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살롱

지난해(2015년) 예술의전당 상주단체였던 코리아심포니오케스트라가 30주년을 맞이했다. 그리고 30주년을 맞이하면서 「팡파르 30」이라는 백서를 발행할 예정이다.
코리안심포니는 1985년 지휘자 홍연택 씨가 창단한 민간 교향악단이다. 홍연택 씨는 1972년 국립교향악단의 단장 겸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뒤 1979년 국립교향악단을 미국 순회 연주길을 이끌어 우리나라 교향악단을 미국에 드높이 알린 큰 업적을 쌓았다. 황해도 해주고등학교 시절 트럼펫을 불어 음악가로 알려진 홍연택은 월남해서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 3회 졸업생이었다.
졸업 후 중고등학교 교사로 경기상고, 경기여고 등에서 브라스밴드와 오케스트라를 지도한 일이 있고, 가톨릭교회 신자로 교회 합창단을 지휘한 일이 있으며,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오보에 연주자로 활약한 일도 있다. 30대 중반에 빈으로 유학해 빈 국립음대 지휘과를 마치었다. 집념이 강하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지휘자였다. 박정희 대통령이 지은 「새마을 노래」를 정리하고 편곡한 인물이기도 하다. 당시 박 대통령 측근에는 고 홍성철(전 내무부 장관)과 고 김성진(전 문공부 장관) 등이 있어 그들은 해주고보 선후배들이었다.
1972년 국립교향악단의 지휘자로 취임한 것도 그를 좋아하는 후견자들이 있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그는 단원들의 투표로 지휘자에 취임하였다. 그런 까닭으로 홍연택은 국립교향악단을 높은 수준의 악단으로 향상시켰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1982년 국립교향악단이 KBS교향악단으로 재창단돼 실질적으로 국립교향악단이 사라진 것이다.
이곳에서 삶의 수단을 잃은 60여 명의 단원들은 갈 곳이 없었다. 그중 10여 명의 단원은 1983년 창단한 수원시립교향악단으로 취직이 되었으나 나머지 50여 명은 절망의 삶을 감당해야 했다. 이것을 참지 못한 홍연택은 본인 자신은 한양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도 옛 단원들의 삶을 늘 걱정하였다.
이렇게 해서 시작한 것이 코리안심포니이다. 1985년 3월3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첫 연주회를 가졌다. 옛날 국립극장과의 인연으로 국립극장 지하실 방을 빌려 년 5천만 원을 국립극장 단체의 반주 등을 빌미로 밑천 삼아 활동을 시작했다. 매달 월급 때만 되면 음악에 대한 걱정보다는 돈 걱정을 더 해야 하는 일을 홍연택이 직접 감당해야만 했다.
다행히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교향악단의 수요가 생기고 해서 끌어가기는 했지만 교향악단 생존전략을 위한 투쟁은 비참할 정도였다. 5천명 대합창, 찬송가 전곡 녹음 등 부수적인 활동도 전개하여 이런 활동이 교향악 운동 사상 새로운 진로를 개척했고 그 후 우후죽순 민간 교향악단의 탄생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2001년 예술의전당 상주단체가 된 후 홍연택은 15년간의 짐을 벗었다. 그 짐을 벗은 후 얼마 안 있어 하늘나라로 떠났다. 모든 것을 다 이루었다는 뜻이었다. 코리안심포니는 그 후 여섯 명의 상임지휘자가 홍연택의 뒤를 이었다. 능력 있는 임헌정 지휘자와 제7대 김희근 이사장이 재임 중이다. 홍연택이 꿈꾸던 국립교향악단으로의 부활의 때가 이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