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살롱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8월과 9월에 걸쳐서 신세계 스퀘어 야외무대에서 열띤 호응을 받으며 2016년9월10일 오후7시 ‘가곡의 밤’ 공연을 마쳤다. 2013년부터 매년 열려 모두 열여덟 번 공연을 기록하며 우리나라 가곡 흐름의 맥을 이어가는 중요한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2013년 지금의 예술의전당 사장 고학찬이 심혈을 기울여 마련한 「가곡의 밤」은 회를 거듭할 수록 많은 이야기 거리를 남기고 있다.
고학찬 사장이 직접 진행을 맡게 되니 예술의전당에서는 더욱 열성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다듬어 가게 되었다. 한때 우리 가곡은 1970년대에 공중파 방송3사가 경쟁하다시피 가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KBS, MBC, TBS(동양방송)등은 각기 가곡 프로그램을 편성했고 MBC는 「대학가곡제」까지 열었던 일이 있다.
1990년대 말부터 친일음악가 논쟁이 벌어지면서 우리나라 초창기 가곡 작곡의 선구자였던 홍난파, 현제명 등이 친일의 누명을 쓰게 되어 중고교 교과서에서 이들의 노래가 삭제되는 등 우리가곡 수난시대를 겪기도 했다. 이제는 우리 가곡에 대한 새로운 가치 추구를 이념 논쟁의 틀에서 벗어나 진지하게 접근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가고 있다.
홍난파는 1920년에 「애수」라는 제목으로 멜로디를 그의 소설 첫머리에 발표했다. 그리고 1923년 김형준이 멜로디에 가사를 붙였다. 그것이 「봉선화」 라고 하는 노래이다. 이 곡은 홍난파가 편찬한 「세계명작가곡집」에 1925년에 실리었다. 그런 연고로 필자는 우리나라 최초의 가곡을 「봉선화」라고 말한 바 있다.
1928년 현제명은 「고향생각」을 작곡했고 박태준도 「사우」를 작곡했다. 1930년에 발간된 홍난파의 「조선가요집」은 「옛동산에 올라」, 「사랑」 등을 수록했고 가곡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1936년 김성태, 김세형 등이 그의 작품에 가곡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그 시기에 작곡된 채동선의 「고향」(정지용 시)은 독창곡이라고 이름지였다. 원래 가곡은 우리나라의 말인데 (시조시에 얹은 노래)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개념은 일본사람들이 번역한 말이다. 슈베르트의 노래들은 예술가곡이라고 일컬었다. 1955년 성악가이며 교육자인 한규동이 「한국가곡집」을 편찬해서 그때부터 한국가곡이라는 용어가 보편화되었다.
한국가곡은 한국시의 심화와 더불어 발전할 공용과제를 지니고 있다. 한국시어를 확대시키는 방안의 하나로 지금 쓰고 있지 않는 넉자를 다시 살려내어 시어의 폭을 넓히는 과제도 깊이 생각할 일이다.
홍난파가 「봉선화」의 멜로디를 작곡한지 2020년이면 100주년이다. 이제 한국가곡은 전인류의 중요한 문화유산이 될 것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