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살롱

이 작품을 글짓기에 비유해서 평가를 한다면 이렇다. 첫째, 명사가 너무 많다. 둘째, 형용사가 상투적이다. 셋째, 주제어가 계속 반복된다. 최종적으로 이렇게 한 줄 평을 할 것이다. “아이디어는 괜찮지만, 이야기가 허술하다.”
총체극 「빛고을 아리랑」(10월6~7일 빛고을시민문화회관)이 안타깝다. 이 작품에는 ‘아리랑’이란 단어가 너무도 많이 나온다. 아리랑과 연관되는 수식언들이 너무도 익숙하다. 형용사와 명사의 결합이 새롭지 않다. 이 작품이 취하는 동사는 한정되어 있다. 그러니 표현되는 정서는 어떠하겠는가? 공연을 보다보면, 아리랑이 마치 구호가 된 것 같다.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그 ‘아리랑’이 들어가는 자리에, 다른 가치가 있는 단어를 집어 넣어도 상관없어도 좋다. 아리랑을 예수로 대치해도 좋고, 아리랑에 부처를 연결해도 좋다. 이를 절대적인 가치는 일맥상통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마치 ‘어머니’란 제목으로 글을 지을 때, 세상 모든 좋은 것을 어머니에게 모두 다 연결한 것 같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프로그램북에는 고은(시인)의 ‘광주는 빛입니다’라는 축시가 실려 있다. 이를 보면서 ‘빛’이라는 이미지로 출발해서, 이를 ‘북’과 ‘잔치’로 연결하고 있다.
총체극 「빛고을아리랑」(작·연출 김명곤, 공동구성 김태균, 구성작가 박새봄)이 그랬으면 어떠했을까? 빛을 시적, 철학적 대상으로 시작해서, 무대에선 이를 시각적, 청각적인 것을 근간으로 삼아서 총체적 놀이가 되어도 좋았으리라!
이 작품은 아리랑여인(박애리), 자전거청년(팝핀현준), 빛고을사내(윤진철)가 등장한다. 캐릭터 설정이 좋고, 캐스팅은 더 좋다. 하지만 딱 여기서 멈추고 있다. 이들 셋을 가지고 상생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최고의 역량을 가진 그들에게서, 최선을 뽑아내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이 작품을 보면서 무척 안타까웠다. 뭉클한 감동도, 담백한 여운도, 뜨거운 신명도 객석에서 경험하기 힘들었다. 굉장히 많은 것이 있는 것 같지만, 크게 다가오는 그 무엇은 없었다. 아리랑과 관련된 익숙하고 예상되는 반복은 있었으되, 이를 바탕으로 한 예외적이면서 긍정적인 반전이 없었다. 아리랑, 광주, 민족과 관련해서 처음부터 예상으로 시작해서 예상대로 끝나는 공연형태를 취했다.
이제 더 이상 5·18을 무대 위에서 상황극적으로 재현하는 형태를 보고 싶지 않다. 1990년대에는 이것이 가치와 정의 그 자체일수 있었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적어도 무대예술에서 만큼은 승화가 되고, 상징이 되어야 한다.
그간 다른 작품을 통해서 최고로 인정받고 있는 안무(배정혜)와 음악(황호준)도 이 작품에선 그리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광주지역의 예술단체도 그저 부분적인 역할을 할 뿐이었다. 영상(엘비스 김)에 공을 들인 것 같으나, 실제 배우와 상황에 얼마만큼 부합되었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 작품은 ‘부분’은 의미가 있을지라도, 이것이 ‘전체’로서 융합하지 못했다고 단언한다. 그런 의미에서 총체극으로서는 한계가 분명하다.