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 국악살롱

이난영은 잘 알고, 이병우는 모른다. 이난영(李蘭影, 1916~1965)의 전성기는 오케레코드 전속가수 시절이다. 이병우(李炳祐, 1908~1971)도 이 시기의 전속악사다. 이렇게 오케에 소속된 음악인들이 ‘조선악극단’을 조직해서 일본 공연을 할 때, 이병우도 함께 했다.
이난영 탄생 100주년을 맞아, 옛 가요를 사랑하는 모음 ‘유정천리’에서 「이난영 전집」이 나왔다. CD 10장에 그녀의 노래가 총망라돼 있다. 이난영하면 「목포의 눈물」이 연결되지만, 생전 여러 장르의 노래를 소화했다. 「신아리랑」, 「유선형아리랑」, 「도라지타령」, 「또 도라지」 등을 오케 소속 가수들이 함께 불렀다.
당시 신민요는 작곡가가 분명하다. 「신강남」, 「봄맞이」, 「에헤라 청춘」, 「시집살이 삼년」, 「인연 없는 사랑」, 「상사초」, 「호이타령」, 「신계곡산」, 「화월송가」, 「올팡 갈팡」, 「청춘해협」, 「농사타령」, 「연지곤지」, 「얼러 본 일월 곡」, 「들과 산」 등은 이난영이 혼자 부른 신민요다. 영화 주제가이기도 한 「목화를 따며」는, 당대의 최고가수인 이난영과 장세정이 오케코러스와 함께 불렀다.
이런 노래 중에서, 이병우의 국악기(단소, 피리)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곡이 있다. 트로트 풍의 노래의 간주에서도, 이병우의 국악기가 등장한다. 이런 곡 중에서 딱 한 곡만 추천한다면, 「꽃 피는 포구」 (조명암 작사, 손목인 작곡)다. 이난영과 이은파가 같이 불렀고, 간주에 나오는 이병우의 피리가 일품이다.
이병우는 이왕직아악부(李王職雅樂部) 1기 출신(1921~1925)이다. 이병우는 당대 최고의 명인만이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동아일보가 주최한 「명창명인대회」(1965, 1967)에도 출연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1930년대에 방송(JODK)과 음반(리갈레코드, 오케레코드)에서 크게 활약한 관악기연주자가 이병우다. 그는 클라리넷, 오보에, 색스폰도 잘 연주했고, 악기를 만들거나 수리하는데도 능통했다고 전한다.
이병우는 생전 장르를 넘나들었다. 국악단체에선 피리와 단소, 오케스트라에선 오보에나 클라리넷, 대중음악계에선 색소폰을 불었다. 이렇게 세 장르에서 모두 인정받은 음악인은 이병우가 처음인 것 같다.
이난영이 부른 「무너진 황성」(1937년 8월)에서 간주로 단소를 부른 사람이 이병우요, 김정구가 부른 「낙화삼천」(1942년 1월)에선 피리를 부른 사람도 이병우다. 1943년 영친왕(이은)과 영친왕비(이방자)가 기거하는 도쿄 아카사카(赤坂) 저택에서, 김정구가 「낙화삼천」을 불렀는데, 이 곡에서 피리를 연주를 한 사람도 이병우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영친왕의 두 뺨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는 일화가 전한다.
해방 후, 그는 고려교향악단, 서울교향악단의 단원이기도 했다. 1960년 당시 술에 취한 이병우가 오보에 선율에 애드립을 집어 넣었다. 단원들은 그를 '딴따라’는 어쩔 수 없다했고, 연주 후 지휘자 안익태가 격분할 것을 예상했다. 그러나 연주가 끝난 후, 안익태가 정작 이병우를 극찬했다.
한국음악사는 이병우를 기억하고, 기록해야한다. 이난영만큼은 아니더라도, 이병우를 많이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