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살롱

1960년 독일유학을 마음먹고 드디어 그것이 실현되었을 때, 나는 엉뚱하게도 동서양의문화를 비교할 수 있는 길이 「불교의 탱화와 기독교의 성화」를 비교하는 공부를 하면 두 대륙의 문화발전의 근원을 알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이들었다.
그때의 호기심은 실현되지 않았지만 아직도 살아 있어 나는 기회가 될 때마다 두 대륙의 문화발전의 다른 근원에 대한 궁금증을 나름대로 유추해본다.
이번에 본 두 연극공연은 우연히도 나의 해묵은 호기심을 다시 자극했다. 불후의 명작을 남긴 ‘이중섭’ 화가와 희대의 살인마(35명 살인) ‘로베르토 쥬코’를 비교한다는 것은 언어 도단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두 작품은 쓰여진 연도가 1991년(고 김의경 작)과 1988년(베르나르 - 마리 콜테스) 비슷하며 두 주인공들은 소금으로 몸을 씻을 만큼 순수함과 순결, 그리고 완벽한 자기세계를 고집한(이중섭) 반면 그것을 지키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세상의 희생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 올린 「길떠나는 가족」(김의경 작, 이윤택 연출, 이중섭 탄생 100주년 및 고 김의경 선생 추모공연, 9월10~25일)을 보고 나는 참 오랫만에 아름다운 연극 한 편을 보았다고 행복했다. 새로 지은 극장공간이 아쉽게도 너무 퍼져있어 소리와 그림을 모아 응집력을 도와주는데는 미흡했지만 김경수의 사선과 곡선으로 처리된 길위에서 일어나는 공간분배와 이영란의 섬세하나 여유로운 무대미술과, 윤현중,전상민,김시율의 음악은, 특히 윤현중의 창으로 이중섭으로 분한 윤장섭의 열연을 폭싸안으며 그 내면의 비장함과 절박함을 표현하는데 폭과 깊이를 더해주고 있었다.
국립극단 김윤철 예술감독이 한불수교 100주년을 기해 협업하여 무대에 올린 <로베르토 쥬코>(9월23일~10월16일, 명동극장)는 베케트 이후 가장 많이 논의되는 극작가 베르나르 - 마리 콜테스의 마지막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초연이다.
해체되였던 국립극단 배우들을 새롭게 뽑아 무대작업을 한지 얼마 안되어 아마도 프랑스와 스위스 두 연출가와의 작업도 만만치는 않았을텐데 연출들이 집요하게 이끌어 낸 배우들의 역량이 무대위에 절실하고도 명확하게 인간의 진실성과 가식의 교차점을 표현하고 전달하는데 손색이 없었음은 연출과 배우와의 협업이 훌륭했음을 증명하고있다. 특히 8개의 문 위로 살인마이며 도망자인 쥬코의 공간을 마련하여 무대를 세로로 3등분하여 극을 진행한 시간과 공간의 활용은 관객에게 끊임없는 상상력의 공간을 열어주고 있을뿐 아니라 긴장과 이완의 끈을 틀어잡고 있어 팽팽한 고무줄위의 곡예를 보는 것같은 긴장감을 자아내고있다.
이중섭을 다룬 「길 떠나는 가족」의 극진행이 투박한 밧줄의 너울거리는 유모어와 여유의 곡선이었다면 「로베르트 쥬코」는 팽팽한 바이올린의 현이 끊어질까 조바심나게하는 진행법의 무대가 되어 동 서양의 대조를 겨누어 보게 했다고나 할까! 나는 두 연극을 보며 나 나름대로 다시 한 번 옛날의 동서양의 문화를 비교하는 습성을 일깨워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