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살롱

2016년 8월 23일, 2001년 이후 15년만에 국내에서 수인성 전염병의 대표격인 콜레라가 발생했다. 콜레라는 쌀뜨물 같은 심한 설사가 특징이며, 10~20리터에 달하는 설사로 인한 급속 탈수로 수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하지만 수분 및 전해질 보충과 항생제 투여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보건의료체계가 잘 갖춰진 한국등에서 사망하는 경우는 비교적 드물다.
2016년 사례의 정확한 감염 경로에 대해서는 역학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환자가 해외여행 경력이 없어 국내에서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19세기 후반, 콜레라의 원인이 박테리아 감염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한반도에서 콜레라는 괴질, 혹은 호열자라 불리우며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서운 질병이었다. 15세기 후반 한반도에 처음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콜레라는, 꾸준히 유행과 소멸을 반복하다 19세기에 정점에 달했다. 1821년에서 1822년 사이 보고된 수로만 수십만 명 이상이 사망했고, 1858년에는 50여만 명이, 1886년, 1895년에도 수만 명이 콜레라로 사망했다.
각 시대에는 저마다를 대표하는 유행병이 있다. 14세기 유럽 인구의 30~60%를 몰살시키고 세계 문명의 흐름을 바꿔 놓은 흑사병이 대표적이다. 18세기에는 매독과 결핵이 있었고, 20세기 후반에는 에이즈가 등장했다. 그리고 19세기 전세계를 강타한 질병은 바로 콜레라였다. 식민지의 확대와 무역의 활성화,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한 세계화는 질병의 세계화를 동반했다.
1817년 인도에서 시작된 1차 대유행은 약 10여 년을 주기로 문명을 휩쓸었다. 사망자는 수십만 명에서 수백만 명에 이르기도 했다. 1900년에서 1920년 사이 인도의 콜레라 유행은 약 800만 명을 사망으로 몰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의 유행은 1961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7차 대유행으로, 2013년에도 47개국 13만 명이 감염되어 2천여 명이 사망했다.
1980년대를 지나며 한국의 급격한 경제 발전, 그리고 사회 기반 시설의 확충은 콜레라 전파의 가능성을 줄여주었다. 특히 상하수도 시설의 보급은 콜레라에 오염된 분변이 주변 식수원이나 음식물(특히 어패류)에 유입되는 것을 막아주었다. 때문에 한국은 1969년 삼선개헌 등 사회적 혼란을 틈타 1,538명의 콜레라 환자가 발생해 137명이 사망한 이래로 심각한 유행은 발생하지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콜레라는 완벽히 차단하기 어렵다. 국제 교역이 증가하면서, 교류하는 항공과 선박도 증가하여 유입되는 콜레라의 빈도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최근 국가간 인구 이동량이 놀랄만큼 증가하고 잦아진 현재 지카 바이러스나 에볼라 바이러스 같은 질병의 유입을 선진국조차도 완전히 막아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카, 에볼라, 콜레라 등의 한국 유입은 세계 속의 한국으로 살아가는 이상 언젠가 일어날 수밖에 일이다. 이제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교훈으로, 2016년 한국의 콜레라 등장을 얼마나 잘 해결해나갈 수 있을지 주목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