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한국춤협회(이사장 백현순 한국체대 교수)는 한국창작춤의 유서깊은 축제인 「한국무용제전」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봄에는 대극장에서의 제전, 가을에는 소극장에서의 페스티벌로 한국춤계를 풍성하게 해온 이 행사는 2016년 30주년을 맞아 두 가지를 통합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일 예정으로 있어 기대를 모은다. 오늘은 지난 11월7~11일 강동아트센터 소극장드림에서 개최된 이 단체의 「29회 소극장춤페스티벌」에서 좋은 공연을 펼쳤던 안무가들과 함께 “한국춤의 전승과 창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겠다. 자기소개와 공연에 대한 설명을 바란다
* 백민경(白旼京): 한국춤협회의 사무국장을 맡고있다. 소극장춤페스티벌은 한국춤의 창작을 선도해온 우리 한국춤협회가 한국춤의 전승과 창작활성화에 의미를 두고 해마다 개최하고 있는 춤판이다. 올해도 2일간 14편의 중견들의 전통춤과 3일간 하루 3팀씩 총 9편의 젊은 무용가들의 창작춤이 공연되었다. 행사를 준비하며 작품을 병행하는게 개인적으로 어려웠다. 『나의 혁명에게』를 공연했는데 무용수들과 안무자의도만 생각하지말고 작품에 정확하게 빠져보자고 제안했다. 스스로 나에게 필요한 바램을 풀어나가는 것, 힘을 다하는 것, 그리고 함께 움직이는 신으로 춤을 구성했다. 한국체대와 중앙대 석박사를 마쳤다.
* 고경희(高京姬): 사실 1989년이래 몇 번 공연했던 경험이 있다. 매번 아쉬움이 남아서 이번에는 좋은 작품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무용수들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학교학생들이 아닌 프리랜서 무용수들과 하려니 시간이 너무 안맞았다. 정말 독립안무자들이 얼마나 힘들게 안무하는지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붕우(朋友)의 집』을 공연했는데 나는 기본적으로 한국춤답게 하고 싶었다. 유튜브 등을 통해서 요즘 춤의 스타일이나 어떤 창작자가 활동하고 있는가 늘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편인데, 요즘은 한국춤에 현대춤 무용수들도 많이 참가하는등 가늠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한국적인 냄새를 많이 풍길 수 있도록 호흡을 유지하고 디딤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던 것에 좋은 점수를 받지않았나 생각한다.
대구 효성여대, 이화여대 대학원, 한국체대 박사학위를 마쳤다. 지난해 서울무용제도 나가고, 전국무용제도 참가하는 등 활동을 해왔다. 소품일 때와 대작일 때 차이가 많이난다. 힘들지만 하고나면 뿌듯해서 자꾸 도전하게 된다.
* 신진아(辛珍娥): 전북대 출신으로 석사와 박사를 경희대에서 했다. 지방에서도 2006년부터 꾸준히 창작활동을 하면서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호남살풀이춤 이수자로, 김백봉춤보존회 사무국장, 안병주춤이음 회장을 맡고있다. 『꽃이 된 눈물II』는 힘든 것들이 모여야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뜻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이전에 창작작품을 할때는 스토리에만 치중했는데 이번에는 동작들을 세심하게 작업하려고 노력했다. 『꽃이 된 눈물I』에서는 물을 썼는데 이번에는 무대상 가능하지않아서 영상을 쓰게 되었는데, 내가 원하는 것을 어떻게 대체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해줬던 무대였다. 물을 선택했던 것도 시간의 흐름을 생각하면서, 나혼자만이 아닌 다른 누구도 같이 힘들 것이라는 걸 반영한 것이었다.
* 최윤실(崔允實): 윤수미무용단 정단원으로 동덕여대 박사과정에 있다. 무용수와 안무자로 활동하고 있는데 경력이 많지않다. 『루나 홀(Luna Hall)』은 솔로작이라서 중극장규모를 가진 강동아트센터 소극장을 혼자 채우려다보니 무대 공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마지막 설탕을 수조에 떨어뜨리는 신이 인상적이라고 하는데 외면의 화려함이 죽고나면 없어지는 허무한 것이라고 표현하고 싶었다.

─ 사실 관객이 그렇게 받아들이는지 안무자들은 궁금할 것이다. 창작을 하며 작품창작 전에 비해 본인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혹은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지 소감을 들어보고 싶다
* 고: 작품을 짤 때 플롯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동작도 동작이지만 스토리가 있어서 그 스토리를 다 풀어낼 수는 없지만 ‘아 저런 이야기구나’하고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춤을 만들고 싶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고 7~8년전 전국무용제를 준비하면서 바뀐 점이다. 이번 『붕우(朋友)의 집』도 파트를 5개로 나누어서 음악도 다르게 준비했다가 사람들이 이해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처음 시작부분에는 동작도 많이해서 신나게 태어날 때 생을 느끼고 그다음에 사를 느끼듯이 조정했던게 주효했다. 일반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춤을 하고 싶은게 나의 소망이다. 무용하는 사람들은 너무 잘 아니까 테크닉을 주로 보지만 오히려 일반사람들이 전체로 보고 더 정확하게 보는 것 같다. 예술은 일상의 산책과 같다고 생각한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중요하다. 감흥을 느끼게 되면 좋은 작품일 것이다. 일반 사람들이 재미있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 백: 처음에는 특히 소극장공연이 어려웠다. 대학졸업 후 춤추던 공간이 디딤무용단이었고, 국수호 예술감독님의 스타일 자체가 대작으로 많이 갔기 때문이다. 소극장은 소극장으로서의 무대를 구성하는 방식이 있는 거였다. 객석에 가까이 있는 만큼 무대에서 사력을 다해 토해내는 숨 조차 좋은 느낌을 줄 수 있었다.
* 신: 어릴 때는 박자에 맞춰서 동작을 맞추고 순서를 생각했는데 어느날 음악에 취해서 춤을 추고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게 너무 좋았다. 그다음부터는 창작작업을 하는데 즐거움이 있었다. 항상 안무가들이 어렵게 준비하지만 객석에서는 한국무용은 지루하다고 생각들을 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있었다. 뭔가 메시지하나라도 전달받게하고 싶은게 창작할 때 내 마음이다. 일반 관객 단 한 사람에게라도 힐링하고 간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힘을 얻게 된다. 또 하나는 스승의 좋다는 한마디.
* 고: 동감이다. 세상사는게 너무 힘든데 문화는 힐링이 되어야한다. 춤을 출때 내 작품을 하지만 관객을 의식한 작품을 만들어야하지 않을까. 창작산실의 경우라면 자기가 갖고있는 끼를 충분히 발휘해야겠지만 일반인들과 같이 보고 느끼고 호흡할 수 있는 춤이 되어야할 것이다. 옛날 한국춤이 원래 그런 것이었는데 그걸 잃어버리면 안된다.
* 최: 공연을 준비하는 안무자들의 고민이 다 비슷하다. 관객들에게 얼마만큼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이번에 고민했던 것이 화려한 메시지보다는 간결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너무 이것저것 많이 표현하면 관객들도 힘들 것이고, 메시지를 쉽게 풀기 위해 소품들을 썼다.
예전에는 내재된 에너지가 넘치다보니(웃음) 엄청 동작위주로 짰다. 춤을 잘 추는 무용수를 찾았고 테크닉을 많이 보았다. 서울무용제등을 보면서 멋지게 보이는 동작이나 구도가 있으면 많이 따라하기도 하고… 이번에는 그런것을 쳐내고 동선도 간결하게 구성했다.
지난해 두리춤터에서 주최한 「차세대안무가전」에서 안무상을 받으면서 올해 스페인 빌바오 무대에서 공연할 기회를 가졌다. 그때 다른 작품들을 보고 충격아닌 충격을 받았다. 멋있는 동작을 하기보다는 관객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나중에 관객들도 많이 생각할 수 있어서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말해주어서 참 기뻤다. 아마 대극장이었다면 그렇게 못했을 것이다. 소극장이니까 관객들이 더 나의 의도대로 많이 느껴주었다.

─ 한국춤을 전통과 창작춤으로 나누고 있지만 전통적 테크닉도 잘 갖추고 있어야 창작이 잘 살아나고 외국에서도 한국의 컨템포러리를 생각할 때 이런 작품을 가장 선호한다고 생각된다. 전통과 창작을 어떻게 무대에 담아낼지 고민될 듯하다.
* 백: 테크닉을 배우고 개발해야하는건 맞다고 생각한다. 지루하고 항상 보던 동작보다는 새롭고 눈을 현혹시킬만한 - 물론 그게 다가 아니지만 - 부분을 수용해야하는 건 맞지만 너무 테크닉 위주로 가다보면 한국춤의 흐름이 갖고 있는 장점 - 내가 생각하기에 여백과 즉흥 - 을 놓칠 수 있다. 나는 항상 즉흥을 남겨둔다. 기본적인 구성과 동선은 그대로 가지만 그날 그날의 기분에 따라서 어느날은 빠르게 다가오기도 하는등 살짝 열어두면 좀 더 관객들에게 좋다는 평을 듣곤 한다.
* 신: 테크닉은 기본 베이스라고 생각한다. 한국춤의 디딤과 호흡. 나는 너무 한국적으로 가기보다는 모던하게 그러나 거기에 호흡과 디딤이 꼭 들어가게 구성한다.
* 고: 요즘 젊은 남자무용가나 안무가들을 보면 템포가 굉장히 빠르다. 수많은 동작을 하는데 너무 빨리 지나가니까 따라갈 수가 없을 정도다. 외국으로 나가게되면서 빨라지는 느낌인데 그것도 좋지만 나는 우리춤의 특징인 ‘느림’ 호흡맺고 눌러주고 굴신 이런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같은 움직임이지만 다르게 느끼게 하는 것은 시간배열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느낌은 호흡으로 한다. 심장박동이 아니라 호흡이 중요하다. 전통도 있어야하고 창작도 있어야 발전을 하는 것이다. 전통이 없어지는 것을 메꾸는 것은 느낌과 빠름을 조절하는 장단이다. 장단을 잘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한국춤을 표현하는데 이롭지않을까 한다. 학교에서 제발 장구 좀 가르쳤으면 좋겠다. 전통할 때 이매방 선생님이 장단을 딱 쳐주면 춤이 달라지는 걸 느꼈다.

─ 앞으로의 계획들은
* 고: 서울무용제 때 공연했던 『곱사나비』를 짧게라도 리바이벌하기위해 작업하려고 준비중이다. 연기상,무대미술상을 받았던 작품이다.
* 백: 백현순무용단의 『삼재』에 조안무와 출연, 12월에는 근현대춤연구소에서 하는 『백현순덧배기춤』에서 공연하게 된다. 한편 봄 대극장, 가을 소극장으로 2회로 나뉘어서 이루어지던 「한국무용제전」이 2016년부터는 통합되어 4월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개최하게 되었다.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