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반갑다. 지난 11월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개최된 박외선 탄생 100주년 기념 「참인간, 참춤」 공연에서 오랜만에 만났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 김명수댄스아트의 대표로 한국무용가이자 무보책의 저자다. 이화여대 무용학과에서 현대춤을 전공했고, 3학년이던 1974년 12월 「박외선 현대무용공연」에 출연한 인연이 있다. 박외선·마해송 선생님과 명륜동 이웃사촌으로 어릴 적 뵈었던 기억이 남아있기도 하다. 재미있는 것은 마해송 선생이 1905년 생인데 현대인으로 생각하고 이동안 선생은 1906년 생인데도 다들 조선시대사람으로 간주한다.
재인청의 후예이자 원로 무용가이신 이동안 선생님께 전통춤을 공부하며 선생님께 배웠던 것을 1983년 「이동안 태평무의 연구」 무보로 펴냈었다. 이동안 선생님이 돌아가신 지 올해로 20년이 되었다. 「조선의 마지막 춤꾼 이동안 - 재인청 춤의 기억과 김명수식 춤 표기법」은 그 개정증보판이다. 당시 내가 처음 만든 무보의 틀에 지난 20년간의 나의 삶의 경험과 실증적 조사를 바탕으로 연구하며 많은 것을 가다듬어 넣었기에 김명수식 춤 표기법이라 이름붙였다.

─ 김명수식 춤 표기법의 특징은 무엇인가
* 먼저 무보는 “장단이름과 장단수”, “정간보와 구음”, “서양악보”(채보 강준일), “춤사위와 춤길방향(화살표표시와 사진)”, “발디딤”, “팔놀림”의 순서로,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도표와 사진을 이용하여 구성했다. 사진은 초판 때의 것을 썼지만, 장단도 손보고 용어도 통일시키고, 오금 굴신 등 가능하면 한국말에 가까운 쪽으로 정의했다.
“장단”에서는 마루채를 표기하고 있다. 국악하는 사람들은 음악 위주로 듣기 때문에 토막을 내도 괜찮은데 무용하는 사람들은 헷갈리게 된다. 한 장단도 중요하지만 마루채도 중요하다. 세 장단이 한 마루채인 것도 있다. 예를 들어 “부정놀이채 6장단(2 마루채)”이라면 춤이 한 장단에 끝나는 게 아니라 쌍으로 한 장단 두 장단을 해야 춤사위가 일단락 되는 것이다. 그래서 호흡이 굉장히 중요하다. “정간보와 구음”도 직접 적었는데, 구음을 넣으니까 사람들이 많이 좋아했다. 평소에 내 생각도 한국춤에 원 투 쓰리 이건 아닌 것이고, 더르르르 쿵 딱 등 구음으로 해야 춤이 익는다. 맛이 들어야하는 것이다. 초판 당시 이동안 선생님이 직접 장단을 치고 구음하셨다.
춤사위의 용어와 형태도 정리했다. 북한에서 사용하는 자모식 무용표기법을 알게되었고, 미국에 있으면서 라반 등을 접하면서 알게 된 지식들이 우리춤에 맞는게 없을까 고민하면서 무엇보다 단순화시키느라고 애를 많이 썼다. 김명수식 춤 표기법,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고 나머지는 춤 역사가들이 알아서 연구할 것이라고 본다. 무보의 역사는 다시 정리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이동안 선생은 어떤 분인가
* 재인청은 1784년부터 일제강점기에 강제폐쇄된 1922년까지 존속한 전문 예인의 민간조직이다. 경기도 화성 재인청 출신인 김인호는 궁중출입까지한 탁월한 재인이었다. 김인호는 이동안의 춤 스승이었다. 1907년 개장한 광무대는 박승필이 만든 전통연희장이었다. 박승필은 단성사도 만들었는데 단성사는 미스코리아 대회나 권투 대회를 열고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도 상영하는 극장이었다. 이동안은 이 박승필에게 발탁되어 광무대로 가서 김인호 등을 만났는데, 1914년에서 1930년까지 「매일신보」에 등장하는 김인호 관련기사들을 보면 주로 광무대에서 열리는 연희종목이 나온다. 김인호는 대단히 인기있는 춤꾼으로 평양의 기생권번에서도 광무대로 춤을 배우러왔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전통춤을 만들어냈다. 김인호가 승무를 출 때 한성준은 장단을 치는 등 음악위주로 활동을 했다. 이 김인호에게 10년을 배운 것이 이동안이다. 이동안은 김인호에게서 배운 춤이 30여 가지라고 했다. 이동안이 보유한 화성 재인청 춤은 33 종류가 있다.

─ 이 책에서 표기한 춤은 어떤 것이 있나
* 『(재인청)기본무』, 『태평무』, 『승무』, 『진쇠춤』, 『살풀이』, 『엇중모리 신칼대신무』, 『검무』, 『장고무』의 ‘유래’에 대해서 정리했다. 각 춤의 역사 특징 장단 등을 설명한 ‘유래’도 내가 이동안 선생에게 배운 것만 했다.
무보로는 “재인청 기본무 무보”와 “재인청 태평무 무보”를 실었다. 『재인청 태평무』는 춤도 고구려춤같이 역동적이고, 음악이 굉장히 소중한 자산이다. 왜냐하면 보통 『살풀이』나 『승무』는 장단의 변화가 몇 개 안된다. 『살풀이』는 살풀이-살풀이모리-늦은굿거리-굿거리-자진굿거리, 『승무』도 염불-도도리-타령-굿거리-북-살풀이인데 『태평무』는 아홉 개다. 낙궁-부정놀이채-반서림-엇중모리-올림채-돌림채-터벌림채-넘김채-자진굿거리로 변한다. 무속장단이기 때문에 음악하는 사람들은 태평무장단 진쇠하나만으로도 박사논문을 쓸 정도이다.
『이동안 기본무』는 곧 김인호 - 이동안으로 내려온 재인청의 『기본무』인데 이것은 한국춤의 보배다. 선생이 생계를 위해 가르친 동네 아주머니들의 자연스러운 춤을 우연히 목격한 후 나는 기본무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은
* 이동안 선생을 생각하며 “운악 이동안 연보”(1906년 12월6일~1995년 6월20일)를 근대예술사와 연계하여 꼼꼼히 정리했다. 무용하는 사람으로 내가 할 도리라고 생각해서 무보틀을 짜고 한자한자 최선을 다했다. 화성수원박물관에서 펴낸 「수원근현대인물사」를 저술해 이동안 선생을 연구한 인연으로 주강현 선생이 추천사를 썼다.
1906년 수원화성행궁의 모습을 어느 독일 선교사가 사진으로 담아놓은 것을 보았다. 이동안의 스승 김인호 선생이 바로 저 사진 어딘가를 거닐었으려니 생각하고 보니 내 시야가 달라졌다. 오늘 춤지로 오느라 창덕궁을 지나는데 새삼 인왕산의 산세가 거기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춤」도 그런 마음으로 하다보니까 달라지더라. 우리 무용계에 그리고 언젠가는 꼭 필요한 책이라며 기꺼이 출판해준 서해문집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 때 : 11월23일 오후 5시 ■ 곳 : 본지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