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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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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의 세계화에 관한 두 개의 제언
- 「2016 세계무용연맹 아시아퍼시픽 국제무용총회」의 초청발제*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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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용연맹 한국본부[회장 전홍조(錢弘燥·성신여대 교수)]가 주최한 「아시아-퍼시픽 국제무용총회」가 2016년 7월21~24일 서울사이버대학, 호암아트홀 등지에서 개최되었다. “춤을 통한 지역과 국제간 통합(Celebrating Connection: Local and Global Integration Through Dance)”이라는 주제 하에 심포지엄, 워크숍, 공연, 마스터클래스, 쇼케이스, 코레오랩, 웰니스 등 다양한 형태와 분야의 활동이 동시에 진행되었다.
심포지엄은 대학원 석박사생의 발표를 격려하는 페챠-쿠챠(Pecha-Kucha)라는 독특한 섹션으로 시작돼 총 21개국에서 온 학자들의 발표가 사흘 동안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조금씩 얼굴을 익히고 서로의 발제 및 연구분야를 파악하게 된 학자들은 마지막날의 총회에서 모두 라운드테이블에 모여 초청발표를 듣고 토론하였으며, 엠마 글래드스톤(Emma Gladstone)과 안드레 그라우(Andr럆 Grau)라는 두 명의 영국인이 대미를 장식했다. 글래드스톤은 런던 댄스엄브렐라(London Dance Unmbrella)의 예술감독이자 CEO로서 「댄스엄브렐라페스티벌」의 프로그램 구성철학 및 접근법에 대해 소개했고, 무용인류학자인 그라우는 인류학의 관점에서 무용의 세계화 문제에 대하여 이론적 분석을 했다. 화려한 사진과 영상이 곁들여진 글래드스톤의 파워포인트와 인용문 분석으로 대부분 채워진 그라우의 파워포인트가 명확히 대조되듯, 두 영국인 발표자의 활동 영역, 관심 분야나 접근법은 너무나도 달랐다. 그럼에도 이어진 질의와 토론에선 공통적 문제의식이 도출돼 열띤 토론으로 이어졌으니, 이는 실기와 이론, 현장과 학문을 모두 아우르는 세계무용연맹의 포괄성과 균형감각을 드러내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다음은 두 발표자의 발표내용을 요약·정리한 것이다.
■ 발제·1
춤을 세계화시킬 것인가 탈식민화할 것인가?
인류학의 관점에서 바라보다
(Worlding or Decolonising Dance? A View from Anthropology)
발표·안드레 그라우
(Andr럆 Grau / 영국 로햄튼대 교수)
춤은 자기 지역과 완전히 동떨어진 지역의 춤을 보더라도 친밀성을 느낄 수 있는 독특한 특성이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낯선 춤을 보고서도 즉각 이해하고 소통했다고 간주하기 쉽다. 그러나 1970년대 이래 무용인류학은 춤에서 보편주의적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가정이 위험함을 강조해왔다. 애드리언 캐플러와 같은 학자는 1972년 「인류학 연보」에 게재한 논문에서 “각 춤의 전통이 속한 지역의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 없이 춤(혹은 예술)이 간문화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생각은 여전히 남아있으며, 특히 무용수와 예술가들의 경우 그러하다”(Kaeppler 1978:33)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수많은 무용사 책들은 여전히 이러한 관점을 드러내고 있다.
예를 들어 메리 클라크와 클레멘트 크리습이 쓴 「춤의 역사(The History of Dance)」(1981)를살펴보자. 매우 저명한 저술가들이 쓴 대표적인 무용사 책이지만 자민족중심주의적 관점이 드러난다.춤이 ‘원시적’ 기원에서 출발하여 민속춤, 동양의 고전춤양식으로 이어져서 서양 극장예술춤, 특히 발레로 귀결되는 내러티브는 20세기에 만연했던 저술방식이다. 이러한 책들은 서양 극장예술춤의 무용수들은 하나하나 열거하지만 그 계보에서 벗어난 무용수들에 대해선 단지 ‘인도’, ‘아프리카’, ‘민속’으로 형용하거나 50개국이 넘는 국가로 이루어진 거대한 대륙을 단일한 나라 쯤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또한 세계 각 지역의 토착문화를 동시대적인 현상으로 보기보다는 인간 진화의 초기단계를 상징한다고 여기기도 한다. 사회진화론이 이미 물러간지 오래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진화론적 관점은 무용계에 여전히 남아 있다.
서양예술춤을 다른 춤 양식으로부터 구분짓는 경향은 캐플러, 조앤 키알리이노호모쿠, 주디스 린 한나, 안야 로이스, 드리드 윌리엄스 등 초기 무용인류학자들이 강하게 문제삼은 부분이기도 하다. 키알리이노호모쿠의 대표적인 논문인 「인류학자는 발레를 민족춤의 한 형태로 본다「(1969/70)와 이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논문인 「민속춤」(1972)과 「춤의 비예술」(1976)은 모두 춤에 대한 서양식 분류법에 내재된 전제와 편견을 폭로하고 있기에 나는 이 논문들을 수업시간 자료로 활용하여 이러한 분류법이 춤 자체보다도 서양 산업사회가 상정하는 인종, 계급, 진화에 대한 관점들을 드러내고 있음을 자각하도록 독려하였다.
매년 학생들은 그들이 별 생각 없이 사용해 온 춤의 분류방식과 용어들이 실은 너무나도 극명한 가치범주임을 깨닫게 되었다. 인류학에선 이와 같은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자세하고 “두꺼운 기술(thick descriptions)” (Geertz, 1973)을 통해 춤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인류학자들은 모든 춤이 문화적이며, 따라서 어떤 춤도 그것을 만들고 연행하는 이들의 관점, 전제, 열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춤의 ‘기원’을 추정하고 추측하는 것 역시 인류학에선 경계한다. 어떻게 춤이라는 독특한 현상이 등장했는가라는 물음 자체가 문제될 것은 없다. 실제로 내가 사사받은 인류학자이자 민족음악학자인 존 블랙킹(John Blacking)은 이 문제에 대하여 상당히 면밀하게 탐구하였다. 그는 인간이 두 발로 걷고 언어를 사용하게 되면서 진화에 있어 큰 전환점을 맞게 되었고, “특정한 감각적, 의사소통적, 상호협동적 능력”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춤이 등장할 개연성이 높아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고고학적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춤의 기원에 대한 논의는 이 이상 크게 나아가기 힘들다. 따라서 파악할 수 없는 과거에 집착하기 보다는 차라리 경험적인 문화기술지적 사례들을 탐구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춤은 다감각적인 추구(multi sensory pursuit)이며, 이를 통해 인간이 특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활동이다. 이것이 바로 춤이 가진 힘이며, 인간의 지성과 감성을 결합한다는 점에서 강력하다.
여전히 서양극장춤의 헤게모니적 권력이 잔재하는 현 상황에서 나는 ‘세계춤(world dance)’이라는 용어에 대하여 논의하고 싶다. 1993년에 쓴 한 에세이에서 나는 존 블랙킹이 ‘월드 뮤직’이라는 용어를 싫어했다고 쓴 바 있다. 이는 서양 음악을 제외한 모든 음악을 지칭하는 용어일 뿐더러, 서양문화가 ‘현실’이고 다른 문화는 ‘이국적인 변용’일 뿐이라는 전제가 깔렸기 때문이다. 나는 블랙킹에게 사사받으면서 ‘세계춤’이라는 것은 없다고 확신했다. 하나의 단일한 춤 역사는 없다. 단지 수많은 춤에 대한 수많은 역사가 있을 뿐이고, 우리의 의무는 상세한 문화기술지를 통해 이를 기록하는 것이다.
따라서 무용학자 수잔 포스터가 「춤을 세계화하기(Worlding Dance)」(2011)라는 책을 출판했을 때 흥미로웠다. 무용인류학자들이 이미 1970년대 철저히 비판했던 쿠르트 작스의 「세계무용사」를 다시금 비판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춤’이라는 용어를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은 무용학자들의 훌륭한 에세이들이 포함돼 있으며, 특히 포스터가 UCLA의 세계예술문화학과 (Department of World Arts and Culture)를 만들 때 ‘민족(ethnic)’을 ‘세계(world)’라는 용어로 치환한 과정에 대하여 자세히 논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세계춤’이라는 용어는 서양춤과 비서양춤을 구분하는 유럽중심주의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이데올로기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포스터가 그간 무용인류학자들의 노력을 충분히 인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춤’을 단수명사 형태로 사용함으로써 춤을 이해하는 방식의 다양성과 복수성을 간과한 점은 불편하다.
무용인류학의 제 1전제는 바로 춤이 기록하고 분석할 수 있는 구조화된 움직임의 체계로서 접근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는 학생들이 관찰, 노테이션(notation), 분석을 통해 움직임을 이해하도록 격려한다. 또한 인류학의 핵심이 의미생성 주체로서의 인간이듯, 무용인류학의 제 2전제는 “인간은 복잡하게 구조화된 체계의 신체 행위를 행하며”(Farnell, 1995: 343), 이는 “토착적 형태의 구조와 의미에서 비롯된, 문화적이고 언어적으로 복잡한 행위이다”(Williams, 1982: 15). 따라서 춤은 의미있는 행위이자 의사소통의 도구임은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어와 동일한 형식적 특성을 가지진 않는다.
한편 무용인류학의 제 3전제는 현장조사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테레사 버클랜드가 편집한 「현장에서의 춤(Dance in the Field)」(1999)은 무용인류학자들이 현장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보여주고, 구체적인 연구사례와 반성적 검토까지 포함한다는 점에서 이 분야의 발전과정을 보여주는 랜드마크라 할 수 있다.
다른 학문 분과에서도 현장조사를 방법론으로 차용하고 있지만 인류학에서는 연구자와 연구대상 간의 친밀성과 신뢰관계를 연구에 따른 부수적 결과라기 보다는 근본적인 탐구매체라고 여기며, 연구자들은 자기 영역 너머의 세계에 스스로를 위치지움으로써 “비언어적이고 비합리적이며 비자발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공간”을 마련한다. 이에 나와 동료학자인 조지아나 고어(Georgiana Gore)는 무용연구가 지닌 수행적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연구자들은 그들이 탐구하는 전통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이를 실행하고 자신을 재정립한다. 이를 통해 연구자들은 소리, 몸, 공간 속의 움직임에 대한 다른 방식의 개념화를 이해하고 그들이 기존에 지닌 몸 지식을 반성적으로 탐색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비-헤게모니적인 인류학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 발제·2
영혼을 채우기 위한 무용 페스티벌 프로그래밍
(Programming Dance to Feed the Soul)
발표·엠마 글래드스톤
(Emma Gladstone / 영국 댄스엄브렐라 예술감독·CEO)
예술작품을 만드는 이유는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영혼을 채우기 위함이다. 우리는 종종 인간 신체에 대하여 작업한다고 여기지만 실은 전인(whole person)을 포괄하는 보다 큰 실체를 다룬다. 댄스 페스티벌을 여러 해 동안 조직하면서 나는 춤을 만들고 공유하는 과정이 육체적인 과정일 뿐 아니라 정신적인 과정임을 점점 깨닫고 있다.
본 발표는 요리라는 메타포를 활용하여 내가 컨템포러리 안무작품을 프로그래밍하는 방식을 세 가지 창의적 단계로 제시하고자 한다.
요리는 재료, 조리, 서빙의 과정을 거치며, 이는 페스티벌 프로그래밍에도 적용될 수 있다. 첫째, 재료를 찾고 고르는 작업은 페스티벌에 선보일 작품을 의뢰하거나 선정하는 것으로 예술적, 사회적, 현실적 기준을 고려한다. 예술적으로는 용감하고, 치밀하고, 개인적이고, 뚜렷하고, 복잡한 방식으로 주제를 다루는 작품을 선호하며, 사회적으로는 젠더, 문화, 스타일, 연령, 장애/비장애, 지역을 고려하여 안배한다. 나아가 현실적으로는 공연장, 후원, 공동의뢰, 스폰서 등 협력적인 파트너가 있는가, 새 작품을 판매할 능력이 있는가, 혹은 이미 존재하는 작품을 판매할 능력이 있는가의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둘째,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은 예술가들로 하여금 최고의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갖가지 기술과 전략에 해당하며, 예술가에게 최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춘다. 우리는 예술가가 작업할 수 있는 건전한 환경을 제공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전문적인 개발조언을 지원하고, 문화적인 만남을 주선하고, 요청할 경우 피드백을 제공하고, 네크워크 기회를 마련하고, 작품뿐 아니라 예술가 자체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의뢰하며, 항상 그들의 곁에서 도우려 노력한다. 예를 들어 캐나다의 아이스스케이팅 그룹인 르 파탱 리브르(Le PatinLibre)에게 『버티컬 인플루언스(Vertical Influences)』(2014)라는 신작을 의뢰할 때 우리는 예술가들이 런던에 와서 스튜디오 및 아이스링크에서 일주일 정도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며, 드라마트루기와 조명디자이너를 연결해주고, 공동의뢰를 할 수 있는 국제적인 단체를 찾았으며, 공연 전에는 아이스링크에서 테크니컬한 작업을 할 수 있는 부가적 시간을 제공하고, 2주 동안 전적으로 함께 할 프로덕션 매니져를 보내주었다. 이로 인해 르 파탱 리브르는 매우 인상적이고도 혁신적인 작품을 성공적으로 초연할 수 있었다. (사이트 참고 http://danceumbrella.co.uk/playtime.php?ref=research-programme&id=29#.V5I0Acd_xps)
셋째, 서빙은 관객에 초점을 맞추는 단계로서 작품을 적절한 장소와 방식으로 제시하여 관객이 춤을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마케팅의 힘은 어마어마하기에 늘 숙고해야 한다. 마케팅을 위해 비디오를 사용하고, 명확하고 직접적인 언어를 사용하려 노력하며, 매년 10월에 반복적으로 페스티벌을 개최함으로써 안정적인 일정을 만들고, 흥미롭고 참신한 프로그래밍을 하려 노력하며, 관객과의 대화, 워크샵, 토론 등 관객의 참여를 높이려 노력한다. 또한 웹사이트를 통해 공연 시간, 작품 길이, 관객과의 대화, 시간표 등을 명확히 제공하려 하며, 극장공연뿐 아니라 번화가, 주택가 등 사람이 많이 모이거나 독특한 공연 장소를 개발하려 노력한다.
「런던 댄스 엄브렐라 페스티벌」은 이처럼 흥미롭고 독창적인 작품을 발굴하고 의뢰하고 제작하고 기획하고 홍보하는 과정을 통해 춤이 사회에서 생생하고도 가치있는 예술로 존재하도록 노력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우리의 사고와 영혼을 충만케 한다.(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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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초청발제는 2016년 7월24일 서울사이버대학에서 있은 「2016 세계무용연맹 아시아퍼시픽 국제무용총회」에서 발표(ppt)된 것으로, 본지 독자들을 위해 필자들의 양해를 얻어 정옥희씨가 중요내용을 발췌하여 정리 번역하고 서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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