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살롱

“하루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쌓이는 것이다.” 지인이 보내준 글이 생각나 적어본다. “역사는 사라지는 게 아니고 쌓이는 것이다.” 그 쌓인 현실 속에서 역사는 그 시대가 요구하는 시대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다.
올해는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과 고 이해랑 탄생 100주년이 맞닿은 뜻깊은 해다.
고(故) 이해랑 선생은 연출가로서 뿐만 아니라 정계입문을 통하여 문화계에 자리매김을 단단히 해 준 어르신이다.
이해랑 탄신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연극계의 큰 인물들이 다 모여 「햄릿」 공연을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7월12일~8월31일)에서 한판 멋지게 올렸다. 이번 기념행사를 올린 인재들은 모두 이해랑연극재단이 해마다 주최한 이해랑연극상의 수상자들로 이루어졌다.
제작의 귀재라고 불리우는 박명성 신시컴퍼니의 예술감독을 비롯하여 연기진 또한 우리연극계의 기라성같은 배우들이 포진하고 있다.
특히 이번 햄릿공연은 이해랑 선생 생존시 주역을 맡았던 유인촌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연기했다.
햄릿의 고뇌가 젊은이만의 고뇌가 아닌 모든 인간의 고뇌임을 대변하고있어 관객 모두의 마음을 휘어잡고 있다. 주인공에 맞추어 전무송(레어티스), 박정자(폴로니어스), 손 숙(거투르드), 정동환(클로디어스), 김성녀(호레이쇼), 윤석화(오필리어), 손봉숙(로젠크란츠), 한명구(무덤지기) 등의 열연은 오랜만에 관객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특히 박동우의 무대설정은 원래 객석을 텅 비워놓고 무대위에 객석을 설치하고 무대위에 무대를 설치해 줌으로해서 응집된 공간활용에서 오는 연극의 밀도를 자아냈다.
특히 배삼식의 각색대본은 완벽한 명배우들의 입을 통하여 관객의 깊은 언어의 우물을 울려주는 묘한 효과를 끌어내고 있었다.
특히 나이와 성을 초월하여 배역을 넘나든 손진책의 연출은 이제 그가 원숙한 경지에 있음을 말해준다.
이번 햄릿 공연을 보면서 나는 우리나라에도 연극사의 모범이 되는 큰 빌딩이 차츰 가능하겠구나하고 안도와 행복을 누려본다.
오늘의 이러한 연극계의 현주소를 가능하게 뒷받침 해준 이해랑연극재단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
특히 대미를 장식한 유민영저 「이해랑평전」을 한 권씩 선물받은 관객들은 명실공히 공연으로 뿐만 아니라 기록으로도 연극사가 완결되고있음을 감사하였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