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평

I. 2015년 무용계 결산
다사다난했던 2015년도가 저물었다. 봄에 무용계가 기지개를 펴는 가 했더니 메르스 사태로 다시 심하게 위축되었다. 사회적으로 큰 사태가 벌어지면 공연예술계 특히 무용계가 직격탄을 맞고 그 회복은 더디기만 한 현상이 반복된다는 점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배경에서 2015년 무용계에 두드러진 현황을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무용계의 창작 침체가 두드러졌으며 특히 주목할 만한 젊은 신작이 나오지 않은 점은 예년과의 차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는 대학 무용과, 최근의 무용 동향에 적응해가려는 국립단체들의 행보, 지원프로그램 기획화 추세의 득과 실, 전략적인 기획 지원사업인 창작산실이 나아가야할 방향, 무용단·극장·지역주민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상주단체 지원사업, 예술관련 (지원)기관의 독립성 유지 필요 등을 짚어볼 수 있다.
이는 앞에 실린 좌담에서 필자가 언급한 바를 재정리한 것임을 밝힌다.

1) 젊은 무용가들의 창작 침체
2015년 무용계에서는 젊은 무용가들의 창작 침체가 두드러졌다. 최근 젊은 무용가들에게 가장 우려하는 점은 완성도를 높이기보다는 끼와 즉흥과 자기만족으로 작품을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2015년에 컨템포러리댄스의 중심인 서유럽에서 주목받은 두 작품이 각각 봄과 가을에 내한공연을 하였는데 바로 성남아트센터에서 초청한 올리비에 뒤부아의 『비극』과 SPAF에서 초청한 크리스티앙 리조의 『실화에 따르면』이다. 이 두 작품을 보면 컨템포러리댄스의 주요 특질의 하나인 다매체적인 성향을 유지하면서 결국 본질적인 부분은 움직임으로 풀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개념적, 구성적 완성도가 경이로울 정도다. 여기서 우리 젊은 무용가들이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컨템포러러댄스가 기존의 무용미학을 해체하고 고정관념을 타파하기 위해 여러 형식을 의도적으로 어그러뜨리는 방식을 실행하곤 하는데 이는 일종의 연출적인 방식이라는 것이다. 개념적으로 너무나 묵직하여 의도적으로 아무것도 안담은 듯이 흩트려놓기도 하고, 구성적으로 치밀하게 짜놓고는 의도적으로 자유롭게 보이게 흩트려놓기도 한다. 아무런 개념이나 구성없이 얽기 설키 만드는 것이 아니란 의미다. 최근 우리 젊은 무용가들이 컨템포러리댄스의 본질적인 특질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작품을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은 안타까울 뿐이다.
또한, 젊은 무용가들이 다소 혼돈상태에 놓여 있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무용계에서는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몇 년 후에 소리없이 사라지는 기획들이 많다. 「CJ영페스티벌」, LIG문화재단, 「댄싱 9」 등이 그러했는데 그때마다 적지 않은 젊은 무용가들이 창작활동에 타격을 받곤 했다. 이는 당시의 시류에 휩쓸려가면서 거기에 영합한 무용가들이 적지 않다는 의미도 된다. 예술가라면 시시때때로 바뀌는 시류에 끌려 다니기보다는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으면서 예술적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그러한 무용가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꾸준하게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예술은 중장기적인 안목과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분야다. 지나치게 재빠르고 영리하게 구는 젊은 무용가들 중에서 빨리 사그라지는 빈도가 높다는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실제로 십여 년 전, 가까이에는 몇 년 전만해도 화려하게 주목받았던 젊은 무용가들 중에서 지금엔 이름도 잘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외국의 무용계를 보면 다양한 갈래의 예술 조류를 동시다발적으로 수용하는 분위기가 비교적 잘 조성되어 있다. 한편 우리나라 무용계에서는 예술 추세가 트렌드화되어 대다수가 이리로 몰려갔다가 저리로 몰려가는 경우가 빈번하다. 창단 당시의 주도적인 예술 조류와는 다소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꾸준하게 자기 페이스와 정체성을 유지해가다가 창단 10년이 넘은 후에 주목받는 무용단들도 외국에서는 적지 않다. 내한한 바 있는 쉔웨이댄스아츠도 그런 경우다. 자기 페이스와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성장을 거듭했기 때문에 특정 시기의 예술 조류와 맞아떨어져서 대대적으로 주목받는 시점에서는 이미 경쟁자를 찾기 힘들 정도로 탄탄한 예술성을 함양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예술가라면 무용계 흐름에 끌려 다니기보다 스스로 새로운 예술 조류를 만들어 끌어가겠다는 자신감과 노력이 필요하다.

2)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는 대학 무용과
현재 대학 무용과들의 상당수가 사면초가이고 고사 직전인 곳도 있다. 근 몇 년간 1세대 무용과 교수들이 정년퇴직을 하는 빈도가 높은데 이야기를 들어 보면 후임교수를 뽑지 않고 무용과를 없애거나 다른 과와 통폐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유지되고 있는 대학 무용과라고 할지라도 대학평가, 취업률, 업적 및 성과, 강의평가 등이 얽혀져서 교수들이 전공을 유지하면서 자리보전하기에 급급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대학 무용과들이 생존을 위해 분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니 예전처럼 창작작품을 발표한다든가 신진무용가들을 공급하면서 무용계 활성화를 도모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무용계 창작 침체의 주요 원인이 대학 무용과의 현 상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이제 해외 무용계처럼 현장과 교육이 구분되어가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고 여겨지는데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3) 최근의 무용 동향에 적응해가려는 국립단체들의 행보
최근 국립무용단체들이 최근 무용 동향에 발맞춰가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추세다. 세 개의 국립무용단체 중에서 국립무용단은 한국무용 계열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무용동향에 동참하려는 의지가 매우 강력하고 중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이러한 스타일의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몇 년간의 노력을 통해 올해 『회오리』나 『향연』이라는 긍정적인 성과를 낸 건 고무적이라고 여겨진다. 다만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에게는 파격적으로 국립무용단의 연출이라는 기회를 주는 반면에 정작 무용가들에게는 상대적으로 까다롭게 대한다는 인상이 없지 않다. 무용작품에서는 연출 이상으로 안무가 중요한데도, 연출가만 대대적으로 부각시킨다든가 아니면 주 안무가 없이 작품을 제작하려한다든가 하면서 말이다. 지금까지는 이벤트나 기획력 같이 다른 부분에서 관심을 끌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국립무용단의 레퍼토리로 정착할 수 있을 만한 완성도 높은 작품이 계속 나와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무가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역량있는 안무가에게 기회를 주면서 작품력을 끌어올려가는 게 중요하다. 실제로 올해 재공연된 『회오리』가 그 가능성을 농후하게 보여주었다.
국립현대무용단의 경우에는 노력에 비해 성과가 따라주지 않은 안타까운 케이스다. 기획인력 등 아이디어를 짜는 사람들은 많은데 비해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는 결과물에 있어서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인상이다. 내용적으로 접근하자면 무용가에게는 예술적 고유성과 창작적 자율성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이를테면 무용가 100명이 있다고 하면 창작 작업에 있어 100개의 경우의 수가 있을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일련의 창작 작업의 틀을 만들어서 거기에 무용가들에 맞추도록 유도하는 것은 고유한 창작력을 해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 어떤 무용가는 드라마투르기를 필요로 하는 한편 다른 이는 그것이 도리어 작품력을 흩트려 놓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멘토제 역시 무용가가 필요로 하는 경우에 도입해야 할 테고 무엇보다도 무용가에게 실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를 선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그 무용가의 창작작업을 오랫동안 지켜봐오면서 장단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들이야말로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모든 기획이나 지원은 무용가로 하여금 최상을 작품을 낼 수 있도록 하는데 맞춰져 있어야지, 단체의 다채로운 기획력을 실험하거나 과시하는 장으로 끝나서는 안 되는 것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의 기획 노력은 확인되는 바 이를 내용적인 면에서 무용가를 받쳐줄 수 있는 방향으로 조정한다면 보다 높은 작품 완성도라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국립발레단은 가장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는 듯하다. 워낙 해외에서 만들어진 훌륭한 고전 및 현대 레퍼토리가 풍부하다보니 이를 활용하는 것이 아무래도 위험부담도 적고 성과도 좋기 마련이다. 문제는 해외의 훌륭한 레퍼토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동시에 한국 발레안무가의 발굴 및 양성에는 계속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것이다. 발레계야말로 해외 레퍼토리와 국내 창작작품의 질적 수준 차가 가장 심하다. 이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젊은 발레안무가를 키워나가야 하는 과제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더 이상 늦춰지면 아예 포기해야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한국적인 컨템포러리발레를 창작할 수 있는 안무가 발굴과 양성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4) 지원프로그램 기획화 추세의 득과 실
근 몇 년 사이에 예술지원기관이 단순 창작지원에서 벗어나 여러 형태의 기획력을 발휘하는 지원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있다. 창작산실이나 상주단체 등은 파격적인 지원액이라든가 중장기적인 사업내용으로 무용계의 대대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한편으로 지나치게 다양해지는 지원프로그램으로 인한 문제점도 도출되고 있다. 지원프로그램의 가짓수나 공모기간이 다양해지다보니 이를 미처 파악하지 못해 지원 자체를 못하는 무용가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보에 재빠른 사람과 예술성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