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시

다시, 춤

박은희

오일장 폐장이 가까운 시간,
사람들이 송사리 떼처럼 한곳으로 우르르 몰려가고 있었다
환호성과 수런거림 속을 비집고 들어가 보니
흥겨운 음악에 맞춰 진하게 분장을 한 여자가
빙그르르 원을 그리며
마치 지느러미로 물살을 가르며 헤엄쳐 나가듯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었다
뭔가에 홀린 듯 낯설지 않은 광경에 숨죽여 지켜보았다
쩔그렁거리는 가위질 소리에 놀라는 찰나,
한동안 잊고 있던 아련한 기억 속의 그녀였다

붉다, 여전히 붉은 향기가 번져간다
온몸을 열정적으로 흔들면서
예전처럼 능숙하게 좌판 위의 엿가락을 동강내고 있다
빙글빙글 돌아가며 흔들어대는 아찔한 몸짓,
그 격정적인 춤사위에 숨은 점점 깊어지고
그동안의 위태로운 시간들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그녀가 다시 모든 숨을 풀어놓는 그 순간까지
사람들은 어깨를 들썩이고 손뼉 치며 발장단을 두드린다
아주 잠깐, 음악이 멎자
춤추고 노래하며 엿을 팔아서 우리 식구 먹고산다는
한층 구슬픈 팔자타령에 애간장 타들어가고
그래도 사람 팔자는 시간문제야
우리 삶도 한 번은 살아볼 만한 거라구!
그녀의 외침에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
사람들의 박수갈채가 좌판 위에서 출렁이고 있다

목젖 저 밑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