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살롱

연희공방 ‘음마갱깽’의 창단공연 「꼭두, 80일간의 세계일주」는, 연희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해 준 공연이었다.(7월30일 서울남산국악당)
요즘 젊은 연희집단의 활약이 대단하다. 연희의 기술이나 작품의 구성에서, 과거의 연희를 뛰어 넘는다. 음마갱깽은 연희공연에 사용하는 인형이나 무대미술에 특별히 비중을 두고 있다. 연희의 발전을 위해 연희자의 기량이 향상되어야 하는 것처럼, 또한 연희에 사용하는 탈이나 인형, 도구들도 이 시대에 맞게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이런 중심에 음대진이 있다. 그는 연출, 무대미술, 인형제작의 1인 3역을 해내고 있다. 음마갱깽의 구성원이 그렇듯이, 음대진도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연희과 출신이다. 그 또한 연희꾼으로 출발해서 여러 무대에서 배역을 맡아왔다. 음대진은 또한 연희와 관련된 미술 적에 면에 치중해왔다.
「꼭두, 80일간의 세계일주」는 꼭두각시놀음인 「박첨지놀음」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전통에 뿌리를 창작을 한 셈이다. 과거 박첨지가 팔도강산을 유람한다면, 이 작품에선 팔십일간 세계일주를 한다. 이런 과정에서 등장하는 저승사자(장우상), 사기꾼(김용훈)은 인형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고, 연희꾼들의 연기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흥미진진했다.
박첨지는 전통적인 방식의 인형으로도 등장을 하지만, 실제 배우가 손으로 움직이는 인형형태로도 등장을 한다. 무대가 보다 더 동적이 된 셈이다. 박첨지는 이주원이 맡았다. 이번 작품에선 크게 돋보이진 못했다.
대본은 경민선이다. 지금까지 창작연희극의 대본을 많이 쓴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의 작품의 특징은, 연희를 통해서도 철학적인 의미와 사유의 깊이를 집어넣고 있다는 점이다. 연희가 그저 웃고 떠들고 한판 놀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읽혀진다. 그러나 주인공에게 시련은 있으나, 그 시련이 그저 풍경처럼 지나쳐 버리거나, 극복과정에서의 치열함을 통해서 공감과 감동을 주지 못한다.
전통적인 얘기를 가져와서 현대적 상황과 연결시키는 것도, 아이디어에 머무르는 아쉬움이 크다. 죽음을 앞둔 박첨지를 등장시켜서, 그의 젊은 시절 얘기를 끄집어낸다. 이를 통해서 요즘 젊은이들의 힘겨움을 얘기하려 한다. 하지만 그녀의 대본에서는 설정은 있으되, 설득이 약하다. 공감하기가 어렵다.
이런 한계가 있음에도, 연희꾼인 배우와 악사가 많이 극의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특히 박첨지와 대화의 상대가 되어주는 산받이 역할의 방성혁, 박첨지가 세계일주를 하면서 만나게 되는 싸밤바(브라질 무희) 역할의 윤현진 등이 즐겁게 잘 풀어냈다.
음악은 박미향이 맡았다. 작품의 주제곡을 비롯해서 그가 만든 음악들이 전체적인 연희작품 속에서 어떻게 잘 융합할 수 있을까에 관해서는 보다 더 많은 고민이 요구된다. 배정찬(가수)이 노래를 불렀는데 가수도 악사의 한사람으로서, 극의 바라보는 관찰자로 존재하다가, 노래로 이어졌으면 어떠했을까? 뮤지컬의 장점을 잘 수용해서, 놀이와 음악을 즐겁게 공존시키는 해결책을 박미향에게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