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살롱

2015년 12월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로맨틱 콘서트라고 이름이 붙여진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의 연주회가 있었다. 상임지휘자이며 단장을 맡은 김지환의 지휘로 열린 이번 연주회는 잘 짜인 순서로 한양대학교 정경영 교수의 해설과 함께 격조가 높으면서도 청중들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감동적인 연주회로 자리매김 되었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는 30여년의 길다면 긴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그동안 명칭과 성격 등이 세 번씩이나 바뀌면서 우리나라 청소년 오케스트라로서 상징적인 역할을 하였다.
1984년 중고등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서울시립청소년소녀교향악단으로 첫 걸음을 내디딘 뒤 10년 뒤인 1994년 서울시립청소년교향악단으로 이름을 바꿈과 동시에 대학생들을 영입해서 120명의 단원으로 진용을 갖추게 되었다. 지휘자도 국내에서 뛰어난 분들을 영입해서 문자 그대로 우리나라 청소년 교향악단의 대표적 역할을 하게 되었다.
2007년 명칭을 다시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로 바꾸고 대학생에서 30세까지 연령을 높여 그야말로 패기 넘치는 젊은이의 오케스트라로 변모하게 되었다. 이들의 꿈과 목표는 세계적인 청년 오케스트라로서의 위상으로 한발자국씩 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 부임한 지 1년 남짓한 짧은 시간 안에 김지환의 탁월한 지도력에 힘입어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는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김지환은 매우 진지하고 성실한 지도자이다. 음악을 접하고 단원들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겸손하고 인간적이다. 음악을 해석하는 태도도 정석을 딛고 있다. 아직도 탐구력과 열정이 넘치는 단원들에게는 바람직한 지휘자 상이다. 로맨틱 콘서트라고 이름이 붙여진 이번 연주회는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 중 ‘저녁별의 노래’, 레하르의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 중 ‘입술은 침묵하고’를 소프라노 조윤조와 바리톤 김학준이 노래했다.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1번 1악장(피아노 독주 위수인),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 3악장과 드보르작의 오페라 「루살카」 중 ‘달에게 바치는 노래’, 림스키코르사코프 교향모음곡 「세헤라자테」 중 ‘젊은 왕자와 공주’ 등 친근하고도 로맨틱한 음악의 정수를 고르고, 성악을 포함하는 등 친근한 순서들을 마련했다.
프로그램 구성에 세밀한 부분까지 배려하고 단원들의 짜임새 있는 연주가 주효했지만 지휘자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정경영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주옥같았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가 성장하려면 지원 체계가 재정비되어야 하겠다. 직업적인 오케스트라도 마찬가지지만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세심하게 손볼 곳이 많다.
베네수엘라가 청소년 교향악단을 세계적으로 높인 것은 ‘일 시스테마’라고 하는 제도를 창안한 것이다. 이런 것을 참고하기 바란다. 최근 불거진 서울시교향악단도 근본적으로 지원체계의 미흡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 가지 제안할 것은 세종문화회관에 속한 이 오케스트라가 우리말 이름을 갖기 바란다. 그리고 비단 이 공연뿐만 아니라 세종문화회관의 연주회의 조명이 더 밝아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