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문장이 있다. “나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로 시작하는, 이른바 「워싱턴 대행진」의 대미를 장식했던 연설이다. 1963년 8월 23일의 유서 깊은 링컨 센터 앞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로부터 1년 후 킹 목사는 「노벨 평화상」을 받았고 다음 해인 1965년 알라바마주에서 행진을 기획하게 된다.
1965년의 알라바마 상황은 흑인들에게 만만치 않았다. 법적으로 정해져있는 선거권은 갖가지 조건을 핑계 삼아 주어지지 않았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백인들에게 린치를 당해도 가해자에게 벌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 이름도 유명한 조지 웰레스(팀 로스)가 주지사로 있던 시절이었다. 영화 「셀마」는 흑인의 선거권을 요구하며 진행되었던 실화, 곧 ‘셀마에서 몽고메리 행진’을 바탕으로 만든 최초의 킹 목사 전기 영화다.
영화 「셀마」(Selma, 에바 두버네이 감독, 극영화/연대기, 미국, 2014년, 128분)의 주인공은 당연히 킹 목사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과 상황들 역시 주인공 못지않은 중요성을 가진다. 킹 목사에게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준 많은 인물들 역시 ‘셀마에서 몽고메리 행진’의 주역들이라는 뜻이다. 심지어 단지 킹 목사와 전화 통화만 했던 여가수 마할리아 잭슨이나 킹의 아내 코레타(카르멘 에조고)와 짧게 만난 또 다른 흑인 인권 운동가였던 말콤 X, 그리고 딱 한번 등장해 린든 B. 존슨 대통령(톰 윌킨스)에게 킹 목사를 파괴시킬 음흉한 계략을 제시한 FBI 국장 에드가 후버(딜런 베이커)마저 영화에 없어서는 안 될 인물들이다. 감독의 치밀한 구성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특히, 첫 장면에 등장한 애니(오프라 윈프리)는 영화의 도입부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잘 보여주는 예였다.
선거인 등기명부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기 위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애니, 그녀를 비웃으며 차갑게 대하는 담당직원. 그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냉기는 앞으로 이어질 영화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킹 목사는 성직자이자 학자이며 흑인 지도자이자 뛰어난 대중연설가다. 게다가 그가 수상한 노벨 평화상은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으로 기록된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킹 목사의 전부인가? 그 이면에 자신의 소명과 어쩔 수 없이 갖게 된 두려움과 가족과 동지들 사이에서 오는 갈등 때문에 고민하는 소박한 자아는 없는가? 영화 포스터에는 에드먼드 파티스 다리 위에 모든 사람이 무릎을 꿇고 앉아있을 때 오직 킹 목사만 의연히 서 있는 사진이 담겨 있다. 주인공 역을 한 데이빗 오예로워에게 주어진 짐의 무게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는 실제 ‘셀마에서 몽고메리 행진’에서 있었던 일을 재현하는 것이어서 그 무게감이 대단했다. 배우라면 누구나 탐낼만한 역할이고 데이빗 오예로워는 기대를 만족시켜주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킹 목사는 예의 멋진 연설을 한다. 몽고메리 시 알라바마 주 의회 앞에서 한 연설이다.
“우리는 진실을 압니다. 우리는 진실을 알고 그 진실과 함께 자유를 향해 행진할 것입니다. 우리를 누구도 멈추게 하지 못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