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살롱

브라질동포 이민 53주년, 어느새 반세기를 훌쩍 넘기고 동포인구 5만. 가요무대가 22년 만에 다시 찾아갔다. 때마침 올림픽이 열리고 있었다.
눈에 확 들어온 현수막, 「김동건 오빠! 22년 만에 다시 만나 반갑습니다. 피아노 할머니」 정겨운 할머니시다.
□ 「브라질에 핀 코리아의 꿈」(1.2부로 8월15일과 22일 방송)
브라질 동포 합창단과 출연가수들이 「꽃중의 꽃」을 합창하면서 막을 올리고, 2부는 또비아스삼바 무용단의 오프닝쇼로 상파울루 분위기를 화끈하게 띄웠다.
선곡은 고향노래, 부모, 사계절을 담는 노래로 계절여행의 느낌을 주고, 머나먼 이국땅에서 개척하는 고난, 성취하기까지의 열망, 그리고 브라질사회에 정착해 굳건히 살아가는 자랑스러운 모습들을 부각시켜주었다.
1부 전반부의 「찔레꽃」(장사익)은 동포합창단의 코러스로 훨씬 부드러웠다. 마당극 「상파울루 사진관」은 고국에서 홀로 된 아버지(김성환)가 찾아와서 자녀들을 만나는 촌극인데, 연기에 익숙지 않은 가수들이 열심히 유쾌하게 연출해 주었다. 「순이의 일기」의 순이는 60대 할머니가 되셨을 텐데, 비슷한 연령의 할머니들은 애잔한 느낌을 받으셨으리라. 김상희의 「코리아타운」은 상파울루 사회 주축에 참여하고 있는 각계의 인물들을 소개했다.
동포사회 각계각층의 내용과 모습들을 공개방송으로 소개하려면 산만해지기 쉬운데, 파트별로 나누면서 종합적으로 연결시키는 구성이 무리 없이 진행됐다.
2부 여자가수들의 「김치깍뚜기」로부터 활기를 띄워 「아메리칸 마도로스」, 「나 가거든」, 「이제는」, 「삼바의 여인」까지 가요무대 클라이맥스를 유쾌하고 즐겁게 장식했다.
※ 시청자가 느낀 아쉬움: 무대배경화면에 한옥, 장독대같은 옛 고향의 정경이 보였는데, 발전된 고국의 여러 면도 보고 싶었을 것. 대형합창단이 무대를 꽉 채워 공연의 스케일과 볼륨을 높였는데, 남성단원도 보이게 단을 준비했었으면…. 장사익의 레파토리는 무거운 편인데 세 곡 중 한 곡(아버지)은 「봄날은 간다」로 대체했더라면 관객의 반향이 다르지 않았을까.
□ 「8월 신청곡」(8월29일 방송 조성호 연출)
엔딩에 선곡된 「몬트리올의 금메달」(작사: 전영우, 작곡: 김학송, 노래 김상희·별셋)은 특별히 기획된 작품.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 양정모 선수가 결승에 올라서 몽골선수와 대결, 온 나라를 긴장시켰다. 지금은 문을 닫은 DBS동아방송(HLKJ 790Mh)은 우승에 대비, 급히 작사작곡을 의뢰, 악단반주를 녹음해놓고 가수들을 대기시켰다. 마침내 양정모 선수의 우승 뉴스와 함께 노래를 녹음, 방송 송출했다. 애국가가 울리면서 태극기가 올라간 최초의 우승이었다. 그 시간부터 DBS채널을 통해서 시간마다 방송했다. 그리고 끝. 꼭 40년 만에 방송에서 다시 들을 수 있었다.
당시 제작방송에 참여했던 PD로서 감격과 함께 ‘가요무대’에 감사를 드린다.총기획: 김진홍, PD: 양동일·문석민, 연출: 양동일·박형근, 사회: 김동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