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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료
─ 1976년 고대극회사편집위원회에서 발행한 「高大劇會史」에서
김경옥(金京鈺) 씨 때문에 고대생 최창봉(崔彰鳳)·노희엽(盧熙燁)·홍봉룡(洪鳳龍) 씨 등을 알게 되었고, 이들과 같이 어울리게 되면서 고대연극과 연결되었다.
그러니까 김경옥 씨와는 1946년 가을, 명동유치원 자리에 있었던 함귀봉(咸貴奉) 무용연구소에서 알게 되었다. 이때 같이 춤춘 학생동료로서 창봉 씨를 만나게 되고, 이들 사이에 희엽 씨가 끼어들고 하는 식으로 고대연극 주축멤버인 이들과 약학대학생인 나와의 만남의 대강 순서는 이렇다.
그때 문학(文學)을 말할 줄 아는 이 대학생들은 정말 멋이 있게 보였다. 이들 앞에서의 나의 문학적 상식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알았다. 나는 이들 고대생들의 말을 주어들으면서 조금씩 ‘유식’하게 되어갔다. 말하자면 문학 분위기에서부터 연극은 아주 기초 상식부터 알게 되는 그런 시기였다.
그러나 연극의 경우는 내가 직접 당사자가 될 수 없었다. 때문에 그들처럼 멋지게 행동할 수도 생활할 수도 없는, 그저 그들의 연극적 행위에 잔심부름으로 만족하는 그런 친구에 불과하였다.
어떻든 고대연극과의 구체적 대면은 「쥬노와 공작(孔雀)」이었다. 여기서 나는 몇 번이고 그 극을 반복하여 보는 관객 노릇을 한다. 그리고 무대 뒤에 가서 그들에게 격찬과 탄성의 연발로 존경하는 일 - 사실 나는 보일 선장 역의 경옥이와 아들 죠니 역의 창봉이가 그리도 훌륭하고 마음에 들 수가 없었다.
대구문화극장에서의 고대연극 「데바이의 항거」 때 내가 의상, 소도구, 포스터, 기타 온갖 잡일을 막게 된다. 아직 초기 학생극 기획을 탈피 못했을 때였으니까, 그리고 또 내가 이들 연극멤버들이 가장 가까이 있는 손쉬운 사람이었기 때문이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나는 나의 이런 잠재적 기능이 이 친구들에게 인정받은 것 같아 부산에서 대구로 올라와 이 일을 혼자서 맡아 해냈다. 때문에 매일 시험 치뤄야 하는 약대는 학점미달로 결국 졸업년도가 1년 늦어지고 만다.
어떻든 그때 대구 어떤 큰집 사랑채 작은 방에서 나의 첫 연극적 작업이 벌어졌었다.
‘羅馬希臘彫刻(로마희랍조각)’이 있는 미술책을 뒤지며 철갑옷, 전투모, 신발, 장식물, 寬衣(관의)의 문양, 그런 옷의 의식 등에 이르기까지 - 알루미늄 양재기와 밀랍으로 ‘희랍’을 만들어냈었다. 이때 深宗海(심종해) 씨를 만났다. 그는 이 연극의 뒷바라지 책임자였다.
그 연극에서 나의 뒷 스태프로서의 성과는 잘 몰랐다. 고증이나 장치같은 것은 그 당시 별로 평의 대상이 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조지훈(趙芝薰) 교수만이 알아주는 것 같은 눈치였다. 그 후부터 감격 잘 하는 나는 그를 존경하게 된다.
서울수복 후 고대극회는 같은 희랍극을 원형(圓形)무대로서 한다는 것이고 그 무대의 설계부터 역시 그 희랍도구들 모두를 내게 맡겨주었다. 내가 스스로 고대극에 공헌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대목은 여기서 부터다. 사실 그때 고대극회가 내게 공식으로 제시한 원형무대설계비는 당시 일류 무대 장치가에게 주는 그 액수 같은 것이었다. 마침내 나는 ‘손쉬운 친구’에서 ‘괜찮은 친구’의 위치로 성장하였다는 것을 의식한다.
분골쇄신(粉骨碎身). 그래서 나는 어떻든 최초의 원형무대를 설계하게 된다. 이 대목에 이르면 나는 늘 신나고 자랑스럽다. 먼저 점토로 돌계단과 기둥을 주제로 한 원형무대 塑像(소상)을 만들었다. 이것으로 완전통과 되었다. 신기한 사실이었다.
「天痴(천치)」 때 - 그게 언제였는지 확실치 않으나 거기서 나는 效果員(효과원) 노릇까지 맡는다. 셀로판지로서 종달새 소리를 내는 대목을 나를 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에 素人(소인)인 내가 그 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었다. 대사는 “하늘에서 종달새가 저렇게 우는데” 하고 있지만 나의 효과음은 나지 않는 그런 거짓 고대연극도 나 때문이었다. 어떻든 그 후 나는 대학극회(大學劇會), 제작극회(制作劇會)도 이들 고대연극멤버의 친구라는 사실만으로 자동적으로 회원이 되었고, 20년 이상 같이 일했다.
그러나 언제 한 번 작품을 쓰라느니 연출을 하라느니 하는 일은 주지 않았으며, 하다못해 동리사람 A, B, C의 그런 형편없는 역 한 번도 주지 않았다. 결국 연극으로서의 재능은 인정받지 못하고 만 셈이다.
그래서 나의 일은 기껏 회비(會費)돈 받는 바쁜 일, 공연 날 손님 없을 때 뒤에서 박수치는 일, 풀통 들고 다니며 비라부치는 일, 무대를 청소하는 일들밖에 차례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분위기가 내게는 좋아 계속 붙여주기만 해도 좋았다.
이런 연유로 다들 나를 고대 졸업생으로 알고 있으며, 나 역시 운동 시합 때는 으레 고대 쪽에 서서 흥분하게 된다.
어떻든 이제와 생각하면 고대연극멤버와 나의 해후(邂逅)는 내 인생의 방향과 가치관을 근본적으로 삐뚜러지게 한 운명적인 것이었다. 만일 이들과 만나지 않고 약학도로서 정진하였더면 이들이 그 길에서 일가를 이루었듯, 나도 돈과 연결된 이 길에서 한 길목을 잡고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삐뚜러진 대로 나는 오늘의 나에게 별로 불행(不幸)함을 느끼지 않는다.(월간(月刊) 「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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趙東華 - 극회 초기의 숨은 공로자
조동화는 함북 회령출신으로 서울약대 출신인데 고대극회와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대표와 또 최창봉과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로 고대극회의 공연이 있을 때마다 같이 합숙을 하면서 미술관계 일체, 즉 포스터그리기(미술에 특출한 재능이 있었음)와 소품만들기, 의상만들기 심지어는 장치까지도 도맡아서 해주곤 했던 것이다. 교외자가 극회원보다도 더 귀찮은 일들을 해준데 대해 이번에 꼭 밝혀두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더욱이 조동화는 대구 시절의 「데바이의 항거」와 환도후의 「메디아」 때 역시 같이 합숙을 하며 그런 일들을 해주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극회와 극회의 공연시에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줌으로써 고대극회가 그만큼 발전했다는 사실을 부기해 둔다. ─ 「고대극회사」 編輯部(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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