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살롱

사람들의 어떤 부분이 그토록 모기를 끌어당기는지 정확히 알아내는 것은 기생충 학자들의 숙원 사업 중 하나다. 지금까지 연구된 바로는 체온, 이산화탄소, 젖산, 이 세 가지는 확실히 모기를 유혹하는 원인들로 밝혀졌다. 하지만 오늘도 수 없이 모기에 물어뜯기는 사람들은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왜 하필 나만?
분명 모기들에게 더 잘 물리는 사람들이 있다. 방에 여러 사람이 함께 자고 있어도 유독 잘 물리는 사람이 있는 것은 누구나 경험하는 현상이다. 체격이나 활동량 등에 큰 차이가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렇다. 즉 기본적인 체온, 이산화탄소, 젖산 같은 요인들이 큰 차이가 없는 가운데서도, 유달리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보면 또 다른 중요한 요소가 숨어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모기가 어떤 요소에 의해 끌리는지 파악하는 연구는 비단 학자들 뿐 아니라 여름밤(심지어 최근에는 겨울밤까지)에 모기에 밤잠 설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도 흥미로운 주제다. 그런 와중에 최근 한여름 밤 열대야에 울적한 소식 하나가 더 추가 되었다. 모기를 유혹하는 요소 중 하나로 여름밤의 좋은 친구로 ‘맥주’가 꼽혔다는 연구 결과 때문이다.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진행된 실험은 맥주와 모기간의 흥미로운 관계를 보여준다. 이 실험에서는 불운한 43명의 지원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25명의 맥주 그룹은 시원하게 맥주 1리터씩을 들이키게 하고 18명의 비교 그룹은 물 1리터를 마시게 했다. 그리고는 이들을 모기장 안에 집어넣고, 다시 그 안에 일인당 모기 100마리씩을 풀어 놓아 주었다. 즉 맥주 그룹에는 2500마리, 컨트롤 그룹에는 1800마리의 모기가 함께한 셈이다. 그리고 연구진은 모기장 안에서 얼마나 많은 모기들이 활동에 나서는가를 관찰했다. 이 실험에서는 크게 모기의 행동양식을 비행 빈도와 공격 빈도 두 가지로 나누어 관찰했다. 비행 빈도는 모기가 비행을 시작하는 빈도를 측정한 것이고, 공격 빈도는 모기가 특정 자극에 반응하여 사람들을 향해 날아오는 빈도를 측정한 것이다. 결과는 맥주를 마신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더 많은 모기들을 끌어 모은다는 것이었다. 특히 맥주를 마신 그룹과 함께한 모기들의 공격 빈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혹시 그렇다면 맥주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때문은 아닐까? 모기는 분명 이산화탄소에 반응하기도 하니까. 혹은 음주로 인해 체온이 올라가서 그런 것은 아니었을까? 이런 똑같은 변수를 고려했을 때에도 음주는 확실히 더 많은 모기들을 끌어 모았다.
단지 술을 먹어서는 아닐까? 연구진은 비교를 위해 이산화탄소가 들어 있는 다른 주류를 먹여보기도 하고, 체온 조절을 해보기도 했다. 다른 어떤 주류보다도 모기는 맥주를 마신 사람들을 선호했다. 즉 맥주는 모기를 유혹하는 향수와 같은 역할을 한 것이다.
맥주에 들어있는 어떤 성분이 이런 현상을 일으키는 것인지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한여름 밤 열대야를 잊게 해주는 좋은 친구 맥주는, 모기에게도 좋은 친구라는 점이다. 그리고 더운 밤 맥주의 기쁨과 모기의 괴로움을 저울질 하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