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조동화선생과 신문의 관계는 아마도 회령보통학교를 다닐 때 「소년 조선일보」에 시(동시)가 뽑혀 회령의 시골마을을 떠들썩하게 한 사실일 것이다. 그 동시는 불행히도 전해지지 않는다.
1962년 3월18일자 동아일보는 「현대예술에서의 초대 - 무용편」에서 무용평론가 조동화선생의 글을 싣고 있다. 제목은 ‘균제된 움직임의 추상성, 맨발로도 춤추고 격식없어도 즐거운 것’이었다.

“1959년 5월 미국의 현대무용가 마사 그라함이 뉴욕 시티 발레단의 초청으로 합동공연을 가졌었다. 한 단체가 어떤 명사를 객원으로 불러들여서 초청공연을 가지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러나 발레와 현대무용의 경우는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그것은 20세기초 이사도라 던칸이 ‘중력의 자연법칙이나 개인의 자연의사를 무시하여 자연 그것과는 아주 모순되는 포름이나 운동을 하기 위한 결과에서 만들어진 무의미한 운동’인 고전 발레에 반기를 들고 맨발로 뛰쳐 나와서 이른바 오늘의 현대무용을 만들었으며 그뒤 이 두 세대는 상반된 이념과 주장으로, 그러면서 서로 자극되고 반성하면서 오늘의 보람 있는 일가(一家)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1962년 7월19일자엔 무용평론가 조동화선생의 ‘62년 상반기의 무용’이 실렸다. 제목은 ‘외적(外的)인 호황일뿐’이었다.

첫째는 우리 무용계의 침체는 경제적인 것에도 있지만 더는 품격의 기준이 확립되어 좋은 관객을 잃는데 있다.
둘째, 5월은 미국 흑인무용 드·라발라드·에일리무용단이 찾아와서 외롭지 않았다. 셋째, 파리에서 열린 국제민속예술제에 참가한 우리 예술단은 국내서의 노파심과는 달리 좋은 성과를 올렸다.
넷째, 공동(空洞)의 고목모양 연륜의 누적은 없이 그저 무의미한 뿌리만 얽혀진 오늘의 무용계.

신랄한 비판이다.

동아일보 1962년 10월29일자엔 ‘무용계에 불협화음’이란 큰 제목아래 ‘무용협회 분열위기를 노정-서울시 문화위원 싸고’라는 제목이 붙었다. 내용은 이러하다.

얼마 전부터 내분을 계속해 오던 무용계는 서울시 문화위원 선정 문제로 또다시 날카로운 대립을 노정하고 있다. 이번 분규의 발단은 서울시 문화위원 구성에 무용협회 이사장이 추천한 안이 이루어지지 않고 비협회회원인 무용평론가 2명(조동화 김경옥)이 위촉되었다는데 대하여 조택원 송 범 두 위원의 사표 제출로 전해지고 있다는 것. 뒷날 조택원 선생의 춤비 모금을 위해 조동화 선생이 앞장선 것을 보면 세상일은 알 수 없는 일.

동아일보 1963년 1월9일자엔 무용평론가 조동화선생의 무용평이 실렸다. 김천흥 신작 ‘봉산탈춤’의 무용평이었다. 제목은 ‘민속 원형 살린 가면무극’. 이번 이 ‘봉산탈춤’은 “적어도 국제시장성에 있어서는 매양 현대적인 이름의 피상적인 수법과는 동떨어지게 깊이 있는 민속원형을 그 어느때 보다도 싱싱하게 살렸다”고 맺고 있다.
동아일보 1963년 1월23일자는 ‘예총은 무엇을 했나’라는 큰 제목 아래 문화각계 인사들의 타진을 듣고 있다. 여기서도 무용평론가 조동화선생의 말씀이 나와 있다. 제목은 ‘과세에는 말도 없고 권력기구화 된 느낌’이다.

① 공(功)은 기억이 없으나 화가 작곡가 등 그 수입에 과세된 후 아직껏 무슨 말 한 마디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 ② 아주 상반된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 보다 큰 반목과 균열을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무용협회의 경우처럼. ③ 예총에 별 할 말은 없다… ④ 그러니까 협회 단일화는 반대파를 타도하는데 이용되고 있는 인상을 주며 마치 권력기구화해 가는 감을 준다

조동화 선생은 항상 날카롭다.
동아일보 1963년 2월4일자는 ‘가시지 않는 무용협회 분규’라는 제목 아래 무용평론가 조동화선생의 비판이 실려 있다.

무용협회의 가입여부와 국립기관의 출연이 무슨 관계가 있는가. 무용협회가 공보부의 외곽단체가 아니라면 그런데 까지 간섭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물론 원만수습하기 위한 고충은 이해되지만 관권으로 강제해서는 안된다.

동아일보 1963년 2월15일자엔 ‘한국근대문화 80년’이란 큰 제목 아래 ‘무용’편에서 무용평론가 조동화 선생을 비롯하여 조택원, 김천흥, 박외선 선생을 찾아 들은 한국무용의 발자취를 크게 다루고 있다.
무용평론가 조동화 선생은 진수방 도미 고별공연의 무용평을 동아일보 1963년 3월27일자에 실었다. 제목은 ‘개성과 품위 있는 가작’이다. 진수방 발레 공연은 큰 규모의 것은 아니었으나 개성과 품위를 지닌 작품이었고 우선‘자기의 춤을 이룩하고 있는 것이 좋았다’고 첫머리를 시작하고 있다.
동아일보 1963년 4월2일자에 ‘파리예술발레단’의 무용평을 무용평론가 조동화선생이 썼다. 제목은 ‘생활·역사에 밀착-간단하면서도 효과 낸 무대배경’. “막간이 5분 이상의 것을 본 적이 없었으니 오래 기다리는 것이 그쪽의 다는 아닌 것 같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 긴 막간이 관대할 수 없는 관객들은 아니다. 그러나 정작 그쪽을 들어 말하면 비겁하게 보여 불쾌해지는 것. 제발 이런 일은 말았으면 한다”는 재미있는 사족을 붙였다.
2014년 6월호 춤지(誌)에 필자가 쓴‘신문살롱’을 재록하여 조동화 선생을 추모코자 한다. 제목은 ‘조동화 선생에 대한 신문의 평가’.

이 땅에 무용 비평의 터전을 다지고 1976년 춤 전문지 ‘춤’을 창간한 조동화(趙東華·1922~2014) 선생이 하늘나라로 가신지 5월24일로 한 달을 맞았다. 비통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 아무리 세상이 어수선해도 조동화 선생에 대한 추모의 뜻을 접을 수가 없다. 하늘나라로 가신(4월24일) 그 다음날 신문들이 조동화 선생을 어떻게 평가하고 대접했는지 여기 모았다.
▲경향신문 = ‘1세대 무용평론가’조동화씨 별세-동아무용콩쿠르 창설 산파 역할/월간 ‘춤’통해 후학 양성 앞장(특히 고인은 월간 ‘신동아’에 16년간 무용평을 연재하면서 본격적인 무용평론의 기반을 닦았다)
▲국민일보 = 한국 전문 무용평론 시대 개척 1세대 조동화 선생 별세(1976년에는 무용전문지 월간 ‘춤’을 창간해 무용평론가 배출에 앞장섰다. 정병호 이순열 이종호 등 현역평론가 대부분이 ‘춤’ 출신이다)
▲동아일보 = 명복을 빕니다·무용 비평기틀 다진 한국 무용 계 큰별-국내 첫 무용전문지 ‘춤’창간 조동화 선생(김경애 전 편집장·누적된 적자로 발간이 어려워질 때마다 소장하고 있던 이중섭, 박수근의 그림을 하나씩 팔면서 잡지를 펴내셨다)
▲문화일보 = ‘1세대 무용평론가’ 조동화선생 타계-무용전문지 ‘춤’ 38년간 발행/해외논문·정보 국내에 소개(‘춤’지는 나라밖 문예 소식을 구하기 힘들던 시절 무용과 예술 관련 해외 논문과 각종 정보를 국내에 소개하는 유일한 창구이기도 했다)
▲서울신문 = 무용 평론시대 개척 조동화씨(1976년에는 월간 ‘춤’을 창간해 춤의 기록적 가치를 주장하며 무용평론가 배출에 앞장섰다. 한국춤평론가회를 결성해 한국춤 평단을 조성하는등 춤의 지성화, 사회적 위상 강화에도 헌신했다)
▲조선일보 = 1세대 무용평론가 조동화씨(1976년 무용전문지인 월간 ‘춤’을 창간해 무용평론가 배출에 앞장섰다.
▲중앙일보 = 삶과 추억·국내 1세대 무용 평론가 조동화 선생 별세-76년 무용전문 월간지 ‘춤’창간/춤 기록적 가치, 사회적 위상 높여(서울대 약대를 졸업한 고인은 대학 재학시설 ‘예술을 즐기는 과학도가 되겠다’며 함귀봉 조선교육무용연구소에서 2년간 무용을 배웠다.)
▲한겨레 = 1세대 무용평론가 조동화씨 별세(2006년에는 평생 수집한 춤 자료를 기증해 춤 자료관 연낙재(관장·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개관에 기여했다)
▲한국경제 = 월간 ‘춤’발행… 1세대 무용평론가 조동화 선생 타계-예술장르로 격상에 공헌(1964년 신인 무용수들의 산실인 동아무용 콩쿠르 창설에 앞장섰고… 정병호 이순열 김영태 이종호 김태원 김채현 성기숙 장광렬 등 현역 평론가의 대부분이 월간 ‘춤’ 출신이다)

5월26일 일산 기독교 공원묘지에 안장된 고 조동화 선생의 곁에는 고인이 그렇게 사랑하시던 ‘춤’ 2014년 4월호(통권 458호)가 놓였다.
‘춤’의 편집 책임은 며느님인 조은경 주간이 몇 년째 맡고 있다.

(※ 지난 11월12일 예술가의집에서 개최된, 한국춤평론가회(회장 심정민)의 「2015 고 조동화선생 1주기 특별세미나」에서 발표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