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살롱

새해 첫 날, 미술동네에는 희소식이 떴다. 미국에서 손꼽는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1월 1일자에 한국 미술을 언급한 것이다. 이 신문은 지난해 국제미술시장의 중요 흐름 중 하나로 한국 단색화(單色畵)의 부상을 꼽으면서 “세계미술사에서 방치돼온 곁가지 분야였던 단색화에 수집가들이 눈을 돌렸다”고 보도했다. 더 반가운 건 단색화에 대한 주목이 과거의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올해 계속될 동향으로 지목됐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한국 단색화가 아직 국제시장에는 덜 알려졌지만 2016년에는 달라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윤형근·박서보·정상화·하종현 등 작가 이름을 거론했고, 특히 정상화 씨의 작품은 프랑스 누보 레알리슴의 대표 화가 이브 클라인의 작풍을 연상시킨다고 설명했다.
콧대 높은 뉴욕타임스가 한국 미술에 눈길을 돌린 것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작품 자체 평가보다는 미술시장에서 새 품목으로 떴다는 얘기 위주라 아쉽긴 하다. 이 대목에서 당사자인 우리가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은 든다. 한국 미술품도 세계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다는 상품 논리만으로 끝나서는 이 호기를 값싸게 놓치는 바보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서구 모노크롬(Monochrome)과 다른 한국 단색화의 특징과 철학은 무엇인가. 왜 1970년대에 한국에서 단색조 회화가 탄생했는가. 단색화의 바탕이나 제작 방법에 선(禪)과 통하는 점은 없는가. 이론적 뒷받침을 위한 작품과 작가 연구를 동시에 병행해야 하는 게 지금 한국 미술계의 시급한 과제로 보인다.
반가운 조짐이 들려오긴 한다. 모노크롬, 미니멀리즘의 본산인 유럽과 미국에서 새해 벽두부터 한국 단색화 작가들을 초대한 전시회가 줄줄이 이어진다. 1월에만 9일부터 프랑스 파리 갤러리 페로탕이 「오리진 - 이승조·최명용·서승원 3인전」을 개최하는 데 이어 영국 런던에서 박서보 개인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단색화 그룹전이 열린다. 2016년 붉은 원숭이해에 한국 미술의 놀라운 도약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박자세’라는 재미난 이름의 모임이 있다. 뇌과학 연구자로 알려진 박문호 박사가 이끄는 과학문화운동 그룹이다. ‘박문호의 자연과학세상’을 줄여서 부르는 약자인데 박자세의 자세가 옹골지다. 이들은 인간으로 태어난 세상에서 138억 년 우주의 진화를 알고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분발한다. 이들의 수업 광경을 보러 갔더니 놀라운 과학적 진실을 알 때마다 “오 마이 갓(Oh my God!)” 대신 “오 마이 사이언스(Oh my Science!)”를 외친다. 신기하면서도 의미심장했다.
이 모습을 보면서 문득 “오 마이 아트(Oh my Art!)”는 어떨까 싶었다. 마음에 꽉 차는 작품을 만들어서, 온 몸이 전율할 지경으로 좋은 작품을 만나서, “오 마이 아트”를 연호하는 작가와 애호가들이 많아지는 한 해가 됐으면. 세계인들이 한국 단색화 앞에서 “오 마이 아트”를 외치는 2016년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