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살롱

2015년은 국악관현악의 역사에서 뜻있는 해였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 KBS국악관현악단, 국립국악관현악단이 각기 창단 50주년 30주년 20주년을 맞아 화려한 연주회가 있었다. 세 단체의 그간의 행보에 박수를 보내지만 국악관현악의 방향성을 생각할 때 답답하다.
국악관현악단은 내부적으로 볼 때 아무런 문제가 없다. 관습적으로 계속된 연주활동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국악관현악단을 서양의 오케스트라와 같은 조직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선 더욱 그렇다. 연주의 성패는 지휘자에 달렸다고 생각하며, 작품을 위촉해서 초연하는 것에 의미를 둔다. 묻고 싶다. 현재 국악관현악단은 얼마만큼 호응을 얻고 있는가?
국악관현악 혹은 국악관현악단을 제외한, 국악계의 다른 공연형태와 레퍼토리를 살펴보라. 30년 동안, 가까이는 지난 10년 동안 치열하게 일구어낸 결과가 꽤 많다. 많은 사람들에게 국악의 가치를 인식시키는데 기여했다.
국악관현악도 그래야 한다. 더 이상 국악계의 ‘무풍지대’여선 곤란하다. 국악계에서 국악관현악단만큼 여러 면에서 안정된 조직이 있는가? 국악관현악단은 이에 상응하는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한국음악의 새로운 대안이 되어야 한다. 국악관현악단에 지휘와 작곡은 필요하다. 하지만 또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국악관현악단의 원동력인 단원을 중심으로 한 연주포맷을 계발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방식이 오히려 더 전통적일 수 있다. 이미 국악관현악단의 대안은 점차 만들어지고 있다. 서울시청소년국악단의 창단 10주년 공연 ‘출사표’가 그렇다. 유경화단장을 중심으로 여러 작품을 올렸다. 그들의 방식만이 정답이고, ‘해답이란 얘기는 절대 아니다. 그들은 악기파트가 호흡이 잘 맞았을 때, 얼마나 살아있는 음악이 가능한지를 보여주었다, 그들의 연주회에는 지휘자가 없었다. 과거의 전통음악처럼 리듬이 단순한 음악만이 지휘없이 가능하다는 고정관념을 깔끔히 없애주기에 충분했다.
국악관현악단은 대중성과 현대성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대중가수가 나오고, 대중적인 국악인이 나오고, 스코어에 대중음악적인 요소를 집어넣는 것이 국악관현악단의 대중화인가? 관현악단을 지탱하는 국악기의 특유의 음색이 살아있길 바란다. 현대음악계의 유명 작곡가가 참여하는 것은 좋으나, 현대음악적인 특성을 부각시키는 것이 예술성에 기여한다는 생각도 버렸으면 한다.
서울시청소년국악단의 창단 10주년 기념 공연 ‘출사표’는 무대와 객석이 시종일관 뜨거운 열기가 충만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무대의 연주자들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레퍼토리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즐겁게 연주했기에 그렇다. 그들의 10년은 달랐다. 그들이 그간의 50년을 간과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것을 알기에, 거기서 벗어났다.
국악관현악단이 발전하기 위해서, 능력 있는 지휘자와 개성 있는 작곡가를 영입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국악관현악’이 존재해야 하는 ‘가치’와 공연하는 ‘방식’에 대해서 근원적으로 다시 진지하게 물어볼 때 해답이 나올 것이다. 냉정한 자기점검을 통해, 내부로부터 새로운 바람이 일어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