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살롱

어디나 노인이 넘친다. 공원, 지하철, 복지관, 경로당 등등 노인만원이다. 젊은 층과 일어나는 세대갈등이 사회문제로 나타난다. 노인으로 살아가기 30~40년을 생각하면 누구나 답답할 것이다.
여기 한 노인이 있다. 몇 십 년은 된 듯한 낡은 손수레에 연탄을 싣고 두 노인이 좁은 골목 비탈길을 올라간다.
하동선(80) 이길윤(70) 부부. 전라북도 군산시 삼학동에서 「한일 연탄공급소」를 운영하는 하동선소장은 사범학교를 중퇴하고 직업전선에 나섰다. 1973년부터 연탄배달 일에 종사하면서 40여년이 흘렀지만 오늘도 바쁘게 골목을 누빈다, 기름과 가스로 연료를 대체하는 추세로 연탄산업은 쇠퇴했지만 그래도 연탄을 필요로 하는 곳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재래시장, 연탄구이식당, 노점상, 노인이 거주하는 산동네 등등.
찬바람이 부는 11월12일이 되면 월동준비로 주문이 많아서 하동선 노인은 바빠진다. 집이 밀집해있는 산동네는 골목이 좁아서 손수레로 싣고가서도 집앞까지는 등짐으로 져 날라서 쌓아야 한다.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들인데, 하 노인은 수량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배달한다. 비록 몇 십장의 주문도 거절않는다. 연탄 22공탄 한 장은 지름 15cm, 높이 14cm, 무게 3.6Kg. 주로 큰아들이 트럭으로 싣고 와서 등짐으로 나르면 아버지는 연탄광에 쌓는다.
논두렁길로 200여 미터를 져 날라야하는 장소는 모두 꺼리는데 하 노인 부자는 성의껏 배달한다. 연탄배달 1장에 50원 정도의 이문인데 산동네 등짐으로 날라야하는 지역은 200원씩 배달요금이 추가된다. 하 노인은 40여 년 동안 연탄 주문배달을 기록한 장부에 이름과 전화번호, 수량, 금액이 빼곡이 적혀있다. 한 시대의 도시 서민들의 생활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자료라 할 수 있다, 전화주문이 끊이지 않는데 비라도 오는 날이면 쉬는 날이다. 연탄과 빗물은 상극이다.
그만하라고 해도 듣지 않는 아버지를 돕던 큰아들은 아예 본업이 되었고, 둘째아들은 편의점 사업으로 안정적이고 귀여운 손자는 무슨 대회에서 상을 타왔고, 아직도 남편과 함께 연탄손수레를 밀고 다니는 부인 이길윤 여사는 마냥 행복해한다. 온 가족이 모인 외식자리에서 하동선 노인은 한 곡조 뽑는다.
“미워도 한세상 좋아도 한세상 / 마음을 달래며 웃으며 살리라-”(정진석 작곡 「너와 나의 고향」) 그리고 한 말씀, “나는 천한직업이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만족하고 행복하다.”(온가족 박수) 화려한 자동차가 아닌 연탄손수레에 인생을 실었지만, 누구나 찾고자하는 행복한 인생이 바로 거기 있었다.(KBS다큐공감 2015년12월5일 방송. 책임PD: 임대배, PD: 김규효, 내레이션: 이미선, 글: 나은아, 연출: 김동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