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살롱

박경훈은 1981년생이다. 국악계에선 이미 유명작곡가다. KBS국악대상에서 작곡상(2011년)을 받았다. 그에겐 ‘국악계의 쇼팽‘이란 별명이 있다. 피아노를 잘 치고, 작품에서 피아노를 잘 활용한다.
박경훈과 양방언은 상통한다. 대중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만든다는 점에서 그렇고, 그들의 음악에서 모두 피아노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는 이렇게 양방언과 ‘비교될 수 있지만, 비교할 수 없는’ 그 만의 영역이 있다.
박경훈은 ‘산조’를 아는 작곡가다. 많은 작곡가들이 산조를 아는 것 같아도 정작 그렇지 못하다. 악보 위에 그려진 산조를 이해하곤 있으나, 산조특유의 장단이나 호흡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다. 박경훈은 다르다. 동시대 작곡가 중에서 산조에 대한 이해와 활용이 앞선다.
박경훈은 최근 두 개의 중요한 무대를 통해서 호평을 받았다. 「여우락 페스티벌」의 ‘더블 클레프‘(7월23~24일 국립극장 달오름)와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정기공연(8월27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놀이노래로 놀자‘가 초연되었다. 6개의 소박한 전래노래를 경쾌하고 재미있게 전개하고 있다. 듣는 사람도 웃음을 머금게 하는 작품이었다. 그간의 박경훈의 작품이 서정적인 에세이라면, 이번 작품은 유쾌한 콩트같다고나 할까?
이런 그에게 있어서, 피아노는 ‘뜨거운 감자’다. 그간 그의 작품은 거의 피아노(건반)를 매개로 해서 매력을 발산했다. 국악기 독주자들이 이런 박경훈의 피아노를 선호했다. 예전 산조음악에서 장구가 선율악기를 돋보여줬다면, 박경훈이 작곡한 음악에선, 독주하는 선율악기를 박경훈의 피아노가 리듬과 화성을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박경훈의 음악을 들어보면, 피아노가 지나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예전에 기량이 다소 미흡한 연주자들의 공연에선 박경훈의 이런 역할을 청중들에게도 심리적 안정을 준 것은 사실이다. 독주자의 음정과 리듬의 불안함을 박경훈의 피아노가 완벽하리만큼 커버해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기량이 우수한 국악연주가들이 참 많다. 이런 우수한 연주가들과의 협연에서, 그의 피아노가 너무 많아서 점차 질리게 된다. 이번 「여우락페스티벌」에서도 그랬다. 이아람(대금)과 김효영(생황)이라는 동세대 최고의 연주가들이 박경훈의 작품을 연주를 했는데, 그의 피아노가 너무도 과잉해서, 정작 이 연주가에게 빠질 수 없었다. 박경훈의 피아노에, 선울, 화성. 리듬이 너무도 많아서, 이런 악기들이 묻힐 수밖에 없었다. 박경훈의 작품을, 박경훈의 피아노가 방해한 셈이다.
이런 비유가 적절하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심리를 깊게 표현할 때는, 꼭 그 한 사람만 클로즈업한다. 박경훈의 음악에서 늘 피아노가 따라가기 때문에, 주인공에게 집중이 되는 원샷(one shot)은 없고, 이 또한 투샷(two shot)으로 처리한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박경훈은 동 세대의 작곡가 중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다. 그가 보다 더 국악기의 본질적인 소리에 접근해 주길 바란다. 보다 더 깊어지는 박경훈의 음악을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