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살롱

8월22일부터 29일까지 서울특별시청 시민청 갤러리에서 김익달 선생(1916~1985)의 대표 출판물을 전시하는 전시회가 열렸다. 출판단체와 잡지단체가 함께 개최한 보기 드문 무대였다. 선생의 호는 학원(學園), 일세를 풍미하던 그 유명한 「학원」 잡지의 ‘학원’이다.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기리는 기념 행사가 잔잔한 울림을 남겼다.
「학원」지는 한국전쟁 기간 중이던 1952년 11월 1일 창간되어 1970년대까지 당대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을 키워주던 10대들의 우상과 같은 잡지였다. 한국 청소년 잡지 역사에서 상업적으로도 성공하고 청소년 문화의 선도적 노릇까지 한 전무후무한 잡지였다. 1950년대에는 일간 신문보다 두 배 이상인 10만 부가 판매되며 수많은 ‘학원 세대’를 키워냈다. 김익달 선생은 또한 최초의 여성 종합지인 「여원」, 농촌 잡지인 「농원」 등 성공적인 ‘원’자 돌림 잡지들을 여럿 발행했다.
일제시대 일본에서 유학한 김익달 선생이 창업한 학원사는 해방 이후 대구에서 대양출판사로 시작해 등사기로 찍은 영어 회화, 유행가요집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1947년에 상경, 1955년에 상호를 학원사로 바꾼 다음 한국 출판 역사상 최초의 백과사전인 「대백과사전」(1958년, 전6권)을 비롯한 각종 사전류를 잇달아 펴내고, 국내 처음으로 할부판매 상법을 도입하며 대형 전집물의 할부판매 시대를 열었다. ‘출판의 꽃’이라는 백과사전의 출간은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아홉 번째 세계대백과사전 보유 문화국의 위치로 끌어올렸다. 이 사전은 1960년대 초까지 무려 5만 질(총 30만 부) 이상이 팔려 나갔고, 1973년에 총 20권으로 완간되었다.
김익달 선생은 「학원」지 성공을 바탕으로 폐허의 땅에서 장학 사업과 문학상 제정 등으로 차세대 인재를 양성했고, 많은 출판인들이 학원사를 거쳐 일가를 이루었다. 많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매달 지급하는 장학회 운영이 쉽지 않아 어떤 때는 사채를 끌어다 썼지만 중단한 적이 없었다. 1952년에 설립된 학원장학회는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장학회인데, 현재까지 학원밀알장학재단으로 이어지며 60여 년간 850여 명의 학업을 지원했다. 이렇듯 김익달 선생은 기업의 사회 환원과 여러 사회사업을 펼친 존경받는 출판사였다. 우리 출판 역사에서 김익달 선생의 존재감은 크기만 하다.
잡지 「주부생활」과 신문 「독서신문」도 그의 작품이다. 도서 보급망의 개편을 위해 도서 일원화 공급기구 설치작업과 함께 도서정보 제공, 독서지도를 위한 전문 주간지인 「독서신문」 발행을 앞장서 주도했다. 이것은 당시 출판계의 불황 타개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각종 사전류와 단행본 3천여 종을 발행하며 출판문화의 기초를 마련하고 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적과 장학사업에 의해 뿌려진 씨앗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탄생 100주년을 맞아 때마침 발행된 「학원 김익달 평전」은 학원장학회 출신의 저자(윤상일 변호사)가 은인에게 바친 헌사이지만, 출판 사업과 사회 공헌의 새 길을 만들며 어려운 시대를 헤쳐나간 선생에 대한 출판인들의 흠모가 어디에서 연유하는지를 보여주는 텍스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