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좌담

박호빈(朴豪彬) 안애순(安愛順) 심정민(沈廷珉)

현대춤·댄스시어터까두 예술감독 현대춤·한국공연예술센터 예술감독 춤평론·고려대 연구교수

예술가가 창작활동을 맘 놓고 할 수 없는 우리 무용계의 현실
심정민 _ 요즘 일교차가 심합니다. 아침저녁으론 제법 쌀쌀해졌는데요. 올해 여름이 유난히 더위가 길었잖습니까, 신뢰할만한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로 가장 평균온도가 높았다고 합니다. 그 반발인지는 몰라도 올해 겨울은 혹한이 온다고 합니다.
요즘 무용계 동향을 보면 이번에 닥칠 혹한이 더욱 춥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무용가들에게는 그 심리적 추위가 벌써 피부로 와 닿을 텐데요. 몇몇 공공 극장 중심으로 재편성되고 있는 춤 공연 풍토로 인해 상대적으로 개인 공연들이 위축되고 있는 경향도 보입니다. 그 직접적인 타격은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무용가들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몇 년 전부터 시행되고 있는 상주단체 제도는 독립 무용가들에게 하나의 안정된 비전을 제시해 줄 수 있으리라 봅니다. 하지만 아직 정착 초기여서 그런지 극장과 무용가 모두에게 시행착오도 있고 사례에 따른 편차도 심한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논의를 위해 두 분을 모셨습니다.
안애순 씨는 올해 강동아트센터의 상주단체로 입성해서 의욕적으로 활동을 시작하셨고, 박호빈 씨 같은 경우는 서강대 메리홀에서 상주단체로 2년간 있으면서 여러 경험을 하셨으리라 봅니다. 좋은 논의를 기대합니다. 우선 자기소개라 할까요, 워낙 잘 알려진 두 분이라 자기소개라고 하긴 좀 그렇습니다만, 근황 같은 것을 말씀해 주시죠.
안애순 _ 이번 주에 막을 내리는 한국공연예술센터의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가 마무리 되고 있어요. 한국공연예술센터의 예술감독으로서 한 달 동안 그 행사를 마무리 하느라고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심정민 _ 얼마 전, 9월 중순쯤이었나요, 강동아트센터에 상주단체로 입성한 후 첫 작품을 발표하셨어요. 3년만의 신작이기도 했는데, 그 동안 한국공연예술센터의 무용분야 예술감독을 하면서 신작 발표까지 준비하느라 힘드셨겠습니다.
안애순 _ 네, 3년 동안 안애순무용단은 “이곳 한국공연예술센터에 와서 공연하지 않겠다”라고 하였고 때문에 공연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마침 호암아트홀극장이 문을 닫으면서 이창기 강동아트센터의 관장님을 만나게 되었고, 급작스럽게 강동아트센터로 안애순무용단이 상주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곳에 가서 좋은 환경을 지원받게 되면서 예술감독 일로 바쁜 와중에도 작품에 몰입하면서 할 수 있었습니다.
박호빈 _ 저는 올해 연초에 휴업을 선언하면서 지금까지 잘 쉬고 있고요(웃음). 아울러 나름대로 무용계의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상재한 시점이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한 목소리를 내고자한 움직임이 필요했었거든요. 마침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이 많이 모여들어 지난 6월27일 그때 공식적으로 전문무용단 연합회 이구동성이라고 30대말 40대중반 무용가를 주축으로 그런 움직임의 하나가 형성되었고요, 지금 그 시스템을 정비하려고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조직을 구축하는데 많은 일들 보내고 있고요 아울러 실질적으로 운영회의 발전을 위해서 조금 작은 보탬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심정민 _ 박호빈 씨는 최근에 예술적인 활동이 뜸하신 것 같습니다. 워낙 활발하게 활동하던 무용가여서 그런지 이런 공백이 의외라고 느껴질 정도인데요, 신작공연이나 재연공연 등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는지요.
박호빈 _ 작년 휴업을 선언했기 때문에 그런 거 다 내치고 그래서 안 하고 있습니다.(웃음)
심정민 _ 예술가는 창작활동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야 합니다. 그래야 할 예술가가 창작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과 환경에 처하고, 그 사정을 이야기하고 다닐 수밖에 없다는 것이 씁쓸합니다. 이를 테면, 박호빈 씨께서 창작활동을 맘 놓고 할 수 없는 상황과 환경에 처해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제도적인 맹점 등을 토로하고 다녀야 한다는 것이 우리 무용계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말입니다. 비단 박호빈 씨 개인의 일이 아니라 소위 말하는 신진에서 중견으로 가야하는 중간 세대들의 사정을 대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박호빈 _ 사실 그동안 많은 주변 분들이 노력해주고 노고에 의해 많이 개선되어 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현장의 현실은 제대로 간파하시는 분이 없어가지고 저희 현장에 계신 분들이 스스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거죠. 그리고 저희가 원하는 지원 제도라든지 정책 쪽으로 방향을 이끌어 가는 게 더 옳다. 그래가지고 조금 힘을 모으게 되었습니다.

극장 상주단체의 현황
심정민 _ 오늘의 메인 토픽은 “극장 상주단체 제도의 활성화를 위한 제언”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무용계의 창작공연의 풍토가 재편성되고 있습니다.
가장 주도적인 방향이라고 한다면 공연예술로 특성화된 몇몇 공공 극장을 중심으로 창작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 파장이 점점 강해지면서 이젠 몇몇 공공 극장들이 각종 페스티벌, 기획공연, 그리고 개별공연까지 아우르면서 창작공연을 주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오늘 우리가 중점적으로 다룰 상주단체까지 주도하고 있고요.
사실, 극장의 상주단체 선정은 독립 무용가들에게 실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대단히 선진적인 제도입니다. 하지만 아직 정착의 초기 단계다보니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듯한 인상이 강합니다. 특히 극장마다 인식이나 지원의 차이로 인해 상주해있는 무용단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굉장히 다른 것으로 압니다.
그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에 앞서 서울문화재단에 상주단체 현황에 대해 몇 가지 문의해 보았습니다.
서울문화재단에서 지원하는 상주단체의 분야는 무용, 연극, 음악, 전통예술의 네 분야입니다. 총 34단체이구요 공연장(극장)은 23개입니다. 겹쳐서 몇 단체를 상주단체로 선정한 공연장도 있다는 뜻이죠.
무용은 8단체, 연극은 10단체, 음악은 8단체, 전통예술은 8단체입니다. 연극만 10단체고 나머지 세 분야는 8단체씩 균등하게 배정이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무용분야에서 지원대상이 되는 8단체를 살펴보면 영등포아트홀의 와이즈발레단, 나루아트센터의 서발레단, 강동아트센터의 안애순무용단, 두산아트센터의 안은미무용단, 춤전용 M극장의 나우무용단, 서강대 메리홀의 이경옥무용단, 노원문화예술회관의 이원국발레단, LG아트센터의 두댄스씨어터입니다.
네 분야의 총 지원 액수는 26억7천5백만 원인데요, 이중에서 무용에 배정된 지원액이 6억5천만 원입니다. 참고로 연극은 8억1천만 원, 음악은 5억8천만 원, 전통예술은 6억3천5백만 원이 책정되어 있습니다.
8개의 무용단이 6억5천만 원을 지원받았다는 것은 무용계의 일반적인 지원액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액수입니다. 물론 단일한 창작활동(작품)이 아니라 1년 활동비라고 생각하면 많지 않다는 또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겠습니다만. 아무튼 지원액만 따지면 서울문화재단으로서도 상당히 주력하는 지원사업의 하나로 볼 수 있을 겁니다. 안타까운 점은 내부적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대외적으로 이렇게 좋은 지원제도의 대상에 대한 주목이 예상외로 낮다는 것입니다.
상주단체들마다 활동의 질에 있어서 편차도 심한 듯한 인상이고요. 심지어 어떤 무용단의 경우 그 무용단이 이미 상주단체로 활동하면서 지원기관의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이번 조사에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는 대외적으로 인정할 만큼 상주단체로서의 활동이 두드러지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지원기관, 극장, 무용단 모두의 자각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제, 상주단체에 대해 논의를 구체적인 실례로부터 시작해 볼까 합니다. 안애순 씨의 경우 강동아트센터의 상주단체로 선정된 것이 정확히 언제신지요.
안애순 _ 올해 2월이예요.
심정민 _ 강동아트센터는 무용에 특성화된 공공 극장으로서 의미 있는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개관한 지 얼마 안돼서 안애순무용단을 상주단체로 선정한 것만 보더라도 무용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표명한 것이죠. 이러한 공공 극장에 상주단체로 들어가게 된 계기 같은 것을 이야기해주신다면 무용계에 도움이 될 듯합니다.
안애순 _ 마침 우리가 계약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호암과 결별해야 하는 상황이 왔었습니다. 그런데 극장장님께서 대표를 하시면서 강동아트센터가 무용을 특화하는 극장으로서 어떤 대표성이 있는 무용단이 들어왔으면 한다고 하시면서 상주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오셨습니다.
강동아트센터를 가보면 일단 공간이 너무 좋습니다. 작은 스튜디오부터 시작해서 대극장 크기의 큰 스튜디오까지 공간적으로 상주단체로서 리허설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배려해주셨습니다. 또 서울문화재단 지원뿐만 아니라 극장 측에서도 제작비를 지원해주셔서 이상적인 상주단체의 바람직한 모델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러한 적극적인 지원들이 지금 모든 무용계의 단체들의 바람일 것입니다. 정말 무용인들이 직업으로서 그 공간에서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즉, 무용수들이 현실적으로 무용수로서의 작업뿐만 아니라 그 지역과 함께하는 많은 프로그램들을 개발하면서 그 공간을 활용할 수 있으며 극장의 진정한 일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한 점에서 극장과 단체가 더 많은 조율과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극장들마나 상주단체의 활동에 있어 편차가 심해
심정민 _ 상주단체의 장점은 안정성이라고 봅니다. 우선 공연예술로서의 춤은 공간이 필수적이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서 정기적으로 공연 할 수 있는 극장이 확보되고 꾸준하게 창작작업을 할 수 있는 연습실이 충족된다는 것은 무용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상주단체의 최대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죠.
더 나아가 작품에 대한 제작비 지원까지 보장된다면 극장 측에서 상주단체에 대해 충실하게 지원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강동아트센터가 서울의 동쪽 끝에 위치하고 있다 보니 대학로나 서초동에 있는 극장들처럼 접근성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무용 관계자들 사이에서 강동아트센터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굵직한 무용가들의 작품이 자주 소개되다보니 자연스럽게 극장에 대한 관심이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예술가들로서는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창작활동에 몰두할 수 있으니 좋은 작품을 낼 수 있는 확률을 높일 수 있겠죠.
이와 같이 극장 상주단체 제도는 극장과 무용가 양자에게 득이 되는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무용가로서는 좀 더 안정적으로 창작활동을 이어가면서 좋은 작품을 낼 수 있고, 극장 측에서는 공공적인 예술지원을 통해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 대외적인 인지도도 높여갈 수 있는 것이죠.
조금 더 나아간다면 극장과 상주하는 무용가들이 함께 지역민(주민)을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공동 기획도 펼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서 무용으로 특성화된 강동아트센터의 상주단체로 들어간 안애순 선생께서 한 말씀 해주시죠.
안애순 _ 당연히 있어야겠죠. 지역과 함께 하는 교육사업은 그 지역을 파악하고 무용단이 갖고 있는 컨셉과 잘 조화시켜서 개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작품성에서도 지역과 함께할 수 있는 작품들이 나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 다수의 무용단체가 커뮤니티댄스를 통해 지역과의 연결고리를 찾으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려 노력하는데 좀 더 다양하고 진정성 있는 작품개발이 긴 시간을 두고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극장장이 저희 무용단에 예술지향적인 작품을 할 수 있도록 배려를 더 해주신 덕분에 『S는P다』와 같은 작품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대다수의 단체들이 극장에 상주하다보면 그 지역과 대중이라는 기획차원에서 작품들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 단체의 예술적 행위나 퀄리티, 아티스트로써의 작가주의 등이 간과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문제들이 극장 측과 조율·대화를 통해 잘 조율되었으면 합니다.
예를 들면, 1년 내내 예술적 행위만 해서도 안 되며, 지역과 함께 하는 작품개발을 통해 지역에 상주하고 있는 단체로서 프로그램 밸런스를 잘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심정민 _ 예술단체를 지원하는 공공 극장이라면 그에 대한 사전 인식이 필수적입니다. 극장 측에서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점이라면, 무용단을 상주단체로 선정할 경우 무용가가 좋은 작품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겁니다. 무용가의 창작의 자율성이 1순위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 다음으로 극장과 무용가가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려할 수 있겠죠.
제가 알기로는 몇몇 상주단체의 경우 지역민(주민)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키라는 극장의 요구에 너무 압박을 받다보니 정작 예술단체로서 본연의 임무인 창작활동을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극장 측에서 상주단체에 대한 사전 인식을 제대로 확립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겁니다.
이제 상주단체를 선정하는 공공 극장들에게는 그 제도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극장이건 무용단이건 지원기관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으니 서울문화재단 같은 강력한 지원기관이 주축이 되어 상주단체에 대한 이해를 돕는 세미나나 공개토론을 마련하여 극장, 무용단과 서로 소통하면서 오류를 개선해가야 합니다. 특히 극장들마다 상주단체에 대한 인식에 있어 편차가 큰 것으로 여겨지니만큼 상주단체를 선정하는 극장들이면 의무적으로 관련 세미나나 공개토론에 참석하도록 유도해야 할 겁니다. 아무래도 정착 초기이다 보니 예술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가 부족하여 생기는 오류들인 것 같습니다.
박호빈씨 같은 경우는 서강대 메리홀에서 한 2년 정도 상주단체로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요, 정확하게 몇 년부터 몇 년까지였는지요? 상주단체 제도가 도입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을 텐데요.
박호빈 _ 첫 번째 상주단체 제도가 실행됐을 때입니다. 그게 2009년도 가을에서 2011년도 여름까지였습니다. 만 2년이네요. 그 기간동안 있었는데 아까 좋은 말씀하셨는데 이 제도에 어떤 가산점이라는게 지역민들을 위한 것이 은연중에 강조되긴 했거든요.
그런 형식적인 걸 떠나서 사실은 저희 무용단의 경우에는 자발적으로 진행이 되고 있었거든요. 커뮤니티쪽으로 저 자신은 오래 전부터 관심이 있었고 진행을 하고 있었는데 한 1년 이상 하다보니까 예상하지 못한 충돌이 생기더라고요. 어떤 충돌이었나 하면, 첫 번째로 커뮤니티 사업을 같이 수행해야 될 동료들, 즉 단원들의 인식 변화가 약간 선행되지 못했던 점 그래서 그런 것들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좋아서 하는 것 보다는 의무적으로 해야 된다는 것 때문에 자발성이 떨어지는, 그래서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데 한계를 가진 건 사실이었고요.
지역민들과 함께하는 체험프로그램들의 한계가 생겼고 창작 작업과 함께 두 개를 병행하면서 되게 어려웠어요. 커뮤니티 사업, 그것도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되고, 해야 될 노동력이 되게 많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이 작품 활동을 하면서 두 개를 병행하는 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아주 좋은 예로 트러스트무용단같은 경우에는 작업성향도 그렇고 그쪽 방향으로 상당히 맞아들어가거든요. 그래서 상당히 용이한 점이 있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별개의 다른 것들을 진행 할 수밖에 없는 그런 것들이 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저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의 정체성에도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이걸 왜하는 가에 대해서 ‘나는 뭐지?’ 라는 혼란을 느끼고 그것 때문에 팀워크가 조금씩 부정적인 면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아! 이거는 내가 준비를 섣불리 했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건 좀 방향을 다른 쪽으로 제시해야 될 필요가 있구나 재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그 전에, 커뮤니티댄스라는 분야가 저희는 자연발생적으로 생기기보다는 외국에서 도입된 형태이고 그리고 교육적으로는 대학에서 그런 것들이 프로그램이 되지않고 무방비로 기능적으로만 교육받은 사람들이 배출된 상태에서 사회 체험이라는 것은 되게 다른 분야거든요. 그걸 인식하지 못하고 그냥 기능적인 예술가들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간다는 것은 큰 오류를 범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서 오는, 물론 저희는 프로그램 자체를 많이 개발해서 그런 것을 피하기는 피했지만 그래도 같이 참여하는 단원들의 인식으로 인해서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죠.
심정민 _ 체험프로그램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된 프로그램이었기에 그렇게 힘들게 느껴졌을까요.
박호빈 _ 체험프로그램이라는 것은 단순히 무용테크닉을 가르치기도 하는 이런 기능적인 방식이 아닙니다. 그들에게 창의적인 방법을 유도를 해서 몸의 움직임이라던지 춤을 통해서 그런 것들을 자연적으로 습득하고 교육이라는 게 아니라 자기들이 자연스럽게 자기 몸에 맞는 춤을 스스로 찾아간다던지 하는 놀이개념으로 형성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춤과 함께 하나가 되는 그런 체험적인 게 주목적입니다. 그런 것들이 노하우가 많이 쌓인게 아니어서 그런데서 행해진 오류들이 조금 큽니다.
심정민 _ 체험프로그램의 시간이 어느 정도였나요, 일정기간, 특정요일 등으로 따지면요.
박호빈 _ 일주일에 2~3번 아니면 일정기간 해서 하루에 2~3시간 정도, 1주일에 2~3회 하루에 2~3시간정도였습니다.
심정민 _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네요, 체험프로그램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까지 모두 고려하면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할 겁니다.
박호빈 _ 그것은 이제 매일 오는 게 아니라 특정한 기간에 저희 활동이 없는 비수기 때 집중적으로 2~3주 계속 하는거죠. 어떤 프로그램에서는 1주일에 2번씩 3개월에 걸쳐서 하는 것도 있고요

상주단체의 선정은 신중하게, 관계는 꾸준하게 해야
심정민 _ 지금 상주단체로 무용단을 선정하여 지원하는 거잖습니까? 그렇다면 제가 볼 때는 주(主)와 부(副)에 대한 인식을 명확하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예술단체를 지원한다고 하면, 다시 말해 교육단체가 아닌 예술단체를 지원한다면, 작품과 같은 예술창조활동을 통한 사회 환원을 유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에 지역민(주민)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고려할 수 있을 겁니다.
활동의 주와 부가 바뀌면 상주하는 예술가로서는 상당히 힘들어지는 것이죠. 극장이 단기적인 안목으로 시설 활용이나 자체 기획 혹은 지역민(주민) 서비스 등에만 신경을 쓴다면 본연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예술단체를 상주단체를 선정하고 지원한다는 본연의 목적이 상실될 수도 있는 것이죠.
사실 공공 극장이 상주단체를 선정할 때는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극장과 무용단 간의 상성이라든가 여러 가지 조건들을 까다롭게 고려하고 여러 차례 검증을 거쳐 선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일단 선정을 했다면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그 예술단체를 믿고 기다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술이라는 것이 1, 2년 안에 뚜렷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보장을 할 수는 없거든요.
극장과 무용단이 중장기적인 플랜과 동반자적인 의식을 가지고 서로 협력할 때 좋은 작품이라는 성과가 나올 수 있는 겁니다.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년 단위로 호흡이 바뀐다면 창작이 제대로 이루어지겠습니까? 안정적인 상황과 환경에서 창작할동을 할 수 있다는 상주단체의 가장 큰 장점이 유명무실해지는 것이죠. 강동아트센터의 경우는 몇 년 단위로 계약이 되고 있죠?
안애순 _ 저희는 일단 2년을 계약을 했습니다.
심정민 _ 이후 연장에 대한 어느 정도의 보장은 있는 건가요, 아님 2년으로 끝나는 건가요.
안애순 _ 알 수 없죠(웃음).
박호빈 _ 2년인데 기수가 1년 텀으로 계속 바꿔 추가 되거나 하거든요. 해마다 추가되는 단체가 있거나 없을 수 있는 그런 구조입니다. 2년마다 상주단체를 뽑는 게 아니라 1년 마다 뽑는데 한 단체가 2년 씩 텀이거든요. 그래서 이제 밀려들어가는 겁니다.
안애순 _ 제가 무용단의 안무자로서 또, 한국공연예술센터라는 기관에서 예술감독직을 병행하면서 일을 해보았지만 우리 한국공연예술계의 지원제도와 사업 그리고 계약기간 등이 매우 단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제가 극장장과 계약한 상황에서 그 다음 극장장이 부임해 오셨을 때, 그 후로는 또 다른 안목으로 다른 단체가 섭외될 수 있다던가 하는 문제들 때문에 모든 사업들이 안정적이지 못하며 지속적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의 경우 극장 감독의 임기 그리고 극장 상주단체의 임기 또한 최소 5년 이상의 계약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보통 2년, 3년의 계약으로 극장의 체제가 바뀔 때 마다 또, 극장장이 바뀔 때 마다 많은 단체들이 재계약에 대한 불안한 입장을 늘 가지게 됩니다.
안정적으로 이 극장이 내 집이고 우리의 작업장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될 때, 극장 안에서 단체가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출 수 있고, 진정성 있는 지역 프로그램개발 뿐만 아니라 예술 작품을 통해 그 지역과 문화를 같이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그리고 세계와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까지 기대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심정민 _ 짐을 못 푸는 군요. 항상 짐을 옆에 놔두고 필요한 것만 꺼내 쓰고 다시 집어넣고 해야 하는 입장인 거네요. 얼마 안 있어서 나가야 할 차비를 해야 하니까요.

상주단체가 곧 극장의 얼굴이라는 인식이 정착될 필요가 있어
안애순 _ 지역과 함께 한다는 것은 사실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상주단체로 들어가서 그 지역을 제대로 탐색하고 지역주민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이 극장에 기대하는 요소들을 파악하여 구체적인 사업을 진행하기까지는 리서치에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1년 내지 2년의 기간은 상주단체로서 지역과 함께 할 수 있는 기간으로는 적당하지 않다고 봅니다. 지속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되는데 계속 ‘지역을 위해 무엇을 해라’ 라는 부담감은 결국 예술적 행위보다 가볍게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같은 상품들을 제작하라는 요구처럼 받아들여집니다. 그래서 바라건대 극장이 상주단체에게 예술적 안목과 믿음을 갖고, 배려를 해줄 때 앞으로 우리의 새로운 창작풍토는 기대해볼만하다고 봅니다.
심정민 _ 사실상 2년, 3년이라는 기간이 예술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 기간은 아니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3년 임기라고 하면, 들어가서 1년은 그 전임자의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하고 동시에 조직에 적응도 해야 하죠, 그러고 나서 2년차에 일련의 플랜을 짜서 실행하려고 하면 3년차에는 곧바로 나갈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죠. 만약 2년 임기라면 이러한 사이클이 훨씬 빨리 돌아가겠죠.
이런 상황이라면 아무리 능력있는 예술가나 기획자든 뚜렷한 성과를 내기 힘들 겁니다. 무용 행정이 쳇바퀴 돌듯이 제자리에 머무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소위 말하는 춤 선진국들을 보면 조직의 장의 임기 자체도 길지만 일단 능력을 인정받으면 10년, 20년 이상씩 연임하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어떤 페스티벌은 누가 이끌고 어느 극장은 누가 이끌더라 하는 부등식이 성립될 정도로 오랜 동안의 협력관계를 유지하곤 합니다. 이럴 경우 특정 예술가나 기획자가 그 페스티발과 극장의 색깔을 상징하는 것이죠.
이는 상주단체에도 적용되는 문제라고 봅니다. 아무리 역량 있는 무용단이라 할지라도 1년, 2년, 3년 단위로밖에 상주단체를 하지 못한다면 극장과의 관계를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기는 힘들 겁니다. 극장과 무용단 간의 시너지 효과는 중장기적인 협력관계를 통해서만 기대할 수 있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래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상주단체를 처음 선정할 때는 굉장히 심혈을 기울여서 하고 대신 한 번 선정하면 중장기적으로, 10년까진 아니어도 5년에서 7년까지는, 협력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지금은 일단 선정해놓고 1, 2년 지나면 바꿀 수 있다는 식인데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상주단체가 곧 극장의 얼굴이라는 인식이 정착될 필요가 있습니다.
박호빈 씨는 서강대 메리홀에서 2년 동안 상주단체로 있다가 나온 케이스입니다. 사실, 처음 선정되었을 때 서강대 메리홀과 잘 어울리는 창작자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젊은 창작을 위주로 하는 극장의 색깔을 잘 대변해줄 거라고요. 그래서 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나오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요.
박호빈 _ 어떻게 보면 구조적인 문제였어요. 어떤 행정적인 점은 미스라고 생각하는데 저희가 선정될 때, 그러니까 상주단체라는 제도가 생겼을 때 그 전에 밀려들어간 제도가 뭐였냐면은 집중단체육성프로그램이라는 게 있었거든요.
그게 저희 댄스씨어터까두와 이경옥무용단 같은 경우는 그 프로그램에 마지막 혜택의 수혜자로 겹쳐있었고 그러면서 동시에 상주단체 시장에 같이 밀려들어왔어요. 그래서 예산적인 형평성 때문에 상주단체 예산을 반만 받고 들어간 케이스였거든요. 별도로 집중육성자금을 받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러다 보니까 다른 극장과의 형평성 보통 2개 내지 3개 겹치는 단체도 있었겠지만 그럴 경우에는 예산이 약간 적어지면서 3개 단체가 같이 한 극장에 공존할 수 있도록 된 거였거든요.
그러면 자기네들 상식으로는 예를 들어서 한 극장에 각 단체에 만약에 1억 원씩 들어가서 2억 원을 선불해야 되니까 새 단체가 들어갈 경우에는 2 단체는 5천만 원씩 들어가는 거랑 마찬가지거든요. 그게 만약 2년이 끝나면 3억을 줄 수 없으니 대비책을 세우게 한다던지 그런 방향일거라는 제시가 있어야 되는 데 그런 어떤 미래에 대한 제시 없이 갑자기 한 달 전에 한 극장에 2개의 단체가 계약이 된다라는 일방적인 통보와 함께 극장측도 할 수 없이 단 한 단체를 선정하게 되면 자기네들도 인간적으로 누구를 어떻게 해야 되나 눈치보는 상황이였거든요.
거기에서 일단 저는 연배가 어리고 또 저는 제 나름대로는 어떤 컴퍼니 자체 기획력이 형성됐다고 판단을 해가지고 독립하겠다라는 자의반 타의반 반반 섞여서 그 때 과감히 나왔는데 그게 화근이었거든요. 저한테는 그 전에 계획되고 있었던 인도합작공연 협업작업에 약간은 상주자체에 있을 경우 예상한 예산을 미리 투여를 감안하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그것이 재정비를 생각하지 못 하고 상주단체를 그만두는 바람에 그거를 제가 개인적으로 다 부담해야 하는 데미지가 컸었어요. 그 때 그래가지고 할 수 없이 고민 끝에 제가 일단 취업까지 갈 수 밖에 없는 타이밍이 진행되었고요.
어떻게 보면 아까도 얘기하셨지만 그 한 단체에 미래에 대한 예측불허가 갑자기 주어지면 되게 황당하거든요. 그때는 갑자기 작업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극장 알아보러 다닐 수는 없거든요. 한 달 사이에.
이게 다 교감이 있어야 되거나 미리 사전에 뭐가 있어야 되지 안그러면 그게 구조적으로 힘든데 그런 행정적인 서비스가 아주 배려가 없었거든요.
예술단체한테 그게 형식적으로 상주단체는 진행을 하고 그냥 ‘한 극장에 두 개 단체, 얼마’ 비슷한 예산을 넘겨주고 이런 형식적인 것만 진행이 된 거지 현장에서 뭐가 더 필요하고 어떤 게 더 개선되어야 하는 건지에 대해서 고민을 안 하고 있는 것이죠.
아까 적지않은 예산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상주단체는 저희 직업화가 안되어있는 이 문화예술계에 가장 좋은 롤모델로 성공해야 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그만큼 직업무용단으로서 거듭날 수 있게끔 구조적으로 지원을 해 줘야 되는데 그 예산으로는 택도 없습니다.
단원들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없고 또 나름대로의 지역주민과의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여력도 안되고 또 활발한 공연활동을 위해서 도저히 해나갈 수 없는 예산이거든요. 그런데 그것을 여태까지의 어떤 안무가 개인이라던지 예술가라던지 아니면 단체에 지원해줬던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해가지고 이 정도면 많이 주는 거 아니냐 라는 인식은 되게 잘못된 것이거든요.

무용계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위해 상주단체 활성화는 반드시 필요
심정민 _ 단일 창작을 위한 지원비가 아니라 한 무용단의 1년 활동을 위한 지원비라고 한다면 많은 것은 아니죠.
박호빈 _ 그렇죠. 예를 들면 국립발레단의 예산이 얼마인지 언급 안드려도 아시죠. 하지만 문화예술단에 할당된 예산은 그것의 5분의 1입니다. 거기에는 수십 단체들이 매달려 있죠.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그 중간에 껴있을 수 있는 상주단체의 예산이라는 것은 적어도 어느 정도의 지원이 되야 된다는 게 예상이 될 수 있죠. 그런데 택도 없는 것이죠, 지금은.
심정민 _ 사실 이 지원비가 그대로 무용단에게 소요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극장에게 돌아가는 퍼센티지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박호빈 _ 아직도 50프로. 그게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심정민 _ 50대 50으로 나뉘는 건가요, 그렇다면 꽤 높은 퍼센티지입니다.
안애순 _ 50프로는 아니죠. 한 20프로 정도 됩니다.
심정민 _ 의아한 것은 극장마다 상주단체의 예술적 활동에 편차가 심한 것 같아요. 지원기관 측에서는 상주단체 지원에 적지 않은 재원을 쓰는 셈이란 말이에요. 그리고 그 재원의 일정 퍼센티지가 극장 측에 돌아간다면 극장의 예술 상주단체 선정을 위한 사전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도 있으리라 봅니다.
극장 역시 지원의 수혜자가 되는 셈이니 예술 상주단체 선정에 대한 사전 이해를 돕는 세미나나 공개토론에 참여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을 테고요. 이러한 과정을 거쳐 공공 극장이 예술단체를 상주단체로 선정할 경우 좀 더 창작활동을 촉진하는 고무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렇게 되면 최소한 지금과 같이 ‘이 무용단이 어느 극장 상주단체였구나’하고 놀랄 정도로 예술적 활동이 미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설사 활동양은 많더라도 대외적으로 주목할 만한 예술적 활약이 없는 경우도 개선될 수 있을 테고요.
사실, 공공 극장의 상주단체 선정은 대단히 선진적인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축되어 있는 무용계 창작활동에도 대단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요. 앞으로 계속 확대되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착 초기인 지금 제도적으로 중심을 잘 잡아 줘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 취지로 출발했지만 내용의 부실로 인해 유명무실하게 이어지다가 사라져버리는 사업들도 많거든요. 공공 극장의 상주단체 선정은 결코 그러한 전철을 밟으면 안 됩니다. 무용계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위해서요.
또한, 이렇게 좋은 취지의 사업은 활동상황에 대한 평가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져야 된다고 봅니다. 내부적인 평가는 이미 이루어지고 있겠지만 이외로 대외적인 경로로 공론화된 평가는 보기 힘들거든요.
평가라고 해서 꼭 잘잘못을 따져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상주단체의 활동상황을 소개하고 그 장단점에 대해 논의하고 앞으로 가야할 방향에 대해 타진하는 등의 내용이 무용전문지 등에 실린다면 공론화된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이죠.
각각의 입장을 대변하는 전문가들을 모아 세미나나 공개토론을 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 이러다보면 사업의 사후 관리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리라 여겨집니다. 이런 식으로 발전되어가야 합니다.
안애순 _ 현재 많은 상주단체들의 계약조건은 극장을 빌려주고 공연을 하게 해주는 형태로, 극장과 단체가 아주 소극적인 관계로 되어있습니다.
이상적인 상주단체는 극장 안에 한 멤버가 되어야 합니다. 한 식구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죠. 공간도 지원해주면서 무용수들이 다른 직업을 구하지 않고도 극장에서 직업을 찾을 수 있고 무용에 올인하면서 충분히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단순히 일회성 공연을 위한 상주단체의 개념인데, 과연 이것을 어떠한 제도로 진정한 상주단체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가 우리가 당면한 과제입니다.
처음에 상주단체 지원시스템이 나왔을 때 무용계가 기대했던 것은 좀 더 집중적인 지원과 안정적인 시스템으로 보완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서울문화재단은 지금까지의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이고 또 어떤 것들이 보완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모든 제도는 현장의 소리들이 반영되어야합니다. 이를 위해서 다양한 의견수렴을 위한 여러 분야의 대화의 자리가 마련되는 것을 제안해 봅니다.
심정민 _ 박호빈씨 같은 경우에는 앞으로도 다시 상주단체에 도전해야 할 텐데요. 사실상 척박해진 무용계 환경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는 세대는 박호빈 씨로 대변되는 세대가 아닐까 합니다. 신진에서 중견으로 넘어가는 중간 세대, 이른바 낀 세대인데요, 아래위로 치이면서 창작활동의 기회 자체가 박탈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대에게 가장 큰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은 공공 극장에 상주단체로 선정되는 것입니다. 서울만 하더라도 구마다 좋은 공공 극장들이 있습니다. 그것들 중 상당수는 춤 공연을 하기에 적합한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시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막대한 혈세가 들어간 시설을 그야말로 낭비하는 셈이죠.
이러한 공공 극장들에 상주단체가 하나씩만이라도 들어간다면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봅니다. 무용가들에게는 안정된 창작활동의 기회를, 극장으로서는 예술지원을 통한 인지도 향상의 기회를, 지역민(주민)에게는 질 높은 예술향유의 기회를 줄 수 있는 것이죠.
이즈음해서 중간 세대를 대표해서 박호빈씨가 느끼는 상주단체의 제도적인 개선점 같은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죠.

극장제작시스템의 도입도 긍정적으로 검토해주길
박호빈 _ 질문 속에 답이 있는데요. 지금 이러한 사회적인 분위기 자체가 일단 순수한 예술의 어떤 예술적 가치를, 아까 안애순 선생님이 언급하신 그런 쪽 보다는 사실은 삼사 년 전부터 커뮤니티댄스 아니면 사회적 기업이니 이런 자의적 분위기 양성에 의해서 그 예술의 사회적 가치에 많은 포커스를 맞췄거든요. 근데 그러다보니까 상대적으로 아까 말씀하신대로 어떤 예술 작가 정신들이 되게 퇴보되고 있어요.
그러니까 예술의 기능라는 게 꼭 사회적가치만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실은 예술본연의 그 가치에는 어떤 사회비판적인 역할을 할 수 있고 인간존엄에 대한 또다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숭고한 그런 것도 있을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이 하나의 어떤 지역 사회를 이바지할 수 있는 도구로 쓰이다 보니까 그 기능들이 자꾸만 변질되는 거죠. 그렇다고 그게 필요없다는 게 아니라 사회적가치도 같이 병행해줘야 되지만, 너무 한쪽으로 흐름이 진행되다 보니까 그게 사라진 건 사실이거든요.
그런데 이러한 것들을 자연스럽게 하려면 사실은 극장중심의 문화가 형성이 되어줘야 되거든요.
예술가들의 활동도 극장중심으로 이루어져야 되고 그 다음에 그 극장에 공연을 보러오는 지역주민들에 의해서 커뮤니티댄스라던지 이런 사회무용도 극장중심으로 자연스럽게 형성이 되면서 예술본연의 가치로 공연도 보고 그 안에서 문화체험을 통해서 또 다른 자기들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를 충족시켜 줘야 되는데 그것은 어떻게 보면 그 사회적 공공부담을 예술가가 속해 있는 단체한테 다 떠넘겨서 너희들이 이러한 것을 할 경우 이정도 예산을 줄거야 라는 일방적인 그런 부담을 주는 건 조금 과한, 중앙정부라던지 지방정부가 너무 저예산으로 큰 효과를 보려는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정부는 그것이 부담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어요. 단순히 지원해주고 있다는 것 때문에 생색내는 거죠. 그거는 분명히 오류이구요. 그렇지 않고 더 확실한 지원을 위해서는 극장 중심이 돼서 그 예술가들이 그만한 대가를 받고 자기 본연의 예술활동을 하면서 분명하게 지역사회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게끔 자연스럽게 구조가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극장제작시스템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극장제작시스템은 안무가와 무용가들의 직업적인 것을 보장해 주면서 그들이 어떠한 일정한 보수라던지 아니면 상응하는 대가를 받고 창작작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그 구조를 개선해줘야 되구요. 그런 방식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정민 _ 서울시의 구립 극장들이라고 해야 하나요, 각 구마다 설립해서 운영하고 있는 극장들의 시설이 웬만한 예술극장 정도로 좋은 것이 적지 않은데요. 그런 극장들마다 상주단체 제도가 활성화되면 가장 현실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무용가들 입장에서는 지금 바로라도 들어갈 자세가 되어있는 것이겠죠?
박호빈 _ 그렇죠. 일단은 공간적인 확보라는 게 예술가들한테는 아주 큰 자기 작업을 하는 데 안정적인 걸 제공해주는 가장 큰 요건이거든요. 그것이 충족되면 아주 좋죠. 또 사실 지금 현실에서 자기 연습실을 가지고 있다는 그 자체가 되게 부담스러운 거거든요.
그러니 그런 공간이 해결이 된다면 일단은 전념할 수 있는 거고 기본적으로 그 다음에 어떤 그런 재정적인 확보는 또 다른 노력이 있어야겠지만 일단 가장 기본적인 것이 공간확보인 건 사실이죠.
서울이 아닌 지역의 다양하고 재미난 공간들도 적극 찾아나서야
안애순 _ 공간확보 얘기를 하면서 또 덧붙이고 싶은 것은 우리 무용인들이 큰 공간을 필요로 하다보니 공간의 크기나 위치적인 것들을 고려하게 됩니다. 그래서 다양하고 재미난 공간들을 무용인들이 찾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외국 같은 경우에는 6개월이나 1년 동안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선호합니다. 그리고 작업을 위해서 수도권 아닌 지방에서 작품만을 위해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을 갖습니다. 또한 그 작품을 제작과 동시에 작품이 세계적으로 투어할 수 있는 기획기간을 갖습니다.
어쩌면 상주단체로서 그 지역에 있는 공간과 시간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라건대 우리도 극장이 상주단체에게 조금 더 좋은 환경과 함께 지원을 제공해준다면 좋은 작품을 만드는 공장으로써 생산하고 유통하는 기관으로써 중요한 몫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은 무용 상주단체들이 수도권 중심에 몰려있고, 서로 많은 단체가 경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서울 시내에 공간적으로 공간이 있는 극장이 그리 많지 않다고 봅니다. 그래서 무용인들이 서울 시내에 있는 극장에 모두 상주하겠다는 것 보다는 단체가 집중하면서 작업할 수 있는 근교나 지방에 내려가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이러한 상황이 검토될 수 있다면 재단이나 극장 측에서 좀 더 상주단체들을 위한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대안들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심정민 _ 물론 무용계의 균등 발전을 위해서 서울이외 지역에 소재한 공공 극장에 상주단체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도 필요할 겁니다. 제가 볼 때는 우리나라 예술지원시스템이 미국이나 프랑스, 영국 등의 예술선진국의 제도에서 영향 받는 것처럼, 지방의 예술지원시스템이 서울의 사례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따라서 서울에서 공공 극장의 상주단체 선정에 관한 제도가 성공적으로 확립되어 활성화된다면 그 영향력이 자연스럽게 지방의 상주단체 제도로 퍼져나갈 수 있을 겁니다.
서울에서도 상주단체 제도가 아직 시행착오의 과정을 거치고 있으니까 일단 서울을 중심으로 시스템을 좀 더 안정시키고 나면 보다 젊은 무용가들이 활기차게 지방으로 진출할 수 있겠죠.
지금 당장은 서울 소재 공공 극장들을 중심으로 상주단체 선정을 유도하는 것이 급선무인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 지원기관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서려고 하는데 그에 맞게 시민의 예술향유의 기회를 확대해 나가야한다고 봅니다. 상주단체를 활용한다면 예술향유의 기회를 효과적으로 확대할 수 있겠죠.
박호빈 _ 지역에도 지금 상주단체들이 계속 형성되고 있는 건 사실이거든요.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지방정부에서 많은 예산이 할당된 거랑 마찬가지거든요. 상대적으로 중앙에서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수혜를 받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집중되어있기 때문에 전체 비율로 보면 상대적으로 사실은 더 소외돼 있는 거랑 마찬가지거든요.
그러니 이렇게 많은, 중앙에 집중되어있는 재능있는 인력들을 어떻게 지방에 분산시키고 지역발전을 위해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조금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가 된 것 같구요.
지방에는 또 지방대로 지역텃세라는 게 있어가지고 섣불리 서울에 있는 인재들이 내려가서 자리잡기가 쉽지않거든요. 지방에 서울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또 왔다고 하면 반기지 않는 그런거죠(웃음).
그리고 지방으로서 상주단체가 성공하려면 그 지방 한 도시의 인구분포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되거든요. 예를 들어서 「아비뇽 페스티발」을 성공적인 사례로 얘기들을 하는데 아비뇽 같은 지역은 주로 소도시인데 인구가 한 삼사십만 명정도 되거든요. 춘천은 지금 오십만 정도 된다고 하는데 적어도 문화를 문화답게 향유를 하려면 중소도시 인구 비율이 그 정도는 확보가 되어야지 어느 정도 향유할 수 있고 그 외에 더 작은 도시를 위해선 또 다른 어떠한 문화정책과 상주를 위한 생각을 조금 약간 차별화되지 않으면 효율성을 보기 힘들고 괜히 벌판에 극장하나 있다고 내려보내놓고 아무거나 붙여주고 달래주고 그러면 되게 고달프다는 얘기죠.
그럴 경우에는 그들이 안정적으로 직업화된 것처럼 생활이 가능하도록 확실한 보장이 있으면 그들이 아까 말씀하신대로 1년은 집중적으로 창작을 하고 나머지 1년은 투어를 하는 걸로 하는 걸로 생각해야 하지만 만약에 생활이 확보가 안되어있는 상태로 내려보내진다면 어느 누구도 거기 가고 싶어하지 않죠. 거기 가서 개인적인 어떤 직업도 가질 수도 없고 생활이 해결이 안되는데 그렇게 용기 내서 갈 사람이 없겠죠.

상주단체를 활용한다면 시민의 예술향유의 기회를 효과적으로 확대할 수 있어
심정민 _ 창작자도 그렇겠지만 특히 춤추는 무용수의 경우에는 지방에 상주하면서 작업한다는 것이 더 힘들 겁니다. 서울이라면 어떻게든 다른 일을 병행할 수도 있잖습니까. 그런데 지역으로 갈 경우에는 마땅한 보조금, 이를테면 월급의 개념으로 매달 생활비와 활동비를 보장받지 못하면 상주하기 힘들 겁니다.
일종의 직업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지방에 내려가서 활동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미죠. 이런 문제는 덮어놓고 시행부터 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실현가능한 제도 마련을 위한 다각적인 논의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안애순 _ 논의를 위해 함께 하는 자리는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상주단체는 이미 무용계 내에서도 오랫동안 연구되어져 제안된 지원정책이라고 봅니다. 긴 시간 동안 어려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정책이며,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집중육성”이었습니다. 그러나 기존에 있었던 다른 정책과 별다른 차별성이 아직 보이지 않고 있으며, 많은 보완을 필요로 합니다.
이제까지의 지원정책 중에 무용계의 입장에서는 가장 바람직한 지원제도중 하나라고 봅니다. 계속 완성되지 않는 형태로 매번 정책이나 제도가 바뀌는 것은 예술가들에게 혼란스러운 현실만을 반복시키게 됩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바람은 상주단체의 정책이 기대했던 이상적인 정책으로서 정착되길 바랍니다. 이를 위해서는 재단과 극장측, 또 예술가들이 함께 모여 대화하는 자리가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박호빈 _ 저는 아무리 집을 잘 지어놔도 거기에 들어갈 사람들이 제대로 그 집을 활용 못 하면 그 집은 곧 머지않아 폐가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그 집에 많은 사람들이 들락날락 할 수 있고 생기가 생길 수 있도록 뭔가 보완적인 것이 있어야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분명히 하드웨어적인 것이 아니라 내용을 충분히 쌓아 놓을 수 있는 그런 구조가 만들어져야 되기 때문에, 좀 더 우리가 입체적인 생각을 해가면서 밑그림을 그리고 그 토대를 쌓아서 서로 발전시키는 그런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심정민 _ 오늘 극장 상주단체 제도의 활성화를 위한 여러 논의가 있었습니다. 사실, 지금 상주단체의 정착 초기여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적인 문제들이 도출되어 있습니다. 극장들마나 상주단체의 활동에 있어 편차가 심하다는 문제가 한 예가 되겠죠. 이제는 좀 더 무용계 전반에 걸쳐 상주단체 제도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할지라도 내용적으로 실용적이지 못하면 명맥만 유지하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가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공공 극장의 상주단체 선정은 무용계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에도 매우 중요한 제도입니다. 특히 지금의 중간 세대들에게는 일종의 희망이 될 수도 있는 것이죠. 더 나아가 중간 세대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된다면 이는 곧 새로운 예술가 발굴과 양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기에 공공 극장의 상주단체 선정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제도적 개선을 위한 논의가 촉진되어야 하는 겁니다. 지원기관, 극장, 무용가들이 모두 참여하는 세미나나 공개토론을 통해 상주단체 제도에 대한 장단점을 논의하여 여기서 도출된 결론을 실제적으로 반영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 기회에 지원기관과 극장 측까지 모셔서 좌담을 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오랜 시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