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살롱

지금 언론계에는 ‘장지연선생 친일시비에 대한 전 현직 언론인들의 입장’이란 문서가 돌고 있다. 많은 언론인들이 이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이 문서는 지난 4월 정부의 위암 장지연선생의 독립유공자 취소 결정에 ‘공분(公憤)을 느끼며’ ‘심한 모멸감과 함께 언론인으로서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위암(韋庵) 장지연(張志淵 1864~1921)은 누구인가. 1905년 일본이 나라를 빼앗은 을사늑약에 분연히 붓을 들어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오늘 목 놓아 통곡하노라)”이라고 피를 토한 사설(1905년11월20일치 황성신문)을 쓴 바로 그 애국지사요, 항일언론인이다. 위암은 당시 이 황성신문의 사장이었다. “시일야방성대곡”으로 황성신문 간부들은 붙잡혀 갔고 신문도 정간되었다. 위암도 석 달 동안 감옥에 갇혔었다.
“시일야방성대곡이라는 글 한편으로도 그분은 당대에 남을 항일지사였고 민족 언론인이었음을 증언할 수 있다”(2011. 4. 19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
그동안 위암 장지연 현창사업은 활발하게 펼쳐졌다. 한국신문편집인협회는 1965년 옛 신문회관(오늘엔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클럽)에 위암 장지연을 비롯하여 서재필, 양기탁, 장덕준, 최병우 5명의 초상화를 걸었다. 1989년 위암 장지연선생기념사업회(회장 이종석·李種奭)가 발족되어 위암 장지연상(언론·학술)시상과 학술회의를 20년 넘게 개최하고 있다. 2004년 국가보훈처가 위암을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하였으며 같은 해 대한언론인회는 위암을 ‘언론인 명예의 전당’에 언론선각자 6인(이종일 남궁억 서재필 오세창 양기탁 배설)과 함께 봉안했다.
2005년 대통령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1천여 명의 친일인사를 추려서 공표했는데 여기에 위암의 이름은 없었다. 그런데 무슨 날벼락인가. 민족문제연구소란 민간단체가 2009년 내놓은 「친일인명사전」에 위암이 실렸다고 해서 이를 근거로 국가보훈처 서훈심사위원회가 ‘서훈 박탈’의 횡포를 저질렀다. 위암이 만년에 일제의 식민통치를 편드는 글 몇 편 쓴 것을 빌미잡은 것이다.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11월 이 결정을 내렸고 이는 행정안전부를 거쳐 지난 4월5일 국무회의에 넘어 간 것이다. 이날 “시일야방성대곡을 읽어보기나 했는지 묻고 싶은”(앞에 인용한 김대중 칼럼) 김황식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이 위암의 건국훈장(독립장·1962년) 서훈 취소를 의결했다. 옥석을 가리지 않고 19명 속에 무더기로 ‘학살’한 셈이다.
위암의 후손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손녀(덕명·79)와 증손자(재수·62)는 5월말 서울행정법원에 서훈취소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전 현직 언론인들의 서명을 받은 성명서이자 탄원서 성격을 띤 이 문서는 7월중 국가보훈처 행정안전부 국무총리실 등 요로에 보내질 예정이다.
“…원통하고 원통하다. 동포여, 동포여!”
위암 장지연의 외침(시일야방성대곡) 한 대목을 여기 모든 언론인의 이름으로 다시 외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