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살롱

새해가 밝았다. 해마다 이맘때면 희망이 넘실대곤 하지만 지난해를 돌아보건대, 우리 출판계는 여전히 시계 제로의 상황인 듯하여 안타깝다. 지난해 말 언론을 장식한 출판계 결산 키워드는 ‘유명작가 표절 논란’, ‘개정 도서정가제 논란’, ‘불안한 사회상을 반영한 심리학 도서 인기’ 등이었고, 올해도 이 같은 양상은 지속되리란 게 중론이다.
작년 6월 작가 이응준 씨가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어느 온라인 매체에 실음으로써 촉발된 작가 신경숙을 둘러싼 표절 및 우리 출판계 문학권력 논란은 일파만파의 파고를 넘은 끝에 숱한 상처만을 남긴 채 수습되고 있는 중이다. 그리하여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우리 문학도서는 자취를 찾아보기 어려웠고, 이러한 틈새를 파고 든 번역서 「미움 받을 용기」가 40주 이상 서점가를 휩쓸었다. 그리고 우리 출판계에 대한 불신이 겨우 진정세를 보이는가 싶었는데, 김훈의 신간 「라면을 끓이며」가 이번에는 과도한 독자 배려(?)에 따른 ‘냄비 파문’을 일으켜 구설수에 올랐다. 한국 문학계에 일대 충격파를 던진 ‘신경숙의 표절 논란’은 작가의 한국문학에 대한 공헌에도 불구하고 윤리적 비난의 대상이 되면서 큰 상처를 남겼다.
또 지난해 전국 서점을 통틀어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기록된 「미움 받을 용기」는 지난 2월 초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후 연말까지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2015년 출판계 트렌드는 ‘불안’, 가장 각광받은 책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심리학 책으로 집계됐다. 세월호 사고 등으로 부각된 ‘위험사회론’이 어느 곳으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한 채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개인들의 불안이 증폭된 ‘불안사회’로 이어진 것이다.
한편, 2014년 11월부터 시행된 개정 도서정가제에 따른 시장의 변화와 사은품 논란도 출판계를 달군 논란거리였다. 도서정가제란 출판사에서 정한 책값대로 서점에서 책을 팔아야 한다는 건데, 개정 도서정가제는 신간과 구간 구분 없이 모든 책의 할인율을 정가의 15%(할인 10%+사은품 등 5%)로 제한함으로써 무차별 할인 경쟁 때문에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었던 작은 출판사와 작은 서점들에게 희망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카드사 제휴 할인을 허용하는 한 정가제 파괴의 유혹은 계속될 수 있으니 할인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완전도서정가제 시행)과, 할인율 제한에 따른 이윤 확대분을 서점이 차지하고 출판사에는 도움이 안 되니 도서공급률(출판사가 서점에 넘기는 책값의 정가 대비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또 다른 편법으로 사재기나 과도한 이벤트가 불거지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결국 이 같은 소용돌이와 널리 퍼진 ‘불안’을 잠재우려면 무한 감동을 선사해 줄 영웅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거나, 아니면 우리 모두가 조금씩 양보하면서 이웃을 보듬어주는 것이 가장 훌륭한 처방이 아닐까 싶다. 좋은 책을 읽음으로써 마음을 다스리는 것도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새해 우리 출판계에도 부디 만복이 깃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