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춤기행

2012년 「한·핀란드 커넥션」이래로 본인은 다양한 해외 협업에 주력해왔다. 핀란드를 비롯하여 독일, 싱가폴, 최근에는 샌프란시스코 ODC컴퍼니와의 협업 등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나아가 이번 2015년 「한·덴마크 커넥션」에서는 과거 2009년 「광저우 페스티벌」에서 노르딕포커스에 함께 초청받았던 키트 존슨과의 만남이 주된 목적이기도 했다.
키트 존슨은 노르딕 지역에서는 단연코 알려진 최고의 안무가이며 미니멀한 작품으로 유럽과 아시아지역에 많이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극장공연을 벗어나 장소 특정적 공연과 다양한 커뮤니티 공연으로 활동을 넓히고 있는 안무가이다. 사실 본인에게 키트 존슨과의 협업을 위한 작업 이외에도 덴마크 현지의 다양한 문화예술 환경을 경험하는 것은 물론 충분히 훌륭한 경험이었다.
다른 참가자들보다 3일 정도 일찍 현지에 도착하여 시차적응과 스웨덴 말뫼 공연 관람은 보다 효율적이고 내실 있는 프로그램 참가를 위한 나름의 전략이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된 프로그램은 나머지 한국 참가자들의 도착 이후 정식적인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먼저 덴마크문화진흥청 방문으로 시작된 프로그램은 덴마크 문화예술을 살피기 위한 베이스 캠프 같은 역할이 되어주었다. 처음으로 방문한 덴마크댄스씨어터의 리허설 관람 그리고 차차 이어지는 덴마크 로열 극장에서의 공연 관람으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은 보다 다양한 덴마크 문화예술의 현주소를 알게 되는데 유용한 프로그램이었다.

나아가 덴마크 현대춤의 심장부라 일컫는 ‘댄스 할레네 센터’는 그야말로 명실공히 순수예술과 교육 그리고 직업단체의 상주 등 실로 다양한 조직들이 상주 해있는 곳이었다.
댄스할레네센터에서 보았던 다양한 컴퍼니들의 리허설은 본인에게 익숙해있던 현대춤의 표현의 영역과 소통의 범주에 관한 다양한 경험을 갖게 하였다. 나아가 「웍스 앤 워크」라는 듀엣 페스티벌에서 보았던 많은 2인무 작품들의 경향도 유럽의 파츠(PARTS) 학교의 경향과 일부분 유사하나 그 젊은 무용가들의 안무의 관점은 참으로 산뜻하며 아직도 과거의 표현주의적 고답성에 머물고 있는 일부 한국 안무환경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관객과 작품을 만들어가는 현대예술의 수용자미학과 직관과 이성이 함께 하는 작품 방법들은 본인에게 여러 가지 유익한 시간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프로그램의 중반, 본인에게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키트 존슨과의 협업을 위한 두 번의 미팅이 있었고 키트 존슨과의 2016,17,18년 등의 협업을 위한 소중한 씨앗을 뿌리는 자리가 있었다. 순수 극장 예술과 장소특정적 공연 그리고 커뮤니티의 영역을 넘나드는 키트 존슨과의 만남은 향후 본인의 예술 영역을 넓히는데 있어서 분명 의미있는 작업이 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고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나아가 ‘댄스 카펠트 극장’과의 아르코 팜스 선정작 『세 개의 공기』 프로모션 그리고 젊은 장소특정적 멀티 예술가인 ‘헬로 얼쓰(HELLO EARTH)’ 팀과의 협업 작업도 진행을 동시에 시키고 있다. 이 헬로 얼쓰 팀은 장소특정적 공연 및 커뮤니티에 관한 한 영역이 상당히 넓은 신예 작가들의 모임이다. 기존의 키트 존슨과는 달리 좀 더 대중에 가까운 커뮤니티 댄스를 추구하고 있는 팀으로서 환경과 전세대를 아우르는 예술형태를 지향하기에 우리나라의 신생 축제인 「제주국제예술제」에 여러 가지 형태로 협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보통 커넥션 사업의 결과는 무엇보다 매칭에 달려있다. 또한 매칭의 결과는 커넥션 사업의 근본적인 목적이기도 하다. 다행스럽게도 나와 같은 경우는 덴마크 커넥션 참가자인 탈리 라즈가(Tali razga)와의 매칭을 통해 댄스할레네극장과 프로듀싱을 겸하고 있는 현지 파트너와의 공동 매칭을 성사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덴마크 커넥션 선정자이며 동시에 댄스 할레네를 중심으로 다양한 관객과 춤을 실험하고 있는 탈리 라즈가와의 매칭은 향후 한·덴마크 커넥션 사업에 있어서 소중한 파트너쉽을 이뤄가는데 소중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
물론 이 작업들은 재원확보와 다양한 작업에 있어서의 갈등과 설득 그리고 창조적 고통이 뒤따르는 작업이며 한해로 그 결과물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길고 긴 여정과 고통들은 본인의 예술적 역량과 양국의 문화예술의 교류의 물꼬를 트는데 분명한 의미가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끝으로 2012 한·핀란드 커넥션에 이어 다시 한 번 노르딕 문화예술을 심도 있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예술경영지원센터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