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살롱

2015년 우리는 광복 70주년을 기리며 여러 종류의 문화행사를 해왔다. 청년층의 역사의식을 일깨우기 위해서도, 또한 한국인의 본성과 가무악(歌舞樂)을 즐기는 흥을 돋우기 위해서도 여러 종류의 문화행사는 우리 민족의 자긍심과 자랑스러움을 북돋우기에는 행복하고 흥겨운 한 해를 보냈음에 틀림없다.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광복 70주년은 나름대로 대한민국 국민으로의 자긍심을 일깨워주었음에 틀림없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탈바꿈한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피부로 느끼는 한 해였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을 남기는 한 해이기도 했다. 정치권의 소란스러운 개편과정을 보며, 역사교과서 파동을 겪으며 우리 민족은 ‘엽전’ 근성과 ‘깍두기’ 문화의 수준을 뛰어 넘을까 고민해본다.
‘깍두기’ 문화는 일본 통치의 서슬이 시퍼렇던 시대에 종로 네거리에 빨간 넥타이를 매고 요란한 단장을 하고 활보함으로써 움츠러든 한국민의 정서에 신선한 눈요기를 제공하며 일상을 짓누르는 당시의 민족 정서에 한줄기 시원한 바람을 불어넣는 현상으로, 당시 많은 지식인들은 스스로가 감당하지 못하는 용감한 ‘질서 깨부수기’를 파격적인 외양으로 소나기 같은 시원함을 제공해주었다 한다.
1970~80년대의 유신정권시대와 군사정권시대를 거쳐 1990년대의 민주화시대, 2000년대의 세계화 한류화를 맞이하며 한국 국민들은 단군조선 이래 아마도 가장 풍요로운 먹거리와 입는 문화, 멋과 맛의 시대를 만끽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 ‘엽전’ 시대의 열등감과 눈치 보기를 완전히 극복했다고 하기에는 여러 면에서 아직 일정강점기에 뿌리내고 있는 ‘엽전’ 근성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생각된다. ‘600만 유태인 학살’이라는 독일 역사의 민족적 아킬레스를 빌리 브란트를 위시하여 앞장서 풀어가고 있는 모습에서 나는 우리 민족이 일본의 신민사관의 족쇄를 풀어갈 역사적 사건을 기대해본다. 이는 일본 아베의 사죄에서 비롯되는 것도 아니고, 위안부 문제의 해결과 일본의 사과만으로 해결되는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 1894년 아관파천을 지내고 명성황후 시해를 겪으면서도 ‘자국부강(自國富强)’을 내세우고 대한제국을 선포한 고종황제의 결단과 역사의식을 새삼 짚어가며 러시아, 중국, 미국, 영국, 일본의 세력균형 잡기의 시소게임 속에서 어떻게 대한제국을 선포하며 공업화, 현대화의 박차를 가했는지를 살펴보고, 그 가운데서도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발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는지 그 지혜로움과 과감함을 읽어낼 수 없다면 오늘의 세계열강과 겨눌 수 있는 대한민국의 열정과 긍지를 볼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우리는 화려한 문화와 경제 발전에도 여전히 우리 몸속에 도사리고 있는 ‘엽전’ 근성의 열등의식을 떨쳐버리지 못하리라 믿는다. 우리 민족이 중국의 조공국에서 벗어나 비로소 당당한 독립국가를 선언한 대한제국과 그 시대에 근원을 둔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짚어봄으로써 온전한 긍지와 자긍심을 가질 때 비로소 우리는 또 한 번의 도약을 맞이하는 조국 현대화를 이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