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살롱

고대로부터 우화(알레고리)란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제공하는 문학양식이다. 유명한 이솝 우화들 중 한 가지만 떠올려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영화도 마찬가지라 인간과 사회에 대해 많은 암시를 얻어낼 수 있는 작품들이 있다. 이제 소개하려는 「더 랍스터」(The Lobster,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극영화/애정물, 그리스/영국 외, 2015년, 118분)는 대단히 훌륭한 우화다.
영화에는 두 세계가 나온다. 하나는 ‘커플 메이킹 호텔’로 대변되는 가족 사회이고 다른 하나는 생존이 위태로운 ‘야생의 숲’에 있는 외톨이 사회다. 이 두 세계는 공존이 불가능한데, 만일 호텔에 45일 동안 머물면서 가족을 이루지 못한 인간은 동물이 되고 만다. 그러니까, 이혼이나 사별 등 배우자를 잃은 사람은 호텔로 보내져 짝을 찾고, 실패하면 동물이 되거나 호텔에서 탈출해 외톨이 사회에 편입되어야 하는 것이다. 조금 복잡해 보이는 구조이긴 하지만 영화를 보면 금세 따라잡을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복잡한 다층 구조의 사회가 암시하는 바가 무엇이냐는 질문이다.
본디 영화에는 자체적으로 몇 가지 기능이 있다. 볼거리와 재미를 통해 일상에 필요한 활력을 제공하거나, 인간과 사회에 대해 깊이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거나, 다양성을 목표로 정신적인 충격을 안기거나 하는 기능들이다. 「더 랍스터」는 두 번째와 세 번째 기능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다. 충격과 동시에 생각거리를 만들어준다는 뜻이다.
우리에겐 선입견이 있다. 남녀가 부부를 이루어야 사회에서 인정받고 만일 비혼(非婚)의 삶을 택하면 무엇인가 문제 많은 사람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정상 취급을 받으려면 결사적으로 결혼해야 한다. 근시라는 이유로 아내에게 버림받은 데이비드(콜린 파렐)은 다음 단계인 호텔로 들어왔고 45일이 주어진다. 사실 호텔에 들어온 사람들은 데이비드처럼 문제가 심각한 이들이다. 절름발이 남자(벤 위쇼)와 혀 짧은 남자(존 C. 라일리), 코피 흘리는 여자와 피도 눈물도 없이 냉정한 여자가 있다. 그렇게 허점 많은 사람들을 한 데 모아놓고 사랑을 찾아내라는 것도 일종의 폭력이다.
그렇다면 외톨이 사회는 어떨까? 여기에도 녹록치 않은 삶이 있다. 보호받지 못하고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는 힘겨운 인생, 게다가 더욱 참혹한 현실은 위계질서의 정점에 잔혹한 감시자(레아 세이두)가 있다는 점이다. 이 감시자는 외톨이에 대한 사회의 따가운 시선일 수도 있고 공격적인 참견일 수도 있다. 그러니 미리 자신의 무덤을 파놓는 게 상책일지 모른다. 요즘 식으로 말해 ‘오타쿠의 고독사’라고 하면 쉽게 이해될지 모르겠다.
우화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까닭에 관람 내내 긴장의 끈을 놓치지 못했다. 어디에서 인간과 사회에 대한 암시가 돌출할지 몰라서였고, 「더 랍스터」가 올해 열린 68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독자 분들도 이 영화를 직접 보면서 깊은 생각을 해보시기 바란다. 절대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더 랍스터」를 보면서 정신을 좀 차렸다면 우화로서 충분히 성공한 것이다. 어려운 주제를 세련된 이야기 전개로 풀어낸 감독에게 갈채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